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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지리산 종주
  • 입상자명 : 어경아
  • 입상회차 : 11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바쁘게 각자의 할 일을 하다 보니 집에 가족이 마주 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가족여행은 바쁜 일상을 접고 가족과 함께 추억을 만드는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작년, 아빠께서 제안하신 가족여행은 우리 세 남매를 당황시켰다. 아름다운 경치가 천하일품이겠지만 그 높은 산을 무박으로 종주한다는 것이었다. 등산이란 그저 내게 힘겨운 고난이란 생각일 뿐 절대 행복한 여행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조금 걷는 것도 싫어서 평소에 어디를 가든 자동차, 버스, 지하철을 이용하려고 안달이 나는 나이기 때문이다.
늦은 저녁,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는 부모님의 강한 의지와 험준한 산을 오르고 나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되었고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버스에 몸을 실었다. ‘mp3로 음악을 들으며 산책하듯 산을 오를 수 있겠지’란 나긋한 생각을 하며 버스에서 단잠을 청했다. 늦은 밤에 도착한 지리산, 새벽 내내 잠을 자지 않고 천왕봉이란 목적지를 향해 끝없이 오르고 또 오르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높은 산을 오르는 일이 처음이었기에 나는 좀 으슬으슬하단 생각에 운동복속에 청바지를 입고 여유롭게 mp3를 들으며 등산을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밤에 해드랜턴에 의지하여 앞사람을 찬찬히 따라갔다. 20분 쯤 지났을까. 온 몸에서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시작되었고 숨이 헉헉 막힐 정도로 힘이 들었다. mp3는 꺼버린지 오래였다. 결국 아빠의 보디가드 속에 청바지를 벗어 던졌다. 온몸으로 기운을 다해 앞사람을 쫓았다. 앞 사람의 발만을 바라보며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쳤다. 내 생각엔 난 후에 거의 네발로 올라가고 있었다. 힘들어 하는 내 모습에 아빠는 뒤에서 내 버팀목이 되 주셨다. 아빠의 성원에 힘 입어 한 발 한 발 열심히 내딛었다.
무슨 일이던지 처음이 어렵다더니, 산행 역시 시작이 엇갈려 진땀을 한참 빼고 죽을 힘을 다해 부지런히 앞사람을 따라가 익숙해질 무렵 동이 터올랐다. 이제 많은 고생을 하고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맑은 내음도 맡을 수 있었고 푸른 빛깔에서 단풍이 들려는 아름다운 산의 경치도 바라 볼 수 있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부푼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 날이 아닐까 싶다.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부푼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 날이 아닐 까 싶다. 이제 힘든 고비는 넘겼구나 싶어서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산에서 천왕봉으로 가는 표지판을 보았다.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휴게소에서 바라다 보이는 붉은 빛이 살며시 물든 우렁찬 나무가 이루어내는 경치를 보며 난 이미 정상에 왔다는 느낌을 가졌다. 마지막 힘을 다해 정상에 도착했다. 야호!! 지리산 천왕봉에 한가득 있는 구름에 내가 두둥실 떠 있는 기분이었다. 준비해 온 간식을 야금야금 먹으면서 얼마나 쾌재를 불렀는지 모른다. 힘들게 올라왔던 그 노고를 모두 씻어내었다. 마치 지리산 천왕봉에서의 경치는 신선들의 집이 아닐까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매우 청량하고 내 마음의 독소를 모두 앗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자연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예전에는 아름다운 자연이 숨 쉬는 뉴질랜드와 같은 외국의 명소를 보며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하였는데 우리나라에도 이처럼 아름다운 명소가 있는 것을 보며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반성하였다. 지리산의 나무들이 어찌나 울창하고 빽빽하던지 기품이 너무나 훌륭하였다. 내가 그 나무들처럼 맑은 환경에서 꼿꼿이 자라나길 간절히 소망한다.
이번 산행은 내게 일주일동안 꼼짝없는 다리통증과 다녀온 다음날 하루 동안 우리가족을 모두 녹초로 만들어버렸지만 정말 잊을 수 없는 값진 산행이 되었다. 무박종주를 무사히 마친 그 즐거움과 자연과 하나가 되어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났던 그 추억은 우리가족을 미소 짓게 만든다. 한 번 했으니 두 번이 겁날 것이 없고 아름다운 자연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지리산에 다시 올라가고 싶지만 내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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