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 프린트하기
은상 모락산에서의 하루
  • 입상자명 : 임 하 영 경기 안양 평촌중 1학년
  • 입상회차 : 7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우리집 주변에는 관악산, 모락산, 수리산 등등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산들이 있다. 그렇게 산과 가까이 있는 만큼 많이 다녀와 봤거나,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초등학교 때 수련회를 제외하고는, 주변에 산이 그렇게 가까이 있으면서도 난 숙제를 해야 한다거나 약속이 있다는 핑계로 가족과 함께 산을 가는 날이면 빠지곤 했다. 내가 생각해 보면 산이라는 것은 오르기도 힘들고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힘들게까지 산을 오르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아침! 아빠와 엄마, 그리고 동생 둘, 우리 가족 모두 산에 가자고 제안을 하셨다. 동생들은 마냥 즐거워했지만, 난 아니었다. 힘들게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지 않고는 안될 상황이었다. 마음은 내키지 않았지만, 한번 가보기로 하고 엄마를 도와 산에 가서 먹을 도시락과 시원한 얼음물, 돗자리, 과자 등 소풍 아닌 소풍준비를 하여 집을 출발했다.
산 입구에 도착도 하기 전 동생들은 다리가 아프다고 했고, 어리광도 부렸지만 엄마와 아빠는 “어머, 우리 재혁이 정말 씩씩하게 잘 걷는구나, 은선이는 더 잘 걷네.” 하시며 동생들을 달래주면서 응석을 뿌리치셨다. 그 상황에 나로선 힘들다고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집에서 출발한 지 약 30분 정도 걸었을까? 모락산 입구에 도착했다. 등산로 입구여서 그런지 맛있는 먹거리가 시장처럼 펼쳐져 있었다. 김오르는 찐빵, 꽁꽁 언 얼음물, 옥수수, 땅콩 등을 보는 순간 아침밥을 먹었지만 입안 가득 침이 고이면서 왠지 먹고 싶은 생각에 아빠께 맛있는 찐빵을 사자고 했다. 산을 오르기도 전 먹을 것을 생각하니 즐거운 마음과 함께 온 몸에서 힘이 솟아났다.
산 아래에는 일찍 온 다른 가족들이 자리를 펴고 산림욕을 즐기며,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도 보였다. 산을 오른 지 10여 분 나의 몸에 이상이 찾아왔다. 호흡은 점점 힘들고, 다리도 아파왔다. 그렇다고 중도에 산을 내려갈 수도 없고 걱정이 앞섰다. 그 순간 앞서 가시던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영아! 힘내야지! 지금은 힘들지만 조금만 더 오르면 괜찮아질거야. 자, 모두 힘내자 힘!”
엄마는 지친 나의 모습을 보면서 용기를 불어넣어 주셨다. 다시 힘을 내어 산을 올랐고, 중간중간 다른 방향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모두들 힘들어 보이기는 했지만 즐거운 모습이었다.
산 중턱에 올라 입구에서 산 찐빵 생각이 나서 먹고 좀 쉬어가자고 제안을 했고, 우리 가족은 따끈따끈한 찐빵을 맛있게 먹으면 동생이랑 재잘재잘 수다도 떨었다. 휴식의 즐거움은 잠깐, 정상을 향해 우리 모두는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쉬었기 때문인지 처음과는 다르게 힘이 덜 드는 것 같았다.
산속의 공기는 도시의 공기와는 너무도 다르다는 것이 코끝으로 전해졌다. 엄마는 또 나에게 말씀하셨다.
“하영아! 심호흡을 해봐. 그러면 마음속에 더러워진 공기가 깨끗해져 시원해질거야.” 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한번 해보았다. “후! 후우훅.” 엄마의 말씀처럼 가슴속이 시원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 느끼지 못했던 신선함과 깨끗함, 그리고 산에서 나는 풀냄새도 정말 좋았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과천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경사진 곳을 재활용품을 이용하여 계단과 손잡이를 만들어 사람들이 좀더 안전하고 편하게 산을 오를 수 있도록 힘쓴 사람들이 생각났다. 그분들의 땀방울을 생각하니 순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정상까지 가는 도중, 한가득 층층이 쌓여 있는 돌탑들도 눈에 띄었다.
