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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나의 숲
  • 입상자명 : 장유진
  • 입상회차 : 15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나는 어릴 적부터 숲을 동경해 왔는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앨범을 뒤적여 보면 페이지마다 휴양림에서 찍은 사진이 항상 자리 잡고 있다. 그건 아마도 아기 때부터, 숲에서 자연을 배우고 사람을 배우면서 미래를 정하라는 엄마의 예견이 함께하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18살의 나는 ‘숲으로 출근하며 살아가길’ 꿈꾸고 있다.
제 작년 여름, 먼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시는 아빠를 뵈러 장흥으로 향했다.
나들이에 기분은 들떴지만 내심 산보다는 바다로 가고 싶은 어린 마음이 있던 때였다. 편백나무 숲을 오르고 좋은 공기를 마시면 마음이 맑아질 거라는 엄마의 말씀이 지루하기만 했던 나는 숲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졸다 깨다를 반복하기만 했다. 하지만 숲에 도착했을 때는, 거대하고 울창한 숲에 압도되어 내 자신이 참으로 작은 존재라는 게 느껴져 더 이상 불평불만을 할 수 없었다.
편백나무가 우거진 숲을 거닐며 나는, 오래전부터 숲에서 살아온 아이마냥 즐겁게 뛰어다녔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편백나무 숲에서 느꼈던 청량감과 마음을 편하게 해줬던 숲의 모든 것을 떠올리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나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해준 그 숲은 전국적으로 유명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했다. 단순히 숲일 뿐인데, 왜들 그렇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멀리서부터 찾아오는 걸까? 내 생각엔 사람은 자연과 함께할 때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숲이야 말로 가장 완전하고 꾸밈없는 자연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결국 사람들은 자신의 본 모습을 찾고 진정한 자연으로서의 내 모습을 보기 위해 숲을 찾아오는 게 아닐까?
MBN에서 방송중인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을 본적이 있다. 도시를 등진 채 가족과 떨어져 숲에 집을 짓고 살아가며 스스로 자신을 자연인이라 칭하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그들의 삶을 조명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이다.
방송에는 매주 색다른 자연인들이 출연한다. 사람 사는 모습은 각자 개성이 있다는 걸 방송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는데 산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 오소리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산에서까지 괴짜처럼 살아가는 사람, 산이라는 웅장한 자연 속에서도 자신만의 법을 세우고 지켜가며 살아가는 사람까지. 하지만 각자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는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바깥세상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받기 위해 산을 찾았고 산에서 살아가면서 언제나 사람을 그리워하며 살고 있지만 자신을 자연의 일부로 인정하며 산에서의 삶을 남은 인생의 숙명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산에서 받고 있는 치유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단순히 등산을 하며 받는 치유와는 분명 다른 것일 거다. 그들은 도시를, 도시가 아닌 바깥세상이라 칭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치유란 자연과 하나 되어가는 과정을 뜻 하는 것 같다.
집에서 20분정도 거리엔 나의 18년 인생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주 낮지만 많은 사람들의 추억을 담고 있는 동산이 하나 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아빠 손을 잡고 걷던 부드러운 흙길은 좀 더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되었고 산위엔 전보다 더 많은 운동기구들이 생겼다. 사람들은 입맛에 맞게 산을 고쳐가고 있지만 산은 항상 그 자리에서 변하지 않고 우리를 맞아주고 있다. 그 낮은 산에서는 과자 한 봉지를 먹어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어느 날은 놀랍게도 꿩하고 마주쳤는데 그 기억은 어린 나에게 놀라운 꿈이었고, 그 시절의 놀라웠던 감정은 지금도 심장을 파르르 떨리게 하는 신비한 경험이었다. 나는 가끔 이것조차도 부모님이 예견한 나의 추억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의 고향은 충남 논산이다. 지금 논산은 옛 모습을 찾기 어려울 만큼 개발됐지만 오래전, 정확히 엄마의 유년시절을 함께했던 논산은 지금보다 더 울창한 숲이 존재했고 많은 아이들의 최고의 놀이터이자 삶의 일부였으리라. 그래서 엄마는 당신이 숲에서 얻은 추억을 자식들에게도 물려주고 싶어 산이 있는 동네로 터를 잡았다고 말씀하시곤 한다.
최근 도시에 숲을 조성한다는 기사를 쉽게 접할 수 있는데 도시숲을 조성하기 위해선 굉장히 많은 금액과 인력을 필요로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굳이 도시에 숲을 조성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월군에서는 경작지로 사용되던 산림에 37종의 2만 5천 그루가 넘는 수목을 식재해 ‘능말 도시숲’으로 다시 복원한 사례가 있다. ‘능말 도시숲’은 생태체험학습장으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또 전라남도에서는 경관숲을 조성하기 위해 166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하였고 2016년에는 238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대체 사람들이 숲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환경적인 이유도 크겠지만 나는 어른들이 나의 엄마의 마음처럼 자신들이 어릴 적 숲속에서 받았던 선물들을 부디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에 도시 숲 조성에 온힘을 다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숲속에서 도토리를 찾았을 때의 놀라움, 떨어진 밤을 발로 비벼 통통한 알밤을 코트 주머니에 넣으며 즐거워하시던 엄마의 얼굴,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억새사진을 연신 찍으시던 아빠의 뒷모습 등 대단한 기억은 아닐지라도 평생 가슴속에 담아둔 채 삶이 고단할 때 즈음 한번씩 꺼내보며 웃음 지을 수 있는 추억을 선물해주고 싶은 어른들의 마음은 아닐까
숲을 사랑하고 시골길을 걸을 때면 들꽃의 이름을 일러주던 엄마의 손에서 자란 나는 어느새 18살이 되었고 수많은 꿈을 갖고 포기하길 반복했다. 그리고 결국엔 나무를 연구하고 고치며 숲으로 출근하는 사람이 되길 소망하고 있다. 아무래도 유년의 기억이 가득한 숲속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인간의 본능인가보다.
사실 이건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는 모두 숲속에서 자랐고 숲을 동경했으며 나뭇잎의 규칙성을 유심히 관찰 했을 것이며 숲의 동물과 이야기 나누길 소망 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숲으로 돌아가는 날을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숨쉬어온 산부터 사람의 힘으로 조성된 산까지, 산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대자연이다. 그리고 언제나 인간을 감싸안아주며 추억을 선물해준다. 어쩌면 숲은 이미 태초부터 인간을 품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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