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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아! 아름다운 북한산
  • 입상자명 : 김정애
  • 입상회차 : 15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찌는듯한 무더위가 발을 내딛는 걸음마다 땀방울이 온 몸을 적신다. 8월의 태양은 아침인데도 따갑다. 입추가 지난지 일주일, 초여름에 한두마리 날아 다니던 잠자리들이 산을 오르는 입구의 풀밭 위 여기저기에서 떼를 지어 날다가 밭 모서리 마른가지 위에 앉는다. 가을이 오나보다. 바람 냄새 산 냄새가 그렇다.
북한산 원효봉을 가기위해 북한산을 잘 아는 친구를 구파발역에서 만나 버스를 타고 은평구에 있는 효자파출소에서 내렸다. 휴가철이고 더워서 그런지 평소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인 산성 입구가 한산하다. 북한산은 언제보아도 가슴 설레고 언제 올라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산이다. 서울에 이렇게 아름다운 명산이 있는 것은 축복이다.
내가 북한산을 찾기 시작한 것은 2013년 5월부터이다. 산을 많이 다녀보지 않은 나는 북한산만을 20년 가까이 다니고 있는 친구와 함께 북한산을 처음 오르던 날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소나무가 많은 북한산은 가는 길목마다 소나무 향이 마음을 말끔히 정화 시켜주는 것 같았다. 또한 하늘과 맞닿은 우뚝 솟은 기암괴석과 절벽이 연출하는 아찔한 순간순간들은 나를 매료시켰다. 그것은 산의 매혹적인 아름다움과 봉마다 가슴을 트이게 하는 시원한 시야, 그리고 하늘의 구름이 손에 닿을 듯 잡힐 듯한 형형(熒熒)함을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표출이었다. 또한 북한산은 역사적 가치가 많은 사적이기도 하다. 산을 오르다 보면 이끼 낀 산성이 아직도 건재하다.
맨 처음 북한산을 찾았을 때 숨은 벽 위문 대동문으로 하산하였는데 그 길목에서 만난 녀석이 있다. 붓꽃이었는데 처음 보는 꽃이었다. 꽃잎의 색깔이 미색과 엷은 보라색이 한 잎씩 섞인 녀석은 예쁘다, 아름답다는 표현은 보통이란 생각이다.
여리디 여린 꽃대에 두 대가 꽃을 피웠었다. 순간 집에 가져와 화분에 옮겨 심고 싶은 충동이 살짝 일어났지만 녀석을 위해서도, 자연을 위해서도 그러면 안된다는 마음이 충동을 이긴 적이 있다. 지금도 가끔 ‘잘 자라고 있겠지?’ 내 스스로에게 물을 때가 있다.
그 뒤로도 북한산을 찾아 여러 봉을 올랐었다. 다음 해인 14년 봄, 그러니까 작년이다. 또다시 숨은벽을 올라 인수봉 앞까지 오른 뒤 백운대를 올랐다가 하산하는 길에 제비꽃과 돌단풍을 만났다.
이른 봄 흙더미 들치고 나오는 북한산 제비꽃은 꽃잎보다 꽃대가 먼저
나오며 짙은 노란색이다. 자연에서만 볼 수 있는 천연의 노란색을 띈 앙증맞은 제비꽃은 북한산에서만 볼 수 있다. 다른 산을 다녀 보았어도 아직 그 제비꽃은 본적이 없다.
돌단풍은 양지바른 곳에서 많이 서식하는데 친구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잠시 휴식을 하며 계곡에 발을 담그던 그 장소는 비밀의 장소이며 사람들은 잘 모른단다. 그래서 일까 시원한 물줄기가 절경을 이루는 계곡 바위틈 사이에 각기 색깔과 모양이 다른 돌단풍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또한 내가본 북한산 계곡은 가뭄이 들어도 물의 양이 줄어는 들어도 마르지는 않았다.
북한산은 이렇게 많은 아름다운자연을 품은 산실(産室)같은 산이기에 오르내리면서 아끼고 싶고 소중히 하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또 다시 1년, 15년 8월이다. 오늘은 날씨도 덥고 산행하는데 힘들 것 같아 산행구간이 쉽고 짧은 둘레길 정도의 코스이지만 시구문을 볼 수 있는 원효봉을 오르기로 했다. 오늘 오르려는 원효봉은 지금까지 다닌 봉들보다 아래에 있고 낮은 봉이다.
돌길로 이어진 길은 원효암을 지나기 전 시구문이 있었고 ‘서암문(西暗門)’ 이렇게 문구가 적혀있었다. 그리고 밑에 푯말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적혀있었다.
“서암문은 숙종37년 북한산성 성벽을 축소하면서 설치한 8개의 암문중 하 나이며 (중략) 서암문은 성내에서 생긴 시신을 내보내는 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서암문을 시구문(屍口門)이라 불렀다 한다. 이렇듯 북한산은 아름다움뿐 아니라 우리에 역사도 간직하고 있는 산이다.
시구문을 지나 원효암을 지나다보면 이끼 낀 성벽 혹은 온전한 성벽이 그대로 남아있다. 성벽위에는 풀들이 무성하고 풀섶에는 이곳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랄까 부추가 몇 포기자라서 하얀 꽃을 피웠다. 산 부추꽃은 일반 부추꽃과 다르며 보라색 꽃을 피우는데 하얀 꽃을 핀 부추는 우리 식생활에서 사용되는 일반 채소인 부추로 누군가 여기 살았던 흔적일 것이다.
원효봉에 올라 저 멀리 보이는 의상봉, 문수봉등을 바라다보며 또 한번 느끼는 아름다움의 절경과 바위를 갈아서 계단을 만든 것이 눈에 들어와 산이 훼손되어 있는 애석함이 희비를 엇갈리게 했다. 북한산은 산을 찾는 너무 많은 인파로 인해 산이 훼손되고 그로 인해 다니는 길목의 바윗돌들이 반들거릴 정도로 달아 윤기가 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 싶다.
북한산 바위에는 바위를 갈거나 철재를 박아 계단이 만들어져 있고 바위 타는 바위꾼들로 인해 볼트가 박혀 있는 곳이 많다. 물론 안전을 위해서겠지만 자연이 자꾸 훼손되어 가는 것 같아 산을 찾는 한 사람이면서도 안타까운 생각이 밀려온다. 내 자신 또한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으려 껌종이, 사탕봉지 하나 남기지 않으려 애는 쓰지만 알지 못하는 흔적이 분명 남아 있으리라.
나의 힐링의 장소, 기쁨의 산실, 어머니같이 정겹고 아버지같이 기대고 싶은 듬직한 산, 이 아름다운 북한산을 자연 그대로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는 있으려는지……. 북한산을 다녀올 때 마다 느끼는 안타까움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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