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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올챙이가 개구리가 된다
  • 입상자명 : 서지수
  • 입상회차 : 13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머리가 무겁다 온몸에 돌덩이를 매달아 놓은 것처럼 힘겹고 막막하다 지난밤도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수학 공부에 대해 엄마랑 이야기를 했다. 다른 과목과는 달리 수학은 나에게 너무도 힘들고 도망치고 싶은 과목이다. 공부 방법을 몇 번을 바꿔 보고 공부하는 시간을 늘려 봐도 수학 성적은 항상 제자리걸음이다.

여태껏 학원을 다니지 않고도 상위권을 유지해 오던 나는 2학년이 되면서 수학 성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점점 더 자신감이 없어지고 실망하고 정체되어 있는 내 성적에 좌절도 했다.

엄마도 요즈음 들어 힘들어 하는 내 모습을 보고 “수학 한 과목이라도 학원에 보내줄까?” 하신다. 우리 집은 사실 내 학원비로 한 달에 몇십 만 원씩 돈을 들일 만큼 넉넉하지 않다는 것쯤은 나도 잘 아는데……. 엄마는 미안해하시며 내 베개를 함께 베고 누워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울어주셨다.

아침 7시 즈음 엄마가 “지수야 아침에 엄마랑 산책 가지 않을래?” 하신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엄마를 따라나섰는데 어젯밤에 울었던 탓인지 엄마 얼굴도 내 얼굴도 퉁퉁 부어 있어 서로 얼굴을 보니 조금 어색하다. 몇 분 정도 걸었을까(어? 여긴 올챙이 산 가는 길인데…….) 내가 엄마를 더 힘들게 한 거 같아 죄송한 마음에 말도 못 붙이고 발끝만 보고 걷고 있는데 “지수야! 저기 저 아래 계곡에서 올챙이 잡던 거 기억나니?” 계곡은 안 보이고 물소리가 먼저 들린다.

등산로에서 내려가 돌계단을 몇 개 밟고 이슬에 젖은 풀잎을 젖히고 물가로 내려갔다. 유리보다 더 투명한 물줄기가 바위에 작은 돌멩이에 부딪혀 내는 소리가 무겁던 마음을 휘감고 지나간다.

저 넙적한 바위 위에서 놀다가 물가 쪽에 웅덩이를 파고 흙으로 둑을 만들어 올챙이를 가두어 놓고 놀던 생각이 나 피식 웃음이 났다. 작은 웅덩이 안의 올챙이들을 동생 것 내 것 하며 나만의 것이라 생각했었다.

뒷다리가 나오고 앞다리가 나와서 작은 웅덩이쯤은 폴짝 하고 뛰어넘었을 텐데 사라져 버린 올챙이에게 그렇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는지……. 올챙이는 우리의 것이 아닌 자연의 일부분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었다.

동그란 돌멩이를 밟고 물 가운데로 가 세수를 하려고 손을 담그니 손목부터 오소소소 소름이 돋으며 전기가 통하는 거 같더니 머릿속이 시원해진다. 두 손 가득 물을 모아 세수를 하고 심호흡을 몇 번 하니 이번에는 가슴속이 시원해진다.(이 기분은 뭐지?) 휴대폰을 전지를 충전하면 초록색으로 충전 완료 표시되는 것처럼 난 지금 자연을 닮은 초록으로 충전이 되고 있구나 생각했다.

시험 준비에 힘들고 중 2라는 이유만으로 내 전지는 붉은색을 띠고 있었나 보다 등산로로 올라와 보니 아까보다 사람들이 더 늘었다 땀을 흘리며 벌써 산을 내려오는 사람도 있고 한 발자국씩 돌계단 위로 발을 옮기는 사람 모두 다 뛰는 법이 없다 뛰면 넘어진다는 것을 오래가지 못하고 금방 지쳐 버린다는 것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천천히 걸으며 산이 거저 주는 좋은 공기도 깊게 마시고 풀꽃도 보고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도 들어 본다. 힘이 들어 적당한 바위에 앉아서 물을 마시며 뒤에 오던 사람들을 먼저 보낸다.

“지수야, 저 사람들이 니 앞을 지나쳐 가니 조바심 나니?” 하신다. 어떤 일을 하던지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가면 되는 거라고, 너는 천천히 걸으며 주위를 살필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하셨다. 주위에 있는 납작한 돌을 모아 다른 사람이 쌓아 놓은 돌탑 옆에 우리도 작은 돌탑 하나를 더하고 내려온다.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를 때 힘들고 걱정되는 일들을 내려놓고 가는데 그 조각들이 모여 흙이 되고 나무가 되고 꽃이 되나 보다.

산을 내려오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설렘이 느껴진다. 나도 올챙이를 잡던 개울가에 이슬이 채 가시지 않은 풀잎에 작은 돌멩이에 나의 힘듦을 내려놓고 왔다. 북한산 자락의 작은 계곡과 등산로 길에서 천천히 그리고 묵묵히 걷는 법을 배우고 간다. 나도 개구리가 되어 폴짝 하고 뛰어오를 수 있을 거야…….

산을 내려오며 주문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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