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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그 때 그 곳의 산
  • 입상자명 : 손 해 령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나는 어렸을 때 산에 위치한 ‘꽃마을’이라는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관사에 살았었다. 그곳에서 보낸 나의 어린 시절은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우리 집은 마을과 떨어져 있어 유치원에 갈 때면 10~20분 정도를 걸어내려가 마을에서 버스를 타야 했다. 시간이 좀 걸렸지만 가는 길목이 힘들거나 심심하지는 않았다. 특히 그 길목에는 공작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노랗게 핀 공작꽃은 아주 예뻐서 꽃을 구경하며 가는 길은 질리지 않았다.
그곳의 봄은 아주 아름다웠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 벚나무가 아주 많이 있었는데 바람이 불면 하얀 연분홍빛 꽃잎이 눈송이처럼 휘날리며 떨어졌다. 그 모습을 나는 동생과 탄성을 지르며 바라보았고 눈꽃을 맞으며 뛰어다니곤 했다. 또 아빠가 종종 어떤 풀잎 같은 것을 따오셨다. 그 시절엔 쌉사름한 풀잎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은 참두릅이었다. 풀숲에는 고사리도 꽤 많이 자랐다. 그래서 종종 엄마와 고사리를 따기도 했다.
여름에는 산이라 그런지 그리 덥지 않았다. 나무들은 가지마다 푸른 잎들이 무성했고 그 많은 잎들도 햇빛을 가려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풀들은 한창 그 싱그러움을 뽐내고 있었고 매미가 쉴 새 없이 울어댔다. 그곳에서의 여름은 참 한가롭고 평화로웠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종종 부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매미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곧잘 낮잠을 자곤 했다. 그리고 아빠가 산에서 산딸기도 자주 따주셨다. 산딸기는 생긴 것도 동글동글 귀여웠고 맛도 아주 좋았다. 나도 산딸기를 따러 산에 가고 싶었지만 산에는 뱀이 나온다고 위험하다며 가지 못하게 하셨다. 지금까지도 그게 사실인지 겁을 주려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가을에는 억새풀들이 들판을 가득 채웠다. 바람 따라 이쪽저쪽 흔들리며 햇빛에 물드는 황금빛물결의 억새풀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래서 나는 우리 집 개 레옹이와 함께 억새풀을 보러 산책을 가곤했다. 많은 사람들이 억새풀을 보러 놀러오기도 했다. 그런데 그들은 억새풀이 있는 곳까지 차를 끌고 와서 엄마가 화를 내곤 하셨다. 자연을 즐기러 왔으면 맨몸으로 그 자연을 느끼고 보고 받아들여야 한다. 또 다소 불편하더라도 그만큼의 수고는 산이 충분히 보상해 준다고 생각한다. 아니 넘치게 받고 만다. 산에는 돌복숭아와 돌배가 있었다. 자연적으로 자라는 복숭아와 배를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크기는 작지만 아주 맛있었다. 그리고 마당에는 큰 호두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호두가 여물 때면 다람쥐가 종종 찾아와 호두를 따가곤 했다. 밤에는 가족끼리 산에 올라가 별을 보기도 했다.
그곳의 겨울은 아주 추웠고 눈이 많이 왔다. 그래서 물이 얼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할머니댁으로 갔다. 하지만 가는 길은 꽁꽁 얼어 빙판이 되어 있었다. 그때마다 아빠가 앞장서서 가시며 손을 잡아주셨고 우리는 종종걸음으로 뒤따라갔었다.
그렇게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아빠의 직장이 옮겨지면서 수도권으로 이사 오게 되었다. 도시에 별은 찾아볼 수 없었고 산도 없었다. 도시의 생활은 편리했으나 바쁘고 메말랐다. 나는 산을 잊어갔고 도시에 물들었다. 산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그곳에 있었지만 나는 산을 잊고 있었다. 문득, 나의 추억이 담긴 그 산을 떠올려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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