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공책입니다. 씨감자 파종하기 좋게 보습 지나간 자리 햇살 머무는 곳 마다 거름 냄새 가득합니다. 쓰고 그리기에 맞춤한,
소작농이었던 아버지에게도 빽빽하게 잎 나부끼던 밭이 있었습니다.
가락지 같은 얼음이 우물 안에서 자라던 날 이랑에서 이랑으로 흘러 다니던 한 농사꾼 며칠 앓던 신음을 데리고 감자밭 귀퉁이에 파종되었습니다.
품앗이 하듯 모여들어 한 겨울의 이른 파종을 마치고 이삭 줍듯 유품을 정리다하 거기, 씨앗 묻듯 또박또박 눌러 쓴 농사일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감자가 싹을 틔우고 어는 페이지에서는 논에 피를 뽑고 또 어느 페이지는 가뭄으로 속이 타고 수십 장에 적힌 곡식들만으로도 겨우내 배불리 먹을수 있었을까요?
손끝,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페이지가 얇습니다.
행간마다 온갖 씨앗이 발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