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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새로 만난 친구 ‘참이’
  • 입상자명 : 김 동 화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햇살도 상큼한 일요일, 아침을 먹고 부모님과 함께 뒷산에 오르기로 했다. 학교와 학원에 다니느라 시간이 없어 아주 오랜만에 산에 가기로 한 날이다.
도심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우리 동네 뒷산 이름은 염포산이다. 높지 않아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지만 나 같은 학생들에겐 약간은 숨이 찬 산이다. 염포산은 아주 어릴 적부터 부모님을 따라 다니던 산이어서 큰집 같다. 그래서인지 부담이 없어 편안하다. 왕복 두 시간쯤 걸리는 이 산은 아파트단지 뒤편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산에 난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면 절로 기분이 상쾌해지고 맑아진다. 기다렸다는 듯 불러주는 새들의 노랫소리와 산속 곳곳에 피어 있는 꽃들. 산제비꽃, 연달래, 양지꽃, 구철초 등 갈 때마다 엄마가 풀꽃이름, 나무이름을 가르쳐주시곤 한다. 갈참나무, 떡갈나무, 생강나무, 굴참나무, 박달나무, 밤나무, 산벚나무 등 수시로 가르쳐주지만 잊어먹기 일쑤이다. 그래도 좋다. 산을 오르다보면 코끝을 간질이는 기분 좋은 향기가 불어와 돼지코가 되어 벌름대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 깔깔대곤 한다. 발밑에 수시로 출몰하는 민달팽이는 옷을 입지 않고 맨몸으로 다니곤 하는데 조심하지 않으면 대형사고가 터지기 마련이다. 가끔 파란 자벌레가 엄마, 아빠의 허리둘레를 재려는지, 나무의 나이테를 재려는지 줄을 타고 내려와 그네를 타고 있을 때도 있다.
지난해에는 다른 길로 가다 정말 횡재를 했다. ‘따다닥 따다닥’ 소리를 따라 간 그곳에서 책에서만 보던 딱따구리 가족을 만난 것이다. 집을 만드는 건지, 벌레를 잡는 건지, 열심히 나무를 쪼아대고 있었다. 그 옆 나무의 동그란 구멍에서는 새끼들이 먹이를 달라고 노란 입을 벌리며 ‘저요, 저요’하고 있었다. 너무나 신기했다. 날카롭고 뾰족한 부리와 붉은머리 딱따구리를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다니. 청설모나 다람쥐는 몇 번 보았지만 딱따구리라니. 딱따구리가 놀랄까봐 조심스레 숨어서 지켜보다 우리 가족은 딱따구리 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내려왔다.
산을 오를 때면 흙을 밟을 수 있어서 좋다. 좀 걸어도 피곤하지 않아 아스팔트랑은 차원이 다르다. 왠지 모를 포근함이 느껴진다. 엄마, 아빠와 장난을 치며 쉬엄쉬엄 올라가는데 내 나무를 골라보라고 하신다. 엄마, 아빠는 나무를 정해놓았다고. 그렇게 하면 산에 올 때마다 친구를 만나는 것 같은 설레임을 느낄 수 있다고. 그리고 그 나무에 대한 애정이 생겨 산에 더 자주 올 것이라고 한다. 좀 길을 가다보니 아담하고 예쁜 갈참나무, 꼭 엄마 같은 나무가 엄마나무란다. 나무에게 “안녕하셔요, 아주머니!”하고 인사를 했더니만 “맞아 맞아, 엄마친구한테 인사를 해야지.”하며 깔깔대는 어머니. 그러자 웃는 듯 나무는 몸을 흔들어 준다. 조금 걷다보니 키가 크고 아주 잘 생긴 굴참나무를 내 나무로 정하면 어떻겠느냐고 권해주신다. 나도 그 멋진 나무가 맘에 들어 내 나무로 정했다. 이름을 짓기로 했다. 굴참나무의 참을 따서 ‘참이’라고 지어주었다. “참이야!” 이름을 불러주자 기뻐하는 것 같다. 자기에게도 이름이 생겼다며 즐거워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나의 착각일까. 이제 내게도 나무가 생겼다. 산에 올라올 때마다 인사할 친구가 하나 생긴 것이다. “참이야, 이따 내려올 때 보자.” 하며 약수터로 향하는데 발걸음이 가볍다. 조금 더 가니 아빠나무를 소개시켜준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다음부터 잊지 않고 인사드릴게요.” 우린 깔깔대며 약수터에 다다랐다.
약수터에는 휴일이라 그런지 가족단위 사람들이 많았다. 가방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시원한 물은 꿀맛이다. 울창한 숲속에 숨겨진 약수터 주위엔 자잘한 아기 꽃들이 피어 있다. 누가 일부러 심어 놓은 것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풀꽃들이다.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데 사람들의 얼굴이 다 밝아 보인다.
숲속 길을 걸어 우린 다시 우리들의 나무에게 다음 주 일요일에 만나자며 손을 흔들자 내 친구 참이도 푸른 손을 흔들어 준다.
이렇게 도심 속에, 그것도 우리 아파트 단지 뒤편에 예쁘고 아담한 산이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염포산이 없는 우리 동네는 생각하기조차 싫다. 공기를 정화해 주는 것은 물론이요, 사시사철 다른 얼굴로 삭막해져 가는 사람들의 마음도 정화시켜주는 산이 아닌가.
염포산 밑에는 저수지도 있어 돌돌돌 흐르는 물속의 돌을 들여다보면 일급수에서만 산다는 참가재가 나오기도 한다. 참가재를 키우는 것도 알고 보면 염포산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고마운 산이 있어 우리 동네사람들은 다 건강한 것 같다. 요즘 개발 때문에 곳곳의 산이 깎이는 걸 보는데 정말 안타깝다. 제발 염포산은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내 친구 참이가 수백 살, 아니 수천 살 먹도록 나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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