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 프린트하기
금상 힘없고 가난한 할머니의 산
  • 입상자명 : 정 민 경 경기 안양 귀인중 3학년
  • 입상회차 : 7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우리나라의 부동산 투기 열풍은 매우 심각하다. 투기로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지고 부유한 사람들은 더 부유해진다. 이번에 공주로 수도를 이전한다는 소식만 해도 그렇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행정수도가 이전되기도 전에 땅값이 오를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그 희망에 부합하기라도 한 듯이 땅값은 하루아침에 껑충 뛰어올랐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흔히들 공주사람들이 땅값이 올라 꽤나 큰 돈을 번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정작 돈을 많이 번 것은 돈 없고 가난한 시골사람들이 아니라, 돈 많은 서울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이미 땅값이 오를 것을 알고 그 전에 미리 땅을 사두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땅을 사들인 사람들은 그곳에 공장부지, 골프장, 도로를 만든다고 산을 모두 깎아버렸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산을 깎아내려도 되는 것일까?
우리 아버지의 고향은 충남 당진이다. 우리 할머니에겐 할머니 앞으로 조그마한 산과 우리 가족과 할머니께서 드실 만큼의 쌀농사를 지으실 수 있는 작은 논이 있다. 비록 작은 시골 농사이지만, 아버지께선 늙으신 할머니께서 혼자 일하시는 것이 안쓰러우셨는지 어렸을 때부터 자주 일손을 돕기 위해 시골에 갔었다. 아버지께서 할머니의 일손을 도와드리는 동안 나는 동생과 함께 잠자리를 잡기도 하고 토끼풀을 한 아름 엮어서 반지를 만들다가 벌에 쏘이기도 하고 가끔씩은 산토끼를 보기도 했다.
때로는 정말 질긴 풀을 가위로 끊어서 동생과 풀싸움을 하기도 했고, 여름에는 나무 그늘 아래서 잠을 자기도 했다. 또, 가을에는 낙엽을 쌓아놓고 뛰어들기도 하고 겨울에는 비료 포대를 깔고 미끄럼을 타며 놀았다. 산은 그렇게 우리에게 많은 추억을 남겨 주었고, 행복을 주었다.
저녁 무렵이 되자, 할머니께서는 힘드실 텐데도 손수 식사준비를 하시며 “우리 손녀딸 먹여야지.” 라고 하시며 더덕과 고사리를 따오셔서 다 같이 먹고 즐겁게 보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할머니가 계시는 시골에 내려가면, 울창하게 우거져 있어 밤이 되면 무섭기까지 했던, 산의 모습들이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가족은 매년 그랬던 것처럼 이번 휴가도 할머니댁으로 갔었다. 예전에는 벽돌집은 드물고 낡은 기와집만 많았던 그 작은 시골마을에 여기저기 새 집을 짓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
할머니댁에 도착한 후 아버지께서 “어머니 새로 짓는 집들이 많네유?”라고 말씀하시니
“그게 죄다 산 팔아서 그 돈으로 다 즈덜 살 집 짓는 거 아니냐?”라고 하셨다.
아버지께서는 얼마나 땅값이 올랐길래 그러냐는 물음에 “아아, 우리 산이 6억인가 받을 수 있다지? 서울 놈들이 계속 전화해서 땅 팔라구 지랄이다. 미친놈들이여….”하고 씁쓸하게 답하신다.
그 대화를 듣고 있던 나는 깜짝 놀라기도 하고 할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다.
‘6억! 우리 할머니가 그렇게 부자였단 말인가? 나 같으면 얼른 팔고 좋은 집에 살텐데….? ’
왜 계속 이렇게 낡고 초라한 집에서 힘들게 농사를 지으며 사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께 “그럼 할머니도 산 팔면 부자 되겠네, 좋은 집도 짓고 살 수 있고?”
라고 말했다.
나의 이런 물음에 할머니께서는 “민갱아, 때론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더 가치가 있는 법이여. 이렇게 너도 나도 다 산 팔아버리면 나중에는 이 마을 산들 죄다 없어지고 우리 산만 남게 될겨.”
“아마 우리 산도 유명한 다른 산들처럼 입장료 받고 구경하게 될지도 모르겄다.” 하시면서 한숨을 쉬셨다.
다음 날, 우리 가족은 구수한 된장찌개와 할머니께서 직접 기르신 상추쌈과 함께 맛있는 아침을 먹고 집으로 향했다. 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을 보며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말 할머니의 말씀처럼 지금은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는 산들이 점점 사라져 나중에는 우리가 물을 사 마시듯이 비싼 돈을 지불해야만 갈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정말 그렇게 된다면 황당하고 어이없을 것 같다. 산을 지키려는 힘없고 가난한 할머니의 모습과 산을 파헤쳐서 돈을 벌려고 하는 돈 많은 기업주의 모습이 내 머릿속에서 왔다갔다 했다.
누가 옳은 것일까? ‘할머니는 끝까지 산을 지키실 수 있을까?’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산이 베푸는 무한한 자비로움과 그 넉넉함에 우리는 계속 파헤침을 가해야만 하는 것인지, 우리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인간의 끝없는 욕심으로 산은 앞으로도 점점 사라져 갈 것이라는 것이다. 이쯤에서 잠깐의 쉼과 돌아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산이 우리와 함께 나누고 싶어하는 그 모든 것을 이제 우리는 바보처럼 내팽개칠 것이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는 고개숙임의 자세가 필요한 때인 것이다.

만족도조사
열람하신 정보에 대해 만족하셨습니까?
만족도조사선택

COPYRIGHTⒸ 산림청 SINCE1967.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