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 프린트하기
입선 검룡소 가는 길
  • 입상자명 : 최 정 희
  • 입상회차 : 6회
  • 소속 : 일반부
  • 장르 : 일반부 시·수필

하늘이 열리고
나무들 무리지어 오른다.
빛을 찾아 나선 가지들
초록으로 발돋움하는 소리 들릴 때
열두 치마폭 같은 계절은
발밑에 꽃수를 놓으며

거슬러 오르는 길
아래로 흐르는 여울은 송사리 떼
거슬러 오르는 길을 가르치려 제 품을 좁히고,
닫힌 귀를 열어 주려
물소리 맑게 다듬어 흐른다.

어린 도마뱀 한 마리 잠시 쉬어 가라고
내 발길 멈추어 세운 바위 둔덕엔
땀방울 식혀줄 시원한 바람 한줄기 미리 준비해 둔
세심하고도 고마운 마음이 있어
오르는 길 내내
얼레지, 현호색, 물매화 핀 꽃길처럼
마음이 환했다.

물소리 좋아 물길을 따라 오르니
검룡소, 푸른 기운이 서리서리 똬리를 틀고 앉아 있었다.
푸른 물길이 꿈틀꿈틀
푸른 생명을 안고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어
나무며 풀이며 바람이며 돌멩이 하나에 까지
푸른 화색이 돌았다.

다람쥐, 청설모, 고라니.
할미새, 산까치, 방울새.
살아있는 것들의 푸른 활기로
산은 온통 푸르러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에서 푸른 생기가 돌았다.

나는 두 손을 모아 검룡소 푸른 물을 마신다.
차고도 맑은 기운이 꿈틀꿈틀
푸른 혈관을 타고 흘러
내 죽었던 세포가 다시 살아날 듯 붉은 심장이 파닥거렸다.

저 숲이 젖줄기 같은 푸른 물줄기를 품어 안은 것인지
저 물줄기가 생동하는 푸른 숲을 품어 키운 것인지
내려오는 길 내내
화두처럼 저 생각을 붙들었지만
모든 것을 품어 안은 저 산은 아무 말도 없이
제 식구들을 데리고 어둠으로 들었다.

만족도조사
열람하신 정보에 대해 만족하셨습니까?
만족도조사선택

COPYRIGHTⒸ 산림청 SINCE1967.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