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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어울林
  • 입상자명 : 김 나 연 전북 전주 완산중 3학년
  • 입상회차 : 10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한가한 일요일 점심, 커다란 양푼에 다섯 식구가 먹을 만큼 밥을 넣고 취나물과 고사리를 양껏 넣는다. 국수버섯과 싸리버섯을, 토란대와 고구마줄기를, 또는 도라지를 넣을 수도 있다. 그것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계절에 따라 바뀐다. 그러고 나서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비비면 아빠가 자부하는 ‘우리 집만의 별미’가 완성된다.
아빠는 원래 산을 좋아하신다. 또 국산, 자연산을 너무 좋아하신다.
그래서 주말만 되면 시골에 사는 고모한테 전화를 걸어 뭐 얻으러 갈 것 없느냐고, 산에 두릅은 있는지, 캘 나물 있는지 등을 묻는다.
그리고 웃으면서 전화를 끊은 날엔 부랴부랴 모자, 장갑, 긴팔 긴바지를 챙겨 나가신다.
그런 아빠 덕에 우리 가족은 촌에 살지 않아도 주말마다 그런 ‘별미’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언니, 동생, 나 그 누구도 아빠의 별미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네 친구들한테 이런 밥 먹어봤냐고 물어봐라. 한 명도 없을걸. 네 친구들은 두릅이 뭔지도 모를걸. 요즘 애들은 깻잎이랑 취랑 구별도 못 하더만.”
“아빤 내 친구들을 바보로 알아?”
그랬는데 정말 내 친구들 중엔 바보가 많았다. 깻잎은 다들 알지만 정말로 두릅이 뭔지 모르는 애들이 많았다.
“내 친구들은 주말마다 치킨, 피자 먹잖아. 나도 치킨, 피자 먹고 싶어.”
“이건 돈 주고도 못 사 먹는 거야. 치킨, 피자 많이 먹으면 뒤룩뒤룩 살만 찌지. 한국인한테는 뭐니 뭐니 해도 비빔밥이 딱 어울려.”
내 친구들은 다 나보다 날씬하고 키도 크기 때문에 난 아빠 말에 대해 따지고 싶지만 아빠 다리에 있는 가시에 긁힌 상처들을 보고 그만둔다.
난 항상 우리 집 반찬에 불만이 많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같은 학원을 다니는 친구가 학원 가기 전에 같이 우리 집에서 밥을 먹었다.
고사리와 죽순을 넣은 갈치조림과 다른 밑반찬들과 먹었다.
오랜만에 친구 데리고 온 건데 식탁이 너무 초라한 것 같아 괜히 엄마한테 인상을 찌푸렸다.
엄마는 내 친구한테 “친구 올 줄 몰라서 아줌마가 신경을 못 썼네. 오늘은 갈치랑 먹고 나중에 또 와. 아줌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라고 했다.
뭔가 괜히 맘에 안 들어서 건성으로 밥을 먹고 집을 나왔다.
그런데 친구가 하는 말이, “너희 집 밥 되게 맛있어. 무슨 고사리가 그렇게 통통하고 맛있지? 또 갈치조림에 고사리 말고 넣은 게 뭐야?”
“죽순…, 왜?”
“우리 엄마한테 알려주려고, 나 한 그릇 더 먹고 싶었는데 염치없어서 말도 못했잖아. 좋겠다. 너넨 신경 못쓴 밥이 이 정돈데 우린…….”
그 말에 기분이 좋아져서 나도 모르게 신나게 자랑을 했다.
“우리 집 떡볶이엔 버섯이 들어가. 만날 주말마다 특이한 비빔밥 먹고, 고기도 호박잎이랑 양배추 잎에 싸먹어. 아빠가 만날 산에 가서 가져오거든. 우리 집은 자연산만 취급해.”
친구는 신기하면서 부러워했다.
집에서 부리던 투정이 자랑이 되었다.
왠지 아빠와 숲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어울림’이란 잘 조화가 되는 것, 심리적으로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것이기에 나는 ‘어울’이란 말을 만들어 본다.
사람은 죽어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고 숲 속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도시의 학생들은 친구들과 ‘어울림’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어울’은 추구하지 않는다는 게 안타깝다.
산나물보다 육류와 밀가루 음식을 더 많이 먹는다.
소풍은 뒷산이 아닌 영화관으로, 수학여행은 설악산이 아닌 놀이공원으로 가려고 한다. 우리 학교의 자랑은 바로 뒤에 산이 있어서 공기가 좋고 조용한 것이라고 하면서 중학생활 3년 동안 한 번도 학교 뒷산에 오르지 않는다.
어른들은 ‘웰빙’이라면 다 좋아하면서도 직접 웰빙을 체험할 수 있는 숲으로의 ‘어울’을 실천하지는 않는다.
그 정도의 마음의 여유가 없이 산다는 것이 안타깝다.
숲은 우리 가족에게 별미를 제공해 주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즐거움을 준다. 세상에 맑은 공기를 제공하고 조금 멀리 있더라도 항상 주위에서 우리를 지켜 주고 있다.
숲은 항상 우리를 반갑게 맞아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니 가끔은 갑갑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숲을 찾아가 ‘어울’을 통해 기운도 얻고, 용기도 얻고, 또한 숲을 사랑하는 마음도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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