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봄날 오후
선생님 목소리가 가물가물
아지랑이 되어 귓가를 간질이면
창밖으로 멀리 시선을 던져본다
어느 틈엔가 산에 분홍물감을 엎질러 놓았을까
화선지 먹물 배이듯
분홍 진달래꽃 번져가고 있다
가슴이 뛴다
“탁탁”
선생님 소리
칠판으로 고개를 돌렸다
초록색 칠판에도 활짝 핀 분홍빛 세상
툭 튀어 나올 것 같은 진달래
내 가슴에도 꿈틀꿈틀 봄빛이 가득 출렁거리다
넘치고 넘쳐 운동장 한 바퀴를 돌고
머리에 수건 쓴
아낙의 몸을 휘감고
구수한 흙냄새를 한 번 훑고
다시 산으로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