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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할아버지의 보물산
  • 입상자명 : 최다경
  • 입상회차 : 11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시골에 사시는 할아버지는 새벽만 되면 산에 오르신다. 지난 번 외갓집에 들렀을 때 잠을 자다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일찍 깨어났다. 아직 이른 새벽이었지만 할아버지가 산에 갈 준비를 하고 계셨다.
“할아버지, 저도 산에 따라 갈래요.”
나는 할아버지를 따라가기 위해 얼른 채비를 했다. 그날 처음으로 새벽 산에 올라 보게 되었다. 안개인지 이슬인지 해가 뜨기 전 촉촉이 젖어있는 산의 모습은 평소보다 조용하고 차분해 보였다. 간혹 일찍 일어난 새가 우리를 보고 놀라 후두두 나뭇가지에서 날아 하늘로 올랐다. 새벽산은 공기부터가 달랐다. 할아버지는 내 손을 꼭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올라갔다. 등산용 긴 옷을 입지 않아 나뭇가지에 긁히기도 하고 흙길에 발이 미끄러지기도 했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나는 조금 올라가자마자 다리가 풀려 힘들어 하는데 할아버지는 연세도 많으신 데도 산을 잘 오르셨다.
“여기 좀 앉아라.”
할아버지는 평평한 돌을 찾아 잠시 쉬고 있으라고 하셨다. 어디서 불어오는 산바람인지 내 몸을 기분 좋게 만져주는 것 같았다. 바람은 내 마음속 까지 파고들어 그 동안 지친마음을 한 번에 날려주었다. 그때 마침 불어온 바람에 할아버지 모자가 벗겨져 날아가고 말았다. 나는 벌떡 일어나 모자를 ㅤㅉㅗㅈ아갔다. 할아버지 모자는 다행히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다. 까치발을 들어 안간힘을 다해 모자를 꺼냈다. 모자를 줍느라 한 손은 나무를 잡고 있었는데 나무기둥이 할아버지의 거칠거칠한 손 같았다.
할아버지는 더워지기 전에 산을 돌아야한다며 재촉하셨다. 얼마가다 미소가 저절로 나오는 모습을 발견했다. 멀리서 다람쥐 가족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뛰어다니며 무엇인가 오물오물 먹고 있었다. 다람쥐들의 다정한 모습을 보며 우리 가족도 항상 다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보았다.
할아버지가 가던 발길을 멈추고 웃는 얼굴로 나를 불렀다. 숨차게 올라가자 눈앞에 맛있는 산딸기가 올망졸망 열려있었다. 할아버지가 몇 알을 따와 내 손에 올려주셨다. 군침이 돌아 입에 넣고 동생도 주려고 가져갔던 물병에 물을 버리고 산딸기를 가득 넣었다.
할아버지는 산에 무엇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 지 잘 알고 계시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가 가는 길마다 산딸기며 약초며 산나물거리들이 가득 있었다. 사실 그날의 목적지는 고사리 밭이었다.
고사리 밭은 풀들이 많아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가시 같은 것도 천지로 깔려 있었다. 한 발 디디면 가시가 내 발을 쿡쿡 바늘처럼 따갑게 찔렀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길게 자란 풀들 사이에서 바람처럼 움직이며 고사리를 잘도 끊어 오셨다. 나는 금방이라도 뱀이 튀어나올 것 같아 할아버지 옆에 꼭 붙어서 있었다. 고사리는 끝이 아기 주먹모양이었다. 그래서 아기 손을 보고 고사리 손이라고 불렀던 모양이다. 할아버지가 가져간 주머니 안에 어느새 산에서 딴 식물들이 가득 채워졌다.
집으로 내려오는 길, 할아버지는 산의 보물을 한가득 손에 들고 계셨다. 매일 올라오시려면 힘들 것 같은데 할아버지는 산에 올라오는 것이 즐겁다고 하셨다. 보물찾기 놀이하는 것처럼 재미있다고 하셨다.
산에서 할아버지가 따온 보물로 할머니는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우리에게 주셨다. 두 분은 우리들이 맛있게 먹는 것만 봐도 행복하다고 하셨다. 할아버지는 산을 닮았다. 산이 사람들에게 산새들에게 나무들에게 모두 베풀어 주는 것처럼 할아버지도 우리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어 주신다. 마음이 산처럼 넓은 할아버지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산과 친구하며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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