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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마당에 숲이 있는 우리 집
  • 입상자명 : 민 수 현 충남 천동초교 5-1
  • 입상회차 : 5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이른 아침 마당에 나가면 나무 사이로 싱싱한 공기가 나오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 하고 입을 크게 벌려 숨을 들이마시면 정말 시원한 물을 마신 것처럼 온몸이 개운해진다.

“밤새 공기를 깨끗하게 씻어 주었구나! 고마워.” 나는 나무에게 마음 속으로 인사를 한다.

“고맙긴, 그게 우리의 할 일인걸.” 나무가 하는 말이 마음 속에서 들려왔다.

우리 집 마당에는 나무가 너무 많티?숲속에서 사는 것 같다. 끝까지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백 그루쯤 되는 것 같았다. 작년 여름 부모님께 힘든 일이 생겨서 갑자기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집은 지붕이 낮고 아주 좁았는데, 나무 사이를 걸어 다니기 힘들만큼 많은 나무가 마당 가득 심어져 있었다. 집 뒤쪽에는 산이 있다. 밤나무 세 그루와 이름을 모르는 나무들이 많이 있다. 나뭇가지에는 쉴새없이 새들이 날아와 예쁜 소리를 내고, 다람쥐와 청설모가 재빠르게 오르락내리락 하기도 한다. 비오는 날엔 동화책 속에서 보았던 연두색의 아주 귀여운 개구리가 여기저기 뛰어 다니고, 가끔은 커다란 두꺼비가 숲 속에서 나를 빤히 보고 있기도 한다.

왜 이렇게 마당에 나무를 많이 심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서울에 사는 집주인이 새로 집을 지을 때까지만 살 거라고 어머니께서 얘기해 주셨다. 방문을 열면 바로 코앞에 숲이 있어서, 나무가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와 나랑 얘기를 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는 앞을 내다봐도 자동차, 뒤쪽에 가 봐도 자동차가 있었는데 이곳은 어디를 봐도 나무랑 산이랑 하늘이 보인다.

처음에 이사 왔을 때는 이 곳이 싫었다. 벌레도 많고, 속이 다 보이는 화장실은 정말 끔찍했다. 밤중에 화장실을 갈 때면, 숲 속에서 금방이라도 하얀 옷을 입은 머리 긴 여자가 스윽 걸어오는 것 같아서 한번은 무서운 얘기를 들려 주셔서 지금도 밤에는 혼자 화장실에 가지 않는다. 며칠 동안은 다시 아파트로 돌아가고 싶어서 울고, 화장실 같이 안 가준다고 하면 울고 그랬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이곳을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 이렇게 숲이 마당에 있는 집에서 사는 건 행운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 집 바로 옆에는 막내이모가 살고 계시는데 농사를 많이 지으신다. 작년 어느 일요일에 우리 가족과 서울 이모네 큰 이모네가 다 모여서 막내이모네 고추밭에 고추를 따러가게 되었다. 고추밭은 산과 산 사이에 경사지게 자리잡고 있었다. 어른들이 고추를 따는 동안 사촌들과 나는 숲 속에서 놀았다. 숲 속의 땅은 낙엽이 오랫동안 쌓이고 또 쌓여 스펀지를 밟는 것처럼 푹신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싱싱한 느낌의 냄새가 기분을 좋게 하고, 머릿속이 점점 맑아지게 했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나무가 나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우리 몸에 좋은 산소를 다시 내 보낸다는 걸 배운 기억이 났다. 책에서 본 꽃들도 눈에 띄었다. 이름을 기억해내려고 애써 보았지만 잘 생각나지 않았다. 식물도감이 있었으면 당장 찾아보고 싶었다. 매미들의 합창소리는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사촌형과 동생들과 숲 속에서 신나게 뛰어놀았다. 옷이 다 젖을 만큼 땀이 많이 났는데 아파트 놀이터보다, 컴퓨터 게임보다 더 재미있었다. 밭 가장자리에는 아주 조금이긴 하지만 산에서 물이 흘러 내려오고 있었다. 우리는 “야호!”하고 소리를 지르며 돌멩이를 주워 작은 댐을 만들었다. 가느다랗게 흐르던 물이 금새 고이기 시작했다. 날씨가 아주 더웠는데 물은 손이 시릴 만큼 차가웠다. 흙탕물이 가라앉아 맑아졌을 때 손으로 떠서 먹어보았다. 막내 이모가 “산삼 썩은 물이니까 배터지게 먹어라.” 하셔서 모두 웃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숲 속에서 점심을 먹을 때 나는 생각했다.

만약 나무가 없다면... 숲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비가 많이 오면 산이 쉽게 무너져 내리고, 더러워진 공기를 그대로 마셔야하고, 이렇게 더운 날 시원한 그늘도 없으니 사람들은 모두 인상을 찌푸리고 살아가겠지? 숲이 사람들을 위해서 얼마나 큰 일을 하는지 그 때 새롭게 깨달았다.

마당에 숲이 있는 집에서 살게 된 나는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이름난 계곡에 가면 어디에나 쓰레기가 쌓여있다.

숲을 파괴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숲이 만들어지기까지 몇 백배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모두 알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나무를 순식간에 키워서 숲을 만드는 건 불가능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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