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 깔딱재 넘어가면 새소리
계곡을 흔들어 헹구는 투명한 물소리 마중 나온다
그 소리에 땀을 씻으며 마음 씻으며
오소리가 지나간 길 따라가다 보면
골골이 스며 있는 역사만큼이나 깊은 소나무숲이다
하늘로 하늘로 뻗어 오른 아름드리 한 그루
두 팔 벌려 안아 보니
넘치는 생명력! 맑고 향기롭다
우렁우렁 나무의 폐부를 흘러나오는 기운
내 몸 구석구석 세포들 눈 뜬다
염불암 지나 동봉 올라가는
들숨날숨 가파른 사람들
지고 온 저마다의 무게 등성이에 부려놓고
아스라이 내려다본다, 두고 온 시간들을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굴 껍질 같은 세계를
탁 트인 시야로 굽어보고 있다
비로봉에서 동봉 서봉 좌우로
줄달음쳐 내린 굽이굽이 저 능선
힘껏 날개 펼쳐드는 봉황의 형상이라
한 번 날면 구만리를 간다는 전설의 그 새처럼
폐활량 큰 팔공이 지척에 있어
대구는 사시사철 숨 가쁘지 않았을 것이다
가쁜 숨 풀어 놓는 내 작은 허파에도 이윽고
푸른 숲 하나, 일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