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의 당산나무는
우리 아빠를 지켜주었다.
아빠가 점점 자랄 때
나무도 옆에서 키를 대곤 했다.
나무의 키가 저렇게 큰 이유는
아빠보다 더 커서
넓은 그늘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뒷산의 느티나무는
우리 아빠의 친구였다.
소를 돌보다가 심심할 때
나무에게 말 걸기
나무에서 그네 타기
나무에 기어오르기
아빠랑 놀아주는 친구가 기특하다.
앞산의 나무들이
뒷산의 나무들이
크고 넓은 숲을 이루는 사이
우리 아빠는 가정이라는 산을 세워
아들 주원이를 낳으셨다.
옆에서 책 읽다가
옆에서 게임하다가
아빠는 앞산의 당산나무처럼
아빠는 뒷산의 느티나무처럼
우리 가족을 돌보고
내가 어떻게 자라는지 살피고
나무 밑동처럼 아랫배가 점점 굵어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