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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굽은 소나무
  • 입상자명 : 정 은 빛 전남 영암 삼호서중 3-2
  • 입상회차 : 6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영암 덕진면 노송리에서, 감나무가 많은 집으로 유명한 우리 할머니 댁은 푸른 나무가 무성하기로 영암 시내에 소문이 자자하다. 때로는 사진작가들이 와서 집의 풍경을 칭찬해 주며 사진을 찍어가기 일쑤인 할머니 댁을 아버지는 자랑스러워하신다.

약사이셨던 할아버지는 집 앞 정원에 커다란 동백나무와 살구나무, 감나무, 무화과나무 등을 직접 심고 가꾸셨다. 여름이 되면 온 집이 초록바탕으로 물들여질 만큼 여름향기가 물씬 풍기는 정겨운 집을 할아버지는 바라셨고, 20년이 지난 지금 할아버지의 꿈은 이루어졌다. 또한 집 위의 큰 산으로 약초를 캐러 다니시면서 푸른 숲을 위해 뮌?나무를 심으셨다. 그리고 내 나이 어린 시절에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우리는 할아버지의 부탁대로 할아버지가 자주 다니셨던 그 큰 산으로 보내드렸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어느덧 15년이 되어 가는 지금 여름이 지나 추석이 되기 2~3주 전이면, 아버지는 항상 벌초를 하기 위하여 할아버지 산소를 찾으신다. 작년에는 한번쯤 할아버지 산소 벌초하는데 따라가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면서, 우리를 데리고 할아버지 산소를 찾았다. 벌초하는 동안 나와 동생은 아빠를 도왔다. 베어진 풀을 치우며 아버지의 수고를 덜어드렸다. 벌초가 거의 끝날 무렵, 아버지는 전정가위를 손에 들고 산소 주위의 나무를 가지치기하셨다. 그래서 나와 동생은 신기해서 아빠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것은 고모들 나무고, 이 나무가 아빠 것이란다.”

앞의 동백나무 5그루를 가지치기하며 제일 끝에 있는 소나무를 가리키셨다.

“이건 희숙이고모, 이건 선희고모, 이건 선난고모, 이건 선옥고모, 이건 선미고모.”

동백나무를 가지치기하면서 나무마다 나무 임자 이름을 대면서 아빠는 즐거워하셨다.

“근데 왜 아빠만 소나무에요?”

“할아버지가 고모들에게는 푸른 잎 사이의 붉은 꽃처럼, 아름다움이 필요할 때 표현할 수 있을 만한 아름다움을 가지라는 뜻에서 고모들 수에 맞게 5그루 심었단다. 그리고 아빠에게는 항상 곧게만 자라라고 소나무를 심어준 거란다.”

나는 뜻 깊은 할아버지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여섯 남매 중에서 막내아들로 태어나신 아버지는 다른 사람들이 보면 ‘귀하게 자랐을 것 같다’고 말하곤 하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와 반대로 무척 엄하게 자라셨다. 고모들과 달리 정겨운 말 한마디 건네주지 않으셨던 할아버지는 하나뿐인 아들이 남에게 의지하는 무책임한 아들이 되지 않길 바라셨다. 스스로가 자신을 개척할 수 있는 곧은 소나무처럼 사철 푸르러서 누구나 사랑할 수 있는 나무처럼 아버지를 그런 곧은 사람으로, 큰 의미로 키우셨다.

그런 깊은 뜻을 아신 아버지는 1년에 두 번씩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벌초를 하신다. 할머니가 힘들게 왜 사람을 시키지 않고 직접 하냐고 하시면,

“아버지 산소라도 제가 해야죠.”

라고 하시면서 아무리 더운 날이라도 손수 벌초를 하신다. 그러면서 산소의 나무들을 직접 가지를 치신다. 그러면서 할아버지의 깊은 뜻과 살아 생전 따뜻하게 해드리지 못했던, 못난 아들을 반성하면서 할아버지에게 말을 건네신다.

“아버님, 저는 어쩌면 굽은 소나무인지도 모릅니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속담을 아빠는 생각하셨는지 모른다. 할아버지에게 있어 아빠는 말 안 듣고 공부 안 했던 말썽꾸러기, 불효자식이면서 잘나지 못한 후회를 아빠는 ‘굽은 소나무’로 표현하곤 하셨다.

그리고는 할아버지 산소의 벌초가 끝나고 오는 길에 우리에게도 나무를 심어줄 테니깐 다른 나무처럼 곧게 자랄 수 있겠냐고 웃으시던 아버지의 웃음 속에서, 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약사이면서도 항상 나무를 사랑하시던 할아버지. 어쩌면 나무를 심으러 산에 오르셨던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는 자식들과 가족을 생각하면서 오르셨을 것이다.

작았던 나무가 점점 자라서 큰 숲을 이룰 수 있듯이 우리 또한 나 혼자의 삶에서 남을 위한 삶, 봉사할 수 있는 푸른 숲이 되어야 한다. 그런 숲이 되기 위해서는 거친 비바람과 장대비를 이겨내는 과정이 있겠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푸른 숲을 이루는 것은 아름다운 일일 것이다. 이러한 나무의 가르침은 위대한 자연의 교육일 것이다.

돌아가셔서도 나무가 되어 정성과 사랑을 베풀고 지켜주시는 할아버지처럼, 나도 남을 위해 살아가는, 남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하여 우리 삶의 주변에 푸른 숲이 되고 싶다.

돌아오는 길, 할아버지 산소 곁에 서 있는 ‘아빠 소나무’ 솔가지 사이로 바람이 분다. 청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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