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 프린트하기
입선 내 가슴에 심어진 ‘무룡산’ 사랑
  • 입상자명 : 박 소 희 울산 연암중 3학년
  • 입상회차 : 9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우리 집은 무룡산 아래에 있다. 주변에 산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자라면서 깨달았다. 가끔 멋진 풍경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밖으로 나가서 무룡산의 능선을 보는 것도 그래서다. 축복을 고스란히 누리기 위함이다.
무룡산. 춤추는 용의 형상인 산. 그 산에 불꽃이 무섭게 춤을 추었던 날이 있다. 2002년 2월 14일. 벌써 일곱 해 전의 일이다. 나도 그 때는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불이 난 후의 산은 폐허였다. 그러면서도 방안에 있으면 무룡산이 화마에 타버렸다는 생각은 잊고 살았다. 곧잘 아름다운 능선과 어우러진 예쁜 하늘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가곤 했다. 곧 소스라쳐서 들어온 것이 몇 번이었는지 모른다. 옛날에 있던 무룡산의 푸르고 싱싱한 모습은 어디로 사라져버렸는지 아쉽기만 했다. 대신 시커멓고 커다란 잿더미들이 무룡산을 ‘용이 춤추는 산’이 아니라 ‘용이 불탄 산’임을 더욱 각인시킬 뿐이었다.
무룡산은 우리 마을을 지켜주고 있던 ‘장승’ 같았다. 지금도 산이야 그대로지만 이제 겨우 불탄 나무들로 뻐끔하던 자리들이 푸르게 살아나고 있을 뿐이다. 무룡산이 재가 되어, 반은 날아가 버린 것 같아 왠지 모를 두려운 마음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혹여 다른 지역에서 가뭄이나 홍수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뉴스를 볼 때면 우리 마을이 복 받은 곳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다.
그 때만 해도 나는 어린 나이였지만 나무심기는 신이 났다. 조금이라도 무룡산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어린 나무들을 심으러 가족들과 함께 산에 다녔다. 처음에 타버린 산을 봤을 때는 내가 여태까지 보았던 푸르디푸른 무룡산은 꿈과 상상 속의 모습인 것 같았다. 그 커다란 검정빛 세상이 며칠 전만해도 만물이 피어나는 신기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니 너무나 안타깝고 믿기지 않았다. 또한 예전에 느꼈던 맑고 시원한 바람도 산이 탄 후에는 짙은 모래바람이 내 살갗 위에 추적추적 내려앉는 것 같은 기분 나쁜 느낌만 들었다. 하지만 그 안타깝던 처음을 뒤로하고 하나, 둘 열심히 나무를 심다보니 검정빛 세상에서 초록빛들이 하나, 둘 돋아나기 시작했다. 물론 무룡산이 빠르게 초록빛을 찾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무룡산을 위해 나무기증운동을 펼치며 잃어버린 빛들을 찾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파랗던 산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될 수 있나 몰라. 산불 원인이 뭐래요?” “담뱃불 때문이라는 사람도 있고, 밭두렁 태우다가 산까지 태웠다는 사람도 있고 도통 알 수가 없네.”
엄마께서 원망하는 듯한 말투로 말하셨다.
“글쎄요. 산불 낸 사람이 누구든 저는 무룡산에서 먹는 것, 마시는 것 많이 얻어갔던 사람인데, 이렇게 타버리고 나니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네요. 이렇게 소중한 곳을 누가 이렇게 함부로 다뤘는지, 그래도 우리들은 이렇게라도 불편을 겪어 봐야 해요. 이렇게라도 산에 대한 고마움을 알아야지 언제나 알겠어?”
옆에서 나무를 심으시던 아주머니께서는 다 고마운 줄 모르는 우리들의 잘못이라 하며 묵묵히 또 다른 나무를 심으셨다.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이렇게 산불이 나지 않아 여태까지 우리가 산이 없는 불편함을 모른다면 그 상태 그대로 산의 아름다움과 고마움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나는 무룡산의 산불을 계기로 산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들은 그 마음을 생각하며 또 다시 수많은 나무들을 심었다. 손톱 밑에 흙이 잔뜩 묻은 채 나무를 구덩이에 넣고 물을 바지런하게 준 덕분에 무룡산은 다시 푸르른 산의 느낌을 뽐내고 있다.
그 후 우리 가족은 거제도의 외도라는 섬에 가게 되었다. 외도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색색이 만발한 꽃들 하며, 상쾌한 바람은 온몸을 휘감으며 노래를 불렀다. 오죽하면 그 곳에서 유명한 드라마 촬영이 이루어졌을까. 그 멋진 외도의 모습을 보니 무룡산도 외도처럼 예쁘고, 모든 사람들이 한눈에 반할 수 있게 꾸미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외도는 형형색색 화려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무룡산도 그 특유의 고상하고 깨끗한 아름다움이 있다. 어렸을 적 무룡산의 잿더미 위에서 열심히 나무를 심었는데, 그 나무를 하나씩 심을 때마다 우리 산을 사랑하는 마음도 내 가슴에 하나하나 심어졌나보다. 지금의 나는 왠지 나의 산인 무룡산의 고고한 아름다움이 더 향기롭게 느껴진다.

만족도조사
열람하신 정보에 대해 만족하셨습니까?
만족도조사선택

COPYRIGHTⒸ 산림청 SINCE1967.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