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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우리 집에서의 숨은 그림 찾기
  • 입상자명 : 박건
  • 입상회차 : 12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건아 오늘 자전거를 타고 나가서 무슨 일 있었니?”
라고 엄마께서 말씀하셨다. 아마 엄마께서는 나의 화난 얼굴모습을 눈치 채신 모양이다.
“아니요, 그냥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그래요!”
라고 퉁명스럽게 대답을 했다. 그리고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나의 기분이 누그러질 때까지 따뜻한 품으로 감싸 안아주셨다. 엄마의 품이 새삼 따뜻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집 거실에서 저 멀리 보이는 굽이굽이 펼쳐진 대관령의 아름다운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인다. 대관령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이 변할 때마다 우리가 깊게 잠든 사이 누군가 그림을 몰래 그려놓고 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마! 이사 가는 집이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집의 거실에 유명한 화가가 그려놓은 다양한 색의 산수화를 매일같이 볼 수 있을 것이니 기대하고 한 번 찾아봐라.”
하시며 현재 사는 집으로 이사 올 때 아빠께서 형과 나에게 말씀하셨다. 아빠께서 말씀하신 그림은 진짜 산수화가 아닌 집에서 멀리 보이는 대관령의 풍경을 보고 말씀하신 것 같다. 나도 이사 와서 속으로 ‘아이 아빠도, 참’ 하며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씩 지나며 보니 내가 보기에도 멀리 대관령의 쭉 펼쳐진 능선과 능선위로 동해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돌아가는 풍력발전을 위한 커다란 바람개비와 산의 계곡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물줄기가 남대천에 모여 바다로 흘러가는 모습을 보니 정말 아름답고 한 폭의 그림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지난 3월에 자고 일어나니 저 멀리 커다란 하얀 모자를 눌러 쓴 것처럼 태백산맥에서 뻗어 나온 대관령자락이 눈으로 덮여 있는 모습을 보니 나는 지난 2월에 보았던 TV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TV 예능 프로그램인 1박 2일에서 ‘유홍준 교수와 함께하는 한국의 미를 찾아서’란 내용으로 진행되면서 유홍준 교수님께서 1박 2일 팀원에게 미션으로 “경회루에 걸린 세상에서 가정 멋진 액자인 최고의 그림을 찾아오라”고 하였다. 답은 바로 ‘경회루 낙양각을 액자로 한 경복궁 풍경을 그림으로 담은 것’이었다.
‘왕의 시선에서 본 궁궐의 풍경 모습과 경복궁을 호위하듯 서 있는 인왕산의 모습에서 그 어떤 화가도 표현하지 못할 그림을 자연그대로 보여주려는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고 교수님께서 설명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마치 우리 집이 경복궁에 있는 경회루처럼 느껴졌다. 정말 매일같이 나를 위해서 다양한 색의 물감으로 밤새 노력하여 날마다 새로운 산수화를 볼 수 있게 보게 해준 산이 매우 고마웠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주신 부모님께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산수화가 그려진 대관령의 옛길입구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그래서 나는 이곳으로 이사 와서 자전거를 타고 대관령 숲 속으로 자전거여행을 즐겼다. 자전거 여행은 형, 친구들과 함께 갈 때도 있었지만 혼자라도 일요일 아침에 신나게 폐달을 밟으며 숲 속이 있는 산을 다녀오면 기분이 매우 좋았다.
“강릉에서 생산되는 해산물, 소금, 농산물들이 이 길을 통해 영서지방으로 넘어가서 교역하고 그 교역을 담당한 선질꾼들이 넘나들던 길을 ‘대관령 옛길’이며 주변의 지형보다 대관령 옛길이 많이 낮게 형성되어 있는데, 이렇게 지형이 낮아지기에는 몇 백 년이 걸린다.”라고 담임선생님께서 말씀하시며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가보라고 권유해 주신 곳이기도 하다.

예년보다 상당히 무더웠던 여름의 어느 날.
늘 변함없이 자전거를 타고 가서 기분 좋게 대관령의 계곡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물줄기를 보며 흐르는 땀을 닦으며 대관령 숲 속에서 쉬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에선가 전에 나지 않던 악취가 났다. 그리고 숲 속의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깨진 병조각과 찢어진 비닐들이 보였고 저기 숲 속의 계곡 그늘 아래에서는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동안 보아왔던 숲 속의 모습이 아니었다. 나는 마음속에서 화가 치밀었다.
그래서 바로 집으로 와서 화가 난 모습이 아직도 내 얼굴에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이런 나의 사정 이야기를 듣고
“그래도 건이가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모습이 많이 어른스러워졌다.”
고 하시며 어깨를 다독거려 주셨다.
나는 ‘우리가 미술관에서 화가가 그린 그림을 잘 감상하듯 자연이 그린 산수화를 잘 감상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본다.
이런 일이 있고나서 나의 자전거에는 작은 주머니가 달려 있었다. 그동안 나도 산속의 숲에 가서 놀고 쉬다만 왔지 나의 휴식처를 제공해준 산과 숲에게 해준 것이 없었다.
나부터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는 노력이 그동안 나에게 무료를 좋은 그림을 보여준 산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산과 숲도 ‘고마워’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
나는 가끔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에게는 1박 2일에 나온 것처럼 ‘미션’을 낸다.
‘숨은 그림을 찾아보라’고 그러면 모두 웃으시며 정말 그렇구나 하며 웃어주신다. 나는 이런 멋진 자연의 그림을 보여주는 산이 정말 고맙고 좋다.
그래서 우리 집에 오시는 사람들이 자연이 준 선물인 산수화를 잘 감상하여서 자연이 주신 선물인 산의 소중함을 느끼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먼 훗날에도 자연이 주는 선물을 계속 감상하기 위해 오늘도 나의 자전거 뒤에는 항상 작은 주머니가 달려 있다.
멀리 자연의 화가를 만나러 가는 나의 마음도 예전보다 한결 가벼워졌고 멀리 대관령 정상에 풍력발전의 바람개비가 오늘따라 힘차게 돌아가며 대관령자락에서 시원하게 부는 바람이 자전거 타느라 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 주었다.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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