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 프린트하기
금상 할아버지의 경호원
  • 입상자명 : 윤 석 호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추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번 추석에도 부모님과 할아버지 산소에 성묘를 갈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거립니다. 이맘 때가 되면 3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납니다. 우리 할아버지는 매우 자상한 분이셨습니다. 큰아버지와 함께 사셨던 할아버지는 저랑 동생이 할아버지를 뵈러 큰집에 갈 때마다 주먹만한 사탕도 사주시고 명절 때에는 옷이랑 신발도 사주곤 하셨습니다. 엄마가 그러셨는데, 내 신발과 동생 옷을 사주신 돈은 평소에 부모님께서 할아버지께 드린 용돈을 조금씩 모아서 너희들을 사주는 거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다정하시던 할아버지께서는 제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식목일날 84세의 연세로 저희 곁을 떠나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우리 집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산에 묻히셨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 산소를 만드시면서 공사를 하신 아저씨들의 실수로, 산소 바로 앞이 무너져 마치 낭떠러지같이 되어버렸습니다.
장례식을 마치고 큰아버지와 아빠는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밤부터 억수같이 비가 내렸습니다. 아빠는 할아버지 산소가 무너질까봐 안절부절 못하셨습니다. 아침에 비가 그치자마자 우리 가족은 할아버지 산소로 단숨에 달려갔습니다. 도착해 보니 다행히 산소 바로 앞까지만 무너져 있었고, 산소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아빠와 엄마는 마을로 내려가 삽, 물통 그리고 작은 묘목들을 20그루 사가지고 오셨고, 삽으로 무너져 내린 흙을 퍼서 다시 올린 후 낭떠러지 주변에 촘촘히 나무를 심으셨습니다.
산이라 물이 없어서 부모님은 마을까지 내려가 물을 길어다 나무에 물을 주었고, 물을 나르는데 나는 눈물이 날 정도로 너무 힘이 들어서 아빠에게 “아빠? 왜 이렇게 힘들게 나무를 심는 거예요?”하고 여쭈어 보았더니, 아빠께서는 “응. 석호야,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심은 나무들이 뿌리를 내려 흙을 꽉 움켜쥐고 있어서 아무리 많은 비가 와도 흙이 다시 무너져 내리지 않는단다. 진작에 심었어야 했는데 이제야 하게 되어 할아버지께 너무너무 죄송하구나.”하시며 고개를 떨구셨습니다. 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무너져 내린 흙더미가 나무 몇 그루 심는다고 단단해질까 생각했지만, 또다시 한숨을 쉬며 아빠 일을 도와 드렸습니다. 해가 뉘엿뉘엿질 때쯤 우리는 산을 내려왔습니다. 부모님은 이제 할아버지께서 편안히 계실 생각을 하니 맘이 편하시다고 하셨습니다. 그해 가을 추석 때 온 가족이 할아버지 산소에 성묘를 갔습니다. 여름에 비가 그렇게 많이 내렸는데도, 부모님과 내가 힘들게 심었던 작은 나무들이 마치 할아버지의 경호원같이 산소 주변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나는 이제야 아빠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 작은 나무들이 할아버지를 지켜주고 있다는 것을….
성묘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우리를 너무 사랑하셨던 할아버지에게 조금이나마 보답을 해드렸구나 생각하니 너무 너무 흐뭇했습니다.
돌아오는 추석에는 할아버지 산소 주변에 예쁜 꽃나무를 두 그루 심어 드리기로 아빠랑 약속을 했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할아버지께 ‘할아버지! 저랑 태호 많이 보고 싶으시지요? 자주 할아버지 뵈러 오고 싶지만, 자주 못 와서 죄송해요. 저희가 보고 싶으실 때 제가 심어드릴 나무에게 사랑도 주시고, 옛날이야기도 많이 들려주세요. 시간이 흐르면 저 나무가 저희를 대신해서 할아버지께 손자가 되어 말동무가 되어주고, 더울 때는 시원한 그늘도 되어드리고, 할아버지를 늘 옆에서 지켜드릴 거예요.’라고 기도를 해봅니다.
할아버지께 드릴 선물이 눈앞에 자꾸 아른거립니다.
빨리 추석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할아버지 너무 보고 싶고 사랑해요.

만족도조사
열람하신 정보에 대해 만족하셨습니까?
만족도조사선택

COPYRIGHTⒸ 산림청 SINCE1967.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