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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소요산을 오르며
  • 입상자명 : 양 다 슬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어느 일요일 아침에 흔들어 깨우는 소리에 샛눈으로 힐끗 보니 아버지가 나를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얘야, 일어나라. 날씨가 쾌청하고 좋다. 소요산에 가자.” “싫어요, 아빠. 저 피곤해요. 잠 좀 더 잘래요.” “아냐, 이렇게 좋은 날씨에 잠만 자면 죄악이야.”
재차 흔들어 깨우는 아버지 성화에 못 이겨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씻고 아버지를 따라 나섰다.
햇살은 따스하고 쾌청한 가을 아침이다. 그러나 더 자고 싶은 미련이 남아서일까, 머리가 묵직했다. 아버지를 따라 소요산 입구에 들어섰다. 쾌청한 가을 날씨에 산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크고 작은 배낭을 메고 몰려들었다. 나는 아버지와 거리를 두고 흐느적거리며 걸었다. 아버지는 빨리 오라고 손짓하셨다.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얼마쯤 걷자 물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렸다. 아버지는 거기서 날 기다리고 계셨다. 작고 아담한 폭포였다. 아버지는 이곳이‘원효폭포’라고 하셨다. 그리고 소요산에 얽힌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원효대사와 요석공주도 저 아름드리 소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시원스럽게 떨어지며 포말을 일으키는 폭포를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폭포수만이 그들의 사랑노래를 간직한 채 뭇사람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아름답고 시원스런 원효폭포를 뒤로 하고 공주봉으로 향했다. 공주봉 가는 길은 처음부터 된 비탈길의 오름길이었다. 경사가 심한 나무계단이 계속해서 이어져 숨이 가빴다. 하지만 힘들고 숨이 차면서도 몸이 가볍고 정신이 맑아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빽빽이 자란 참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우거져 있었다. 간혹 군데군데 노송이 자태를 뽐내고 있어 망망대해에 외로이 떠 있는 섬 같았다. 그런데 배낭을 멘 아주머니들이 참나무숲을 헤집고 다니며 도토리를 줍고 있었다. 사람들이 도토리를 싹쓸이해 가 다람쥐들이 굶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중턱에는 벌써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내 손을 잡고 끌어주며 소요산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말씀해 주셨다. 사람들이 왜 소요산을‘경기의 소금강’이라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공주봉에 거의 다다를 즈음 넓은 바위가 있는 소나무 그늘에서 쉬어 가기로 하였다. 아버지는 동동주 한 잔으로 목을 축이시고 나는 소요산 입구에서 뜬 약수를 마셨다. 정말 시원한 꿀맛이었다. 우리 일행은 다시 공주봉을 향해 출발해 드디어 공주봉 정상에 도착했다. 심봉사 눈 뜬 것처럼 시야가 탁 트였다. 동두천 시내가 한 눈에 들어왔다.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울긋불긋 단장을 하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공주봉에서 밑으로 푹 꺼져서 다시 힘차게 오르니 소요산의 정상‘의상대’가 나왔다. 좁은 정상에는 가을의 정취를 한폭의 수채화에 담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정상에서의 멋진 조망을 뒤로 하고‘나한대’로 향했다. ‘나한대’로 가는 길목에서 뾰족하면서도 운치가 있는 바위들을 만났다. 일명‘칼바위’라고 하였다. 그런데 칼바위 틈을 비집고 두 그루의 소나무가 자라고 있었다.‘저 소나무들은 어디서 와서 무얼 먹고 자라는 걸까?’‘저렇게 정교하고 운치 있는 날을 세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세월의 모진 풍파를 견뎌냈을까?’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에 또 한 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한대를 조심스레 내려와‘선녀탕’으로 방향을 잡고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산을 내려오다 나무뿌리들이 앙상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서로 뒤엉켜 삶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았는데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나는 저 나무뿌리들처럼 세상풍파 어떤 역경도 참고 헤쳐 나가야 한다는 다짐을 새롭게 했다. 아름다운 계곡의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내려오다 보니 작은 욕조 같은 곳이 보였다. ‘선녀탕’이었다. 선녀탕 맑은 물에 색동옷으로 단장한 산세가 그림자로 잡혀 있고 물 위에는 단풍잎 몇 잎이 떠다니고 있었다. 중국 송대의 시인 도연명이 읊은 무릉도원이 연상되었다. 도연명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아버지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 새 자재암에 도착했다. 부처님께 불공드리고 약수를 한 모금 마시니 산행에서 오는 피곤함과 공부에 지친 심신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 우리는 이 땅에 태어나 잠시 머물다 구름처럼 사라지는 나그네들이다. 오늘 산행으로 나는 아름다운 이 산야를 우리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후손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교훈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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