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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우리 잣 이야기
  • 입상자명 : 차 은 민 경기 평택 송탄여고 1학년
  • 입상회차 : 9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2009 년 9월 12일 토요일 맑음. 오늘은 학교 때문에 도시로 이사를 와서 십 년 동안 만나지 못한 할아버지를 뵈러 왔다. 오랜만에 오는 곳이라 그런지 정말 많이 변해 있었다. 어제 할아버지께서 알려주신 주소로 열심히 찾아서 갔는데, 가을이라 그런지 하늘은 높고 맑고 공기도 너무 좋았다. 도시의 공기는 매연 같을 정도로…. 이렇게 경치를 즐기며 할아버지댁까진 얼마 안 남았었다. 할아버지께서 마중을 나와 주셨는데 나는 급한 마음에 할아버지댁까지 전력질주했다. 역시 할아버지께선 반갑게 맞아주셨고 조금 후에는 할아버지께서 청년들이 잣을 따러 왔다면서 같이 가보지 않겠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어릴 때 보긴 했지만 잘 기억도 나지 않아서 거의 처음 보는 거라 얼른 따라가겠다고 했다.
떨어지는 잣을 피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잣나무 숲으로 출발했다. 산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이의 잣나무가 잔뜩 있었는데, 그걸 계속 올려다보니 목이 아팠다. 그도 그럴 것이 길이만 20~25m나 되는 잣나무들이니, 아파트 7~8층 정도로 높았다. 할아버지께선 옛날엔 이 잣이 신선이 먹었던 음식이라 했다고 말씀해 주셨고 또, 잣나무의 높이가 높은 것 때문에 잣을 따다가 돌아가신 분도 많다고 하셨다. 하지만 지금도 잣을 따는 방법이 따로 없어 역시 사람이 직접 올라가서 딴다고 하셨다.
어르신들이 잣을 따실 때 신발 끝에 뾰족한 못 같은 것을 달고(이 뾰족한 못을 사그리라 한다.) 올라가는 시범을 보이셨는데 정말 청설모같이 빠르게 올라가셔서 놀랐다. 그리고 내 옆에선 할아버지께서 설명을 해주셨는데, 제일 먼저 잡는 가지는 썩은 가지이니 안쪽을 잡아야 하고 잣나무는 가지가 많아 위에선 비교적 덜 위험하다고 하셨다. 하지만 내려올 때는 잣나무 가지가 연해서 휘어지기 때문에 사고가 많이 발생해서 위험하니 항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기 멀리서 잣을 따는 청설모들처럼 열심히 알맹이들을 주웠다.
잣을 다 딴 후에 돌아오는 길에 이장님의 잣 자랑을 들으며 왔다. 『성혜방』이란 옛 서적에서 “잣을 백 일을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300일이 지나면 하루에 500리를 걸을 수 있다. 심지어 오래 먹으면 신선이 된다.”고 나와 있으니 너도 잣을 많이 먹으라 하시면서 잣이 아토피, 기침, 변비, 신경통, 비만, 요즈음 관심이 많은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또 모유 부족에도 좋다고 하셨다. 잣나무 잎으로 무병장수하는 방법도 알려주셨는데 봄철에 깊은 산에서 잣나무 잎을 따서 가루를 낸 다음 찹쌀풀로 오동나무 씨 크기만하게 알약을 만들어 하루 세 번 밥 먹기 전에 30알씩 복용하면 마음이 안정되고 간이 튼튼해지고 양기가 강해지며 흰 머리가 다시 검어지고 눈과 귀가 밝아져서 장수할 수 있다고 하셨다. 잣나무 잎으로 이렇게 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이 마을 어르신들을 보면 흰 머리가 잘 보이지 않아서 나중에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좋다 해도 하루에 20g은 넘지 않게 먹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마을 회관에 돌아와 딴 잣은 일단 말린 후에 드라이버 같은 것으로 송이 껍데기를 젖히며 빼내는데, 반드시 장갑을 끼고 빼야 한다. 그 이유는, 진이 손에 묻으면 씻어도 잘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잣이 나오는데 이 잣을 피잣이라고 한다. 상품으로 팔 때는 선별기를 통해 크기를 나누지만 우리는 체험하러 온 분들과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음식도 해먹을 거라 못 먹을 것만 추려내고 그냥 다 사용했다. 잣으로 할 수 있는 요리는 잣죽밖에는 몰랐는데, 잣으로 술도 담가먹고(궁중에서도 귀히 쓰일 정도로 좋은 것이라고 하셨다.) 생으로 먹는 것은 물론이요, 잣엿도 있고 잣과자도 있다고 하셨다. 특히 잣과 현미찹쌀로 함께 쑨 죽은 그 효능을 배가한다는 말을 듣고 잣이 쓸모가 많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따는 어려움에 비해 잣값이 썩 좋은 가격이 아니라서 잣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셨다. 또 중국산과 구별을 못해서 피해를 보기도 한다고 하셨다. 중국산 잣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 국산 잣의 느낌이 없고 고소함과 잣향이 적거나 거의 없으며, 잣의 씨눈 부분의 껍질이 그대로 붙어 있는 것이 많다고 한다(가평마루의 백잣은 씨눈 부분이 대부분 제거되어 있다). 밝은 미색인 국산 잣과는 달리 회백색이거나 흐린 갈색인 경우가 있기도 한다. 어떤 곳에선 수입 잣을 국산 잣과 혼용하여 판매하는 경우도 있어서 신뢰할 수 있는 곳에서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셨다.
마을에 놀러 오신 청년들이랑 잣을 따는 것, 어르신들의 이야기들. 너무 너무 좋은 추억을 쌓아가는 것 같았다. 어릴 때의 새로운 꽃 이름을 아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며칠 있으면 다시 학교로 가고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더, 아니 매일 매일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잣에 푹 빠져서 할아버지댁을 갔다와서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잣에는 정말 우리에게 유용한 것이 너무나 많았다. 물론 다른 좋은 것들도 많지만, 나는 알려지지 않은 잣의 유용성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잣을 애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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