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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숲에서 찾을 행복을 그리며
  • 입상자명 : 유 영 은 강원 강릉 강일여고 2학년
  • 입상회차 : 9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오늘도 하늘은 청명하고 솔의 향이 잔잔한 파도를 타고 유람한다. 나는 숲을 거닐며 또다시 희망을 전해본다. 그래도 참 다행이다.
변하지 않고 하늘은 푸르고 우리들의 자취가 그대로인 숲이 있으니.
우리 엄마는 나랑 함께일 때가 가장 행복하고 이 숲에서의 삶을 감사하게 여기며 살자고 했다. 또한 엄마는 나를 사랑하고 이 숲을 존경한다 했었다.
우리 세 가족은 바람 부는 들판을 좋아했었고 어린 소나무를 심어놓고 정성스레 가꾸며 멋진 트리를 만들어 보자는 소박한 꿈도 있었다.
가족의 틀이 든든했으며 자연과의 어울림이 아름다웠던 우리였다.
어느 날, 나는 마당을 기어오시는 상처투성이의 아버지를 보게 되었다. 처절했다. 피가 솟아오르는 왼쪽다리를 부여잡고 마지막 기력이 다한 듯 그대로 정신을 놓으셨다. 3일 후 정신을 찾은 아버지 말로는 뺑소니라 했다.
아버지의 실책도 아니고 뺑소니 사건이기에 더더욱 비통하고 참담할 수밖에 없었다. 몇 번을 망설이다 처음으로 아버지의 곁에 갔을 때 아버지는 소리쳤다. 창피하니까 다가오지 말라고, 이제 너에게 아빠는 없다고. 상처가 깊은 아버지는 몰랐다. 그 때 꼬마가 얼마만큼의 관대함으로 가족의 눈물부터 닦아주려 했는지, 조그마한 손으로 몇 차례의 눈물을 닦아 냈는지를 말이다. 그 후 엄마는 이 숲과 나를 떠났다. 자신의 복잡한 마음과 다르게 푸르기만 한 산을 마주하기 버거웠으리라. 마음만 훌쩍 커버린 난 엄마 앞에서 당당히 말했던 기억이 난다.
“엄마, 이 숲에서 기다릴게. 엄마가 좋아하는 산새들까지 못 떠나게 매일 지키고 있을 테니까 언제든지 오기만 해.”
엄마는 대답이 없었고 얼른 나를 외면하며 버스에 올랐다.
다행히 많이 아파하며 세상을 등지던 아버지는 다시 두 발로 걷고 싶다며 나와 함께 매일 이 숲을 지켰다.
약간의 절뚝거림은 있지만 빠른 회복을 보이며 나를 기쁘게 하기도 하셨다.
오늘도 아버지와 한 차례 등반을 한 후 가쁜 숨을 내뱉는 나다.
“와, 아빠 정말 대단한 거 알아요? 의사선생님도 이건 기적이래요, 아무래도 아빠 완치되면 정식으로 등반해 보는 건 어때요?”
“요 녀석이, 이젠 아빠한테 농담도 던지고 다 컸네.”
“제가 언제 다 컸는데요! 이렇게 예쁘게 다 큰 거 이제 아셨어요? 하하하.”
3년 전만 해도 이름까지 붙여 놓았던 산새들이 떠나가고 또 다른 새들이 날아올 때마다 나는 울어야 했다. 새들의 노래가 바뀌면 혹시라도 엄마가 왔다가 다시 돌아갈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야 알게 되었다.
엄마가 떠난 뒤로 새들의 화음이 맞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을. 항상 마지막 화음은 엄마의 몫이었음을 말이다.
이제 나는 몇 해 전 숲을 지키겠다던 꼬마의 비장함에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여유로움도 갖추게 되었고 내가 지켜야 하는 건 숲이 아닌 엄마의 자리임을 알게 되었다.
벌써 해가 저물어 간다. 오늘도 엄마가 돌아오진 않았지만 저 숲처럼 묵묵히 나와의 싸움을 견디며 기다릴 것이다.
주어진 환경이 부족하다고 실망을 하기엔 아직 경험하지 못한 팔도 금수강산이 너무 많지 않은가? 나는 고난과 역경 하나에 강산 하나를 디디며 힘차게 인생을 꾸려나갈 생각이다. 숲처럼 한결 같고 울창하도록.
석양빛에 그려본다. 언제나 힘이 되는 숲과 다시 찾을 꿈에도 그리운 사랑하는 가족의 행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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