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의 토요일
우리 부부는 늦은 점심을 하고
한가로이 망운산에 올랐습니다.
남편은 선생님처럼 앞서 호령하고
나는 한참 뒤쳐져서도 숨이 턱에 차
헉헉거립니다.
그렇게 두어 시간 후
심심했던 바람이 “쏴~아”
동무하자며 눈짓하는 곳
망운산 정상입니다.
흐느적거리던 내가
“와아! 패랭이 꽃이다”라고 소리칩니다.
남편은 살며시 다가가
그 여린줄기 한아름 잘라
내 등산모에 꽃아 주며
“이쁘다”라고 미소 짓습니다.
남편의 그 말에 신이나
몇 걸음 앞서 내 달리던 내 눈에
또 패랭이꽃이 보입니다.
“한 송이 더 꽂아봐요.”
“안돼.”
“왜요?”
“다른 사람도 봐야지.”
그렇군요, 다른 사람도 봐야 하는 군요.
아! 남편의 그 한마디에
십사년 결혼생활 늘 좁쌀영감에
잔소리쟁이라고 쫑알거리던
내 마음이 봄 눈 녹 듯 다 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