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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나무와 별빛의 아름다운 동행
  • 입상자명 : 강 소 라 경기 포천 송우고 1학년
  • 입상회차 : 9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어릴 적 나는 방학이면 할아버지댁에 머물렀다. 할아버지댁은 전라도에 있는 아주 작은 시골마을이었는데 오염되지 않은 순수함이 있는 곳이었다. 나의 할아버지댁은 마을에서도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다. 그리고 집 뒤에는 푸른 산이 있었다. 집이 너무 높은 곳에 있어서 올라가기 힘들었지만 집 뒤에 있는 산에 올라 바라본 마을의 모습은 그 고단함마저 잊게 만들 만큼 아름다웠다. 그래서 나는 그 아름다움을 좇아 시도 때도 없이 산에 오르곤 했었다. 그 곳에는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상쾌한 공기가 있었고 너구리나 멧돼지, 노루 같은 야생동물도 있었다. 실제로 나는 어릴 적 야생동물을 많이 보면서 컸다. 요즘에는 야생동물들을 만나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참 운이 좋은 아이였던 것 같다. 또 좀 더 올라가면 도랑이 있고 그 곳에서는 가재 같은 1급수에만 산다는 생물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어릴 적 나는 동네 아이란 아이는 죄다 모아 같이 그 도랑에서 물장난을 치다가 흠뻑 젖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는 산 속에서 어린 시절 많은 시간을 보냈던 만큼 산과 관련된 추억이 많다. 그 중에서도 ‘그 날’ 일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그 날’은 아주 날씨가 화창한 날이었다. 그래서 난 또 아이들과 뒷산에 올랐다. 도랑에서 장난도 치고 메뚜기도 잡고 한참을 깔깔대던 우리는 숨바꼭질을 하기로 했었다. 벌써 하늘이 어두웠지만 우리는 그저 더 놀고 싶을 뿐인 어린 아이였고 별다른 걱정 따윈 없었다. 나는 술래에게 잡히지 않겠다는 일념 하나로 더 깊숙이 산 속으로 숨어들어갔다. 사실 우리는 그 거대한 산을 우리의 놀이터쯤으로 여겼기 때문에 산 속이 위험하다는 생각을 단 한 순간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점점 깊숙이 들어가고 말았고, 어느 순간에 내가 걸음을 멈췄을 때는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친구들의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할아버지댁도 보이지 않았다. 거기다 이제 완전한 어둠이 내려앉아 앞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두려움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산에는 산짐승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어린 나이에 혼자라는 두려움 때문에 나는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말았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하늘의 별을 보았다. 그 곳에서 바라보는 별은 정말 아름다웠다. 초롱초롱한 빛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나는 어느 새 걱정과 두려움은 잊고 그 아름다운 별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마음이 진정되자 어둠이 짙게 깔린 속에서도 별빛을 받아서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 산의 정취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귀뚜라미 소리와 개구리 소리가 들려오고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지만,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그때 아빠의 외침이 들려왔고 난 그 자리에서 일어나 뛰어 달려갔다. 그리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어른들을 걱정시킨 대가로 아빠에게 크게 꾸중을 들었다. 하지만 아빠의 꾸중도 듣는 둥 마는 둥 그 때 그 아름답던 별빛과 산의 나무들이 주던 포근함만이 가슴 깊숙이 박혀왔다. 그 뒤에 난 그 아름다움과 포근함을 잊지 못해 가끔 어두운 산을 올랐고 할머니는 그런 나에게 여자아이가 무서운 줄도 모른다며 호통을 치셨지만 어두운 산을 오르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낮에 산에 오르지 않는 건 아니었다. 다만 그 때의 그 기분을 지울 수 없어 밤마다 더욱 산이 그리울 뿐이었다.
벌써 그 날의 경험은 어느덧 10여 년 전 이야기가 되었다. 나는 방학 때마다 시골에 내려가더라도 할아버지댁 뒷산을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산은 나에게 있어 나의 가장 순수한 시절의 추억이 담겨 있는 곳이라는 것은 변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비록 할아버지댁 뒷산은 아니지만 가끔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산을 올라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회상한다. 같은 장소는 아니지만 역시 맑은 공기와 나무들이 주는 포근함이 있어서 그 당시와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인간에 의해 훼손된 나무와 더 이상 그 때만큼 아름답게 빛나지 않는 별빛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 그들은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었는데 왜 우리는 그들을 다치게 해야만 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곧 추석이 다가온다. 추석이 되면 난 할아버지댁을 가게 될 것이다. 이번에 그 곳에 가게 된다면 어린 시절 나를 만나 보기 위해 산에 오를 생각이다. 사실 그 곳에는 내가 어렸을 때 심어 놓은 나무 한 그루가 있다. 내가 이렇게 자란 만큼 그 아이도 자라 있을 것이다. 분명 나는 그를 잊고 살아왔는데 그는 나를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기다릴 것이다. 그를 만나면 꼭 말해 줄 것이다. ‘잘 자라줘서 고마워….’ 그리고 그 나무 옆에 앉아 어린 시절 내 마음을 빼앗아 갔던 아름다운 별빛과 바람에 흔들리는 포근한 나무들을 만나고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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