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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푸르른 산의 정기
  • 입상자명 : 정 희 아 경기 안산 성포중 1-11
  • 입상회차 : 4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아야, 어서 일어나라. 빨리….”

꿈결같이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에 눈을 뜬 나는 슬그머니 몸을 옆으로 돌렸다. 몇번 나를 흔들어 깨우시던 엄마는 급기야 내가 덮고 있는 이불을 걷어내셨고 나는 졸린 눈을 부비며 일어났다. 벌써 준비를 마친 언니의 눈총을 받으며 나는 서둘러 나갈 준비를 했고, 잠시 후 우리는 집을 나서 광덕산으로 향했다.

광덕산은 우리 동네에 있는데 초등학교 때 몇번 소풍을 간 것 말고는 굳이 가보지 않았던 곳이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 보면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광덕산은 자주 가망測?않았어도 친근한 느낌을 갖고 있다. 그런데 여름방학이 되자 엄마, 언니 그리고 나는 새벽 공기도 쐬고 운동도 할 겸 매일 아침 광덕산에 가기로 했다.

처음 며칠 동안은 일어나는 것이 귀찮아 그만둘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억지로 손을 잡아끄는 엄마 때문에 계속하게 되었다.

“엄마도 지금까지 생각만 하고 산에 매일 오르지는 못했었는데 이렇게 오르니까 상쾌한 공기도 마실 수 있고 땅도 밟으니 얼마나 좋으니? 원래 산에는 정기가 있어서 자주 찾아오면 좋은 거란다.”

엄마 말씀처럼 산에 오르다보니 상쾌한 공기뿐만 아니라 나무들의 모습도 보고 가끔씩 다람쥐도 볼 수 있어서 좋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집을 나선 지 30분쯤 되자 산으로 올라가는 입구가 보였다. 언제나 그 자리에 말없이 서서 우리를 반겨주는 나무들,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곳을 피해 제멋대로 자라고 있는 이름 모를 풀들, 가파른 곳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쉬어 갈 수 있게 해주는 넓적한 바위… 등등 산속에 자리잡고 있는 모든 것들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익숙한 발길로 산을 오르던 우리는 각자 주머니에 있던 봉지를 꺼내 버려져 있는 쓰레기들을 줍기 시작했다. 누군가 먹다 버린 음료수 깡통, 과자 봉지며 나무젓가락, 잠시 쉬어 가느라 깔고 앉았던 신문지를 주워 봉지에 담으며 올라가다보니 어제 보아 두었던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그 나무는 키가 작은 어린 나무였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뻗어가던 나뭇가지가 반쯤 꺾여져 있었다. 그렇다고 꺾어 버릴 수도 없어 언니와 나는 끈을 가져와 묶어 주기로 했었다.

“언니, 헝겊 가져 왔어?”

“응, 여기 있어. 내가 묶어 볼게.”

“그런데 언니, 이렇게 하면 나무가 죽지 않고 잘 자랄까?”

“글쎄, 그거야 잘 모르지. 그렇다고 이렇게 휘어져 버린 채로 그냥 둘 수는 없잖아.”

언니는 집에서 가져온 헝겊으로 반쯤 휘어진 나뭇가지를 나무에 잘 묶어 주었다. 헝겊을 감고 있는 나무를 보자 괜히 미안해졌다. 멀리서 우리를 보고 계시던 엄마는 우리가 다가가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셨다.

“얘, 그렇게 해준다고 휘어진 나뭇가지가 풀을 붙인 것처럼 붙어서 잘 자라겠니? 엄마 생각에는 나무를 위해서 나뭇가지를 오히려 잘라내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다고 그냥 두면 나무가 너무 불쌍하잖아. 도대체 누가 그랬을까? 산에 왔으면 곱게 왔다 갈 것이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나, 나뭇가지를 꺾지 않나. 또 밥까지 해 먹는 사람도 있어요. 산이 자기네 집 안방인가? 아니야, 그런 사람들은 산이 자기네 집 안방이면 무척 깨끗하게 할거야. 그런 사람들은 산신령님이 혼을 내줘야 하는데.”

갑자기 열변을 토하는 나를 보고 엄마와 언니는 마주보며 웃었다.

우리들이 산을 찾는 이유는 건강을 위해서나 아니면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이다. 겉으로 보이는 산은 조용하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다. 수십년씩 자란 나무를 비롯해 이름 모를 꽃과 풀들, 나무에 둥지를 틀고 사는 새들, 곤충과 작은 벌레들….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만의 편리함을 위해 산을 함부로 대하고 있다. 건강에 좋다고 하여 나무 껍질을 벗겨내거나 나무에 구멍을 뚫어 수액을 받아내고 골프장을 짓기 위해 수십년씩 자란 나무들을 베어 버리며, 길을 내기 위해 터널을 만들거나 심지어는 산을 밀어내 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살아갈 터전을 잃어버려 사라져 버리게 되는 것이다. 산이 우리들에게 베풀어 주는 만큼 우리들도 산을 아끼고 보호해야 한다. 산속에 살고 있는 모든 것들도 우리와 똑같다는 것을 잊지 말고 풀 한 포기라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산꼭대기에 올라서서 두 팔을 벌리니 가슴 하나 가득 상쾌한 기운이 밀려들었다.

산이 주는 푸르른 정기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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