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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이야기

나비박사 석주명
나비박사 석주명

석주명이 나비를 채집하려고 지리산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저만치 흑갈색 바탕 위의 흰무늬가 있는 날개를 가진 나비가 눈에 띄었습니다.
'처음 보는 나비인데……….'
석주명은 숨을 죽인 채 살금살금 다가갔습니다. 그 순간, 나비는 팔랑거리며 날아가 버렸습니다.
'저건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나비야.'
나비가 나는 모습만 보아도 암컷인지 수컷인지 알 수 있는 석주명이었습니다. 그는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나비는 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도 계속 날아갔습니다. 석주명은 있는 힘을 다하여 나비를 뒤쫒았으나, 나비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저 나비를 꼭 잡아야 해.'
석주명은 나비를 찾기 위하여 풀숲도 헤쳐보고 나뭇가지도 흔들어 보며 온 산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여기저기 부딪혀 멍이 들고, 나뭇가지에 살갗이 긁혀 피가 흘렀습니다.
그러기를 여러 시간, 그는 마침내 나비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처음 발견된 나비였습니다. 석주명은 이 나비한테 '지리산팔랑나비'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석주명은 어렸을 때 개와 고양이 뿐 아니라 비둘기, 도마뱀까지 기를 만큼 동물을 좋아하였습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뛰어 놀기를 좋아하는 개구쟁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때는 우리 나라가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던 시대였습니다. 석주명은 독립운동가들을 도와 주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랐습니다. 어린 나이에 석주명은 3·1 운동에도 참가하였습니다.
석주명이 나비를 연구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일본에서 공부하던 스물한 살 때였습니다. 석주명에게 일본인 선생님께서 말씀하였습니다.
"조선에서는 아직 나비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나비를 연구하게. 자네가 십년 동안 끊임없이 연구한다면 세계적인 나비박사가 될 수 있을 걸세."
석주명은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결심하였습니다.

'그렇다. 나도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나는 우리 나라의 나비를 연구할 것이다. 아무도 하지 않은 이 일을 내가 반드시 해내고야 말리라.'
우리 나라로 돌아온 석주명은 마음을 굳게 먹고 나비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길을 걸으며 땅콩을 먹었고, 새벽 두 시 전에는 결코 잠자리를 들지 않았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오직 나비만을 생각하며 연구에 몰두하였습니다.
이렇게 십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석주명은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석주명 선생님
조선에 있는 모든 나비를 연구하여 책으로 써주십시오.
영국 왕립 아시아 학회

석주명은 우리 나라 나비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책을 쓰기로 하였습니다. 그는 이 책을 쓰기 위하여 수만 마리의 나비를 모으며 온갖 정성 쏟았습니다. 그리고 일본 학자들이 우리 나라 나비에 대하여 잘못 쓴 부분들을 찾아 내어 바로 잡았습니다. 이렇게 하여 석주명은 우리 나라에 사는 나비에 대한 책을 완성하여 영국 왕립 도서관을 보냈습니다.

이렇듯 석주명은 나비를 연구하는데에 일생을 바쳤습니다. 그는 무려 나비 75만여 마리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일본말로 되어 있던 나비 이름을 '수노랑나비', 유리창나비' 등의 우리말 이름으로 바꾸어 붙였습니다. 나라를 빼앗겨 어두웠던 시대에, 석주명은 나비를 연구하여 우 리 민족의 훌륭함을 온 세계에 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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