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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푸른산이 보고싶다
  • 입상자명 : 안재우 경남 거제 계룡중 2-9
  • 입상회차 : 6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나의 기억 속 자연은 내가 여섯 살 때부터 시작된다. 나의 집은 아직 발전이 미미한 거제도의 신현이란 간척된 땅에 위치했다. 나의 집은 열 동 정도의 아파트 단지였으나, 주변에는 빈 공터와 논밭, 몇 개의 상가, 멀찍이 보이는 조선소뿐이었다. 우리집 오른쪽에 보면 다리 하나가 있었는데 그 다리를 넘으면 수월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그곳 너머는 나에게는 놀이터이자, 신비의 동산이었다.

그 너머에는 전형적인 산이 있는 농촌이 있었다. 하천이 흐르고, 그 주위에 밭과 계단식 논이 있었다. 봄이면 농부가 땀을 흘리며 모내기를 하는 것을 보며 신기해했다. 논 사이로 왔다갔다 다니는 올챙이는 어찌나 빨리 움직이는지 내가 눈을 크게 뜨고 따라다니게 했다.

어느 날 한 번 나는 올챙이 십여 마리를 잡아서 집으로 들고 왔고 그것을 길렀다. 먹이로는 무엇을 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올챙이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뒷다리가 나오고 앞다리가 나왔다. 그러자 꼬리가 긴 개구리들이 집안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할 수 없이 열심히 개구리들을 잡아 다시 논에 놓아줬다. 그런데 이것이 무슨 일인가. 내가 키운 개구리들은 자연이 키운 개구리들의 반밖에 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일로 하여 동물에게 가장 좋은 보금자리는 자연이란 걸 알게 되었다.

여름이면 나는 나의 아지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나의 아지트는 산속 계곡이었는데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곳이었다. 그곳은 내가 ‘아, 이런 것이 자연이구나’하는 생각을 가지게 해준 곳이다. 여름이면 다리 밑에는 엄청난 양의 송어떼가 지나다니곤 했다. 나는 그것을 보고 놀라기도 하고,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신기해하기도 했다. 아무도 없는 계곡이 싫증날 때면 하천에 가서 놀았다. 하천에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도 있었고, 생물들도 많아서 심심해진 나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하천의 구석에는 송사리들이 무리지어 있었고, 돌 밑에는 가재들이 숨어 있었다. 가을이면 나는 농부들이 추수하는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곤 했다.

하지만 이런 생활은 별로 오래가지 않았다. 일곱 살이 되자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기 때문에 별로 놀러갈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 후 나의 집 주변은 엄청난 발전과 개발을 거듭했다. 우리 집의 바로 앞에는 초등학교가 생겼으며, 엄청난 양의 아파트단지, 상가들이 생겼다. 발전과 개발은 다리 건너편의 재미의 동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순식간에 밭과 논들은 아파트로 변하고, 음식점으로 변했다. 다만 산에 계단식 논 몇 마지기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나는 더더욱 시간이 여유롭지 않게 되었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다니지 않아서 나의 아지트를 잃었다. 또 건물 때문에 입구가 작아진 하천은 물이 고여 썩어 들어갔다. 농약 때문에 올챙이는 갈수록 보기가 힘들어지고 송어는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산에 있는 나무들은 벌목되었고, 그곳에는 시멘트와 철근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생겼다.

중학교 2학년이 된 지금 나는 옛날을 회상하며 감상에 빠지곤 한다. 그때 자연은 나에게 있어 가장 좋은 선생님이었으며 놀이터였다. 하지만 자연은 우리나라의 국토개발 때문에 망가져 버렸다.

우리나라는 어떠한 길을 걸어가야 하는가, 자연보호인가, 아니면 국토개발인가. 한국이라는 자그마하고, 사람 많은 나라에서 말이다. 또 그렇다고 해서 자연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사계절이 뚜렷하고 계절마다 삼천리가 아름다운 나라에서 ‘삼천리’를 포기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아깝지 않은가. 우리는 자연과 어우러진 개발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것은 무척이나 어렵고 고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빌딩으로 뒤덮인 서울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청계천이 있지 않은가?

나는 내 방의 창문으로 아파트와 상가들로 둘러싸인 가로등을 보면서 이 글을 쓴다. 창문을 열었을 때 푸른 산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는 모습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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