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 프린트하기
입선 추억 속 순수한 향기
  • 입상자명 : 최 송 희 충북 충주 예성여중 1학년
  • 입상회차 : 9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후두둑-후두둑- 작년 이맘때, 상주에 계신 증조할머니댁에선 밤마다 들리는 밤송이의 소리가 정겹게만 느껴진다. 내일 아침이 되면 가마솥에 들어가 뿌연 연기를 뿜으며 물에 담그어져 있을 밤을 생각하면 군침이 돈다.
산과 풀, 꽃이 푸른 세상을 연상시키는 증조할머니댁에는 구름이 솟아오를 것만 같은 하늘이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차가 많고, 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자연의 순수한 향기가 증조할머니댁에는 수없이 흩어져 있다. 그리고 건강히 계실 외할아버지의 인자한 미소도 떠오른다.
명절을 맞이하여 할머니와 함께 마당에서 따온 깻잎, 상추, 방울토마토, 오이, 직접 담근 고추장을 싸들고 뒷산에 가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잔디밭의 모습이 푸르게 펼쳐진 하늘과 아름다운 모습이 보인다. 우리 집에서 보았던 분수와, 화려하게 가꾸어진 건축물이 꾸며주지 않아도 동산 아래 펼쳐진 마을에서는 정겨운 향기가 내 가슴 속에 살며시 스며들어온다. 옹기종기 무리지어 자리 잡은 파랑 빨강의 지붕에서는 가축들의 소리가 들리고 논과 밭에서는 이제 막, 노랗게 익어가는 벼들이 인사를 한다.
“송희야.”
할머니의 정이 배인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린다. 먼산을 바라보시는 할머니의 눈가에는 외할아버지를 걱정하시는 마음이 묻어나고 있다. 2학년 때, 외할아버지의 암으로 인해 그 누구보다 마음고생을 하셨던 할머니께서는 직접, 몸에 좋은 양파즙, 배즙, 쑥가루를 만들어 외할아버지의 건강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셨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때까지 나는 아버지와 함께 충주에 있는 집에서 어머니와 떨어져 있어야 했다. 조금의 서운함도 있었지만 하루마다 전화하는 어머니에게 항상 “할아버지는 이제 안 아픈 거야?”라고 천진난만하게 물어보았던 나는 할아버지의 밝은 웃음소리가 그리워 그랬나보다. 요즘에는 봄이 되면 돌아가신 증조외할머니댁에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가셔서 아침 저녁으로 밭일도 하시고 농사도 지으시면서 땅과 나무는 ‘싱싱한 채소’를, 숲 속의 바람은 외할아버지께 ‘웃음’이라는 향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하늘이 붉은색으로 물들어갈 즈음, 갈대 한 움큼을 손에 쥐고 동생과 손을 맞잡은 채 걷는 시골길은 주홍색 물감을 칠해놓은 듯 아름답다. 온 세상이 붉게 물든 모습을 나는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 수많은 벼들이 길가 옆에 나란히 심어져 있고, 내 키만큼 쌓아져 있는 돌담과 감나무가 어우러져 있는 시골의 모습이 몇 십 년이 지나도 항상 정다운 느낌으로 나에게 비추어졌으면 좋겠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서는 여름마다 많은 채소와 보양식들을 교통이 불편한 시골에서 자전거를 타고 우체국까지 나가 택배로 보내주신다. 항상 힘드시지만 앞으로 더 건강하게 자라라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져서 택배와 함께 쓰여 있는 편지를 보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따스해진다. 마치 단풍이 물들고 낙엽이 지던 시골에서의 은은한 햇빛처럼 말이다. 해마다 시골에서 보내주신 꽉 찬 상자 안을 들여다보면, 외할아버지께서 재배하신 자연산 꿀, 배추, 가지, 오이 등 너무나 많은 채소가 들어 있다. 가슴으로 느껴지는 사랑이 항상 감사하기만 하다.
자연의 소중함이란, 자연이 내게 있어서 행복함을 알려주는 고마움이다. 자연은 나에게 외할아버지의 안식처가 되어 주었고, 나의 추억이 되었다.
외할아버지께서도 건강을 되찾게 해준 자연의 고마움을 항상 사진에 담아 두신다. 감을 따기 위해 서로 도우려던 가족의 모습, 채소를 따다가 봉숭아물을 새기던 내 어릴 적 모습들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추억에 담으신다.
오늘따라 더욱더 그 동안 못 뵈었던 할머니의 마음이 느껴져 온다.
밤이 되면 자연 속에 지어진 흙방에 주무시면서 우리를 걱정해 주고 염려해 주시는 온기가 느껴져 난,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만족도조사
열람하신 정보에 대해 만족하셨습니까?
만족도조사선택

COPYRIGHTⒸ 산림청 SINCE1967.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