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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어머니
  • 입상자명 : 금동희
  • 입상회차 : 15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나는 공부를 꽤 잘했다. 선생님들도 나를 좋아하셨고, 동네 어른들도 나만 보면 우리 동네에 인재가 났다고 늘 말씀하셨다. 어머니도 내가 자랑스러우신지 어딜 가나 내 자랑뿐이었다.
나는 평소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책이 가득 든 가방을 메고 학교로 뛰어갔다. 자리에 앉자마자 책을 폈다. 나는 다른 아이들처럼 자거나 하지 않는다.
어느덧 공부에 집중하고 있을 때 아이들이 하나 둘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시간이 어찌나 빨리 가던지 교실은 꽉 찼고 조례를 하기 위해 선생님은 오른손에 출석부를 들고 들어오셨다.
“다음 달 9월 첫째 주 월요일, 시험을 쳐서 우리 학교 대표로 수학 경시대회에 나갈 학생을 뽑는다. 다들 놀지만 말고 열심히 준비해 오도록! 자지 말고! 오늘 조례는 여기서 끝”
선생님이 문을 열고 나가셨다.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곧 학교 대표로 경시대회에 나갈 아이를 뽑는다니’
학교에서는 늘 내가 전교 1등은 도맡아 했다. 1등의 압박감 일까? 꼭 경시대회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온통 경시대회 생각뿐이었다. 항상 전교 1등을 노리는 윤이가 날 제치고 경시대회에 나갈까? 윤이는 학원까지 다니니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학교를 마치고 놀자는 친구의 말에도 나는 집으로 달려갔다. 어머니께 학원에 보내달라는 말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구멍 난 양말을 꿰매고 계셨고 나는 입을 열었다.
“어머니 저도 학원에 다니고 싶어요. “
어머니는 꿰매던 양말을 내려놓고 곤란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요즘 형편이 많이 어렵단다. 다음에 보내 주면 안 되겠니?”
나는 어머니께선 당연히 학원에 보내 주실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보내주지 못한다니 나도 모르게 목소리 커지면서 어머니께 화를 냈다.
“학원 하나 보내주지 못하시는 거예요? 다른 애들 다 다니는 학원 하나 못 보내줄 만큼 가정형편이 그렇게 어렵냐고요?”
어머니는 이내 미안하다는 말씀만 할 뿐. 나는 문을 쌔게 쾅! 닫고 뛰쳐나갔다.
나는 괴롭고 힘들 때마다 집 뒤에 있는 산을 찾는다. 산에 가면 마음 한구석이 편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산을 보아도 울창한 숲을 보아도,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고개를 들어 봐도 눈에 힘을 주어 봐도 아무리 해도 눈물은 쉴 틈 없이 흘러나왔다.
어쩔 수 없다. 형편이 어렵다니까 악바리로 공부할 수밖에 하루 24시간,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말고는 대부분은 수학 공부하는데 섰던 것 같다. 선생님을 쫓아다니면서 물어 보고 물어 보고 내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었고 이기고 싶었다. 한 달은 금방 흘러갔다.
선생님은 수학 시험지를 나누어 주셨고 내 입술을 바짝바짝 말랐다. 손에 땀을 어찌나 나던지, 몇몇 아이들은 포기하고 자는 아이도 있었고 내 라이벌 윤이는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경계하는 듯싶었다. 한 문제 두 문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종 치는 소리와 함께 맨 뒤에 있는 사람이 시험지를 거둬갔다. 꽤 만족했다. 선생님을 교탁에 시험지를 탁탁 치면서 말씀하셨다
"결과는 오늘 종례시간에 나온다. 다들 수고했다“
종례시간까지 8시간 너무 신경 쓰여서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고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수업시간에도 수학 책을 힐끔힐끔 실수한 건 없는지 시험지를 다시 떠올려 보기도 일쑤였다.
종례시간, 선생님을 시험지를 들고 오셨다. 두근두근했다. 드디어 선생님의 입이 떨어졌다
“성열이가 이번 경시대회에 나가게 됐다”
한순간 어리 둥절했다. 아이들은 큰 박수소리와 한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내가 진짜 경시대회에 나간다니 믿기지 않았다. 이 기쁜 소식을 빨리 어머니께 전해드리고 싶었다. 가방을 한쪽으로 메고 종이 치자마자 달렸다. 방문을 열고
“어머니! 저 경시대회 나가게 됐어요!”
어머니는 나보다 더 기뻐하셨다. 어머니의 첫 마디는 ‘잘했다’ 가 아니라 ‘미안하다’였다.
“미안하구나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늘 이렇게 잘해주다니”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차마 어머니께 우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없었다.
“아니에요. 감사해요. 저 잠시 뒷산에 다녀올게요.”
저번과 똑같은 자리 똑같이 울면서 올라갔다. 하지만 그때와 나는 달랐다. 울창한 숲을 바라보았다. 나무가 셀 수 없이 많았다. 어머니가 떠올랐다.
‘저 나무는 어머니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 저 나무는 어머니가 나에게 미안한 마음, 셀 수 없이 많았다. 숲은 어머니처럼 나를 꼭 안아주었고, 나를 편안하게 해 주었다. 산은 꼭 어머니 같았고 산속의 울창한 숲은 어머니의 마음 같았다. 빈틈없이 나를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 만으로 나는 충분히 기뻤다. 경시대회 상 따윈 필요 없었다. 저 산처럼 이 숲처럼 나에겐 어머니만 있으면 된다. 산처럼 안아줄 나무처럼 품어줄 그런 어머니만 있으면 나는 아무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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