엄마, 아빠께서 “얘들아! 너네들 돌멩이 하나씩 주워서 저기 돌탑 한번 쌓아볼래? ” 하셨다. 돌탑을 쌓으면서 소원을 빈 후 살짝 눈을 떠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와 같이 엄마와 아빠께서도 꼭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으로 소원을 빌고 계셨다. 또 주변에 있는 여러가지 식물들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시골에서 태어나 시골에서 자란 엄마는 약초며, 나무며, 여러 가지 식물에 대해 잘 알고 계셨다. 가끔은 설명도 해주셔서 엄마가 갑자기 선생님처럼 느껴지고 자랑스러웠다.
한참을 올라가다가 높은 산속에서 아이스크림 아저씨를 만났다. 우리 가족은 더위를 식히기 위해 시원한 아이스크림 하나씩을 물고 마냥 즐거워했다. 아이스크림을 먹느라 잠깐 의자에 앉았는데 벌레들이 열심히 운동하며 즐겁게 노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마도 아이스크림의 단맛 때문이라는 생각도 했고, 공기가 좋아서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도심 속보다 벌레들이 아주 많았다. 개미들은 부지런히 나무 의자 위를 기어다니고, 산새들은 지지배배 노래하고 바람은 솔~솔 시원함을 선물하고, 나무들은 늘어진 가지를 흔들며 춤을 추었다.
그러고 있는 동안 어느새 멀게만 느껴졌던 산은 나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벌레들이 좀 징그럽기도 했지만, 자연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니까 징그러움이 조금은 덜 했고, 우리의 부주의로 자연이 훼손되고, 각종 공해로 자연이 건강을 잃으면 벌레들도 집을 잃고 사라진다 생각하니, 평소 죽이던 벌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휴식을 취한 후 정상을 향한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쉬면서 물을 많이 마신 탓인지 옆구리가 아팠다.
정신없이 올랐는데 눈앞에 정상이 보였다. ‘국기봉 340’ 대한민국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태극기를 보는 순간 마음 한 가득 기쁨이 넘쳤다. 너무도 기뻤다. 힘들었던 순간은 잠깐 산을 정복한 뿌듯함에 기쁨의 만세를 힘차게 불렀다. 나는 젖먹던 힘들 다해 산에게 외쳤다. “야호! 산아! 난 하영이야, 잘 있었니? ”하며 말이다. 산은 반갑게 나에게 메아리로 대답해 주었다. “야호!” 정상에서 내가 사는 평촌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농수산물 도매시장, 많은 아파트, 도로와 그 위를 달리는 차, 푸르른 들판 등 한폭의 풍경화를 보았다.
산에 오르지 않았으면 몰랐을 내가 사는 곳의 또 다른 멋스러움을 느끼며, 아쉬움을 남겨 놓은 채 우리가족은 서로의 손을 잡아주며 안전을 생각하며 조심조심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산을 내려오면서 또 하나 느낀 것은 오르는 것만큼 내려가는 것도 주의를 요하고 힘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알았다. 집에 도착한 우리가족은 모두가 정상을 정복함에 칭찬하며 즐거운 식사를 함께 했다. 산을 다녀온 후 나는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고마움, 우리가 자연을 위해 해야 할 일 등 작은 것부터 실천해 보리라는 다짐과,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아빠를 따라 또 다른 산을 정복해 보고 싶은 자신감도 생겼다. 처음엔 못 오를 것 같은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내가 이겼고, 승리의 기쁨도 맛보았다.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정복한 산이다. 그러기에 기쁨은 더욱 크고,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만족도조사
열람하신 정보에 대해 만족하셨습니까?
만족도조사선택

COPYRIGHTⒸ 산림청 SINCE1967.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