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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산과 함께
  • 입상자명 : 최 은 영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맴맴’ 아침부터 나의 단잠을 깨우는 것은 여름이 길어진 탓에 아직까지도 살고 있는 매
미라는 녀석이다. 내 방 가득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보다도 먼저 내 귀에 닿는 매미소리, 까치소리 나에겐 너무나도 익숙한 풍경이다. 우리 아파트는 산과 매우 가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거기다 우리 동네는 ‘먹골배’로 굉장히 유명한 곳이라서 배를 수확할 시기가 되면 배즙 냄새가 우리 가족들의 후각을 자극해 오고, 배꽃이 필 시기가 되면 냄새는 그다지 좋지 않지만 하얀 꽃이 너무나 예뻐서 이 소녀의 감성을 톡톡 건드려왔다. 또한 그때가 되면 발 넓으신 우리 엄마께서 아주머니 한 군단을 몰고 와 바깥 풍경을 자랑하시며 하하 호호하는 웃음소리는 언제나 나까지도 굉장히 기분 좋게 해와서 어린 아이였던, 나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엄마도 일을 하시게 되고 나도 커버려서 그런 하하 호호 웃음을 같이 듣고 있지는 않지만, 그냥 산을 보고 있으면, 풀 속에서 울고 있는 귀뚜라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이제는 어엿한 가을 분위기 속에 가끔씩 아직도 살아 있다고 울어대는 매미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소녀적인 감성으로 돌아오는 내 모습이 너무나도 웃음이 나오게 한다. 그게 다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아니 내 기억이 나는 한 나는 산과 매일을 함께 해왔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나의 아버지께서도 이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라셨다. 아버지와 등산을 하면, 등산로가 아닌 아버지가 어렸을 때 다녔던 길로 자주 다니곤 했는데, 내 동생은 고생을 해본 뒤로는 등산로로 가겠다고 떼를 써 댔지만 어디 어린애가 아버지의 말을 꺾을 수는 없었다. 내 동생은 특히 산을 오르다보면 신령님께 제사를 지내는 곳이 있었는데, 하얀 수염을 기른 상 하나가 떡 하니 앉아 있어 그 길을 지나갈 때는 숨도 안 쉬고 뒤도 안 돌아보고 그때만은 거의 초인처럼 그 다음 길로 들어섰다. 사실은 2살 어린 동생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내가 막내였다면 나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가끔 초에 불이 켜져 있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아빠와 우리의 아지트인 말바위라고 불리는 곳을 가려면 큰 바위 아래 구멍이 뚫린 곳을 지나가기도 했는데 그건 내가 가장 싫어했다. 괜히 뭔가 내 발을 잡아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그곳을 올라가기 전에는 짧고 좁은 굴을 하나 통과해야 했다. 정말 내가 좀 커졌을 때는 기어서 다니기도 불편했다. 정말 여기를 지나가는 것은 고역이었지만 거기만 올라가서 살짝 경사진 곳을 올라가기만 하면 말바위(멀리서 보면 말 머리를 닮았다 해서 붙여졌음.)도 있었고, 그 말바위 바로 옆은 의자바위라고 해서 의자처럼 생긴 돌도 하나 있는데 그 돌에는 사람들이 사람 모양도 그려놓아 우리끼리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또 어렸을 때는 산에서 우리 아파트가 바로 보이는 게 얼마나 신기하던지. 그리고 고개를 돌리면 서울 하늘이 맑았던 날은 저 멀리 남산 타워도 보였다. 그게 또 신기해서 그 위에서 아빠를 붙잡고 방방 뛰고, 흥분한 마음으로 가파른 산길을 내려올 때 다리가 다 까져 눈물범벅이 되어 내려왔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시 오를 때에는 그런 기억 없이 다시 씩씩하게 산에 올랐던 참으로 어리기만 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요즘은 고등학생이 되어서인지 나이를 조금씩 먹어가서인지 산을 오르는 횟수는 굉장히 적어졌지만 내가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산을 좋아하고, 또 좋다고 느끼고 있는 이유는 우리 고등학교도 정말 산에 폭 안겨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산과 가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에 있는 학교들은 거의 차에서 나오는 매연을 마시면서 체육 수업을 하지만 우리는 불암산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공기 속에서 체육도 하고 공부도 한다. 그래서 나와 친구들은 야자시간 전, 쉬는 시간에는 꼭 에덴동산이라 이름이 붙어 있는 학교 공원에서 신나게 놀다오는데, 괜히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 기분 좋게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좀 산이 미워질 때도 있는데, 그건 교실 창문을 열면 바로 옆에 하늘에 닿을 듯 뻗어 있는 은행나무와 같이 살고 있는 매미라든가 거대한 벌들이 문제였다. 수업시간에 집중을 하다가 정말 커다란 여왕벌이 들어와서 수업을 못했던 기억부터 자잘한 벌들까지도 무서워하던 친구들이었는데, 이제는 작은 벌들은 무섭지도 않다는 듯이 애들은 벌이 무슨 작은 벌레마냥 태연하게 창문을 열어 벌이 빠져나가길 기다리다 창문을 닫는 굉장한 친구들로 변해갔다. 하지만 매미가 귀 터지도록 울어서 선생님의 수업에 집중은 물론 목소리도 안 들려 차가운 에어컨 바람에 몸을 의지한 채 창문을 모두 닫고 수업을 이어가다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에 걸린 친구들도 있었다. 게다가 야자시간에는 산 모기에게 뜯겨 선생님들이나 학생이나 모기약을 들고 온 교실을 뛰어다녔던 모습까지 나에게는 산하면 떠오르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다. 내가 산과 지내온 시간처럼 물 흐르듯 나의 인생이 지나왔다. 아직도 나는 부모님들께 우리 동네는 너무 안 좋아라고 투덜거릴 때가 있는데 정말 이러다 이사를 가버리게 되면 어째? 라는 못된 심보를 가지고 있는 것도 나다.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정말 내가 산을 사랑하고 있었구나, 툴툴거리긴 했지만 그게 꼭 정말 싫어서 그런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그냥 내가 그때는 지금보다는 어려서 생각이 짧았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이대로 산과 함께 나의 십대를 보내고 싶다. 산! 정말로 가장 오래 사귀고 있는 친구가 아닐까 싶다. 아마 내일의 나는 또 산과 함께 십대를 보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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