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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생활의 활력소를 만들어주는 오랍드리 산소길!
  • 입상자명 : 박하은
  • 입상회차 : 13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학교에서 오랍드리 산소길 걷기로 봉황산 숲체험을 간다고 했다. 나는 처음 들어보는 ‘오랍드리’가 무슨 뜻인지 궁금했는데 선생님께서 바로 ‘집 주변’이라는 뜻의 강원도 사투리라고 했다.

사투리는 늘 촌스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오랍드리’라는 말은 참 이쁜 것 같아서 자꾸 중얼거려졌다. 어쨌든 나는 우리 학교 전교생 모두 숲 산책을 한다니까 집 앞에 있어 매일 가는 산인데도 너무너무 설레었다.

드디어 오랍드리 숲체험을 가는 날! 들뜬 마음으로 학교에 갔는데 학교에 도착하고 나니 마음 한쪽이 조금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바로 어제 싸운 내 친구 승이 때문이다. 원래는 학교에서 현장학습을 가면 내 짝은 고민할 것도 없이 정해져 있다. 바로 셋 밖에 안 되는 우리 반 여자아이들 중 단짝 친구 승이다.

그런데 어제 승이랑 싸웠기 때문에 난 결국 다른 친구랑 앉아서 갔다. 우리는 산 입구에서 숲해설가 이분희 선생님을 만났다. “이렇게 아름다운 숲에서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서 정말 반가워요. 저를 소개할 때는 ‘이 분이 이분희 선생님입니다’라고 하면 된답니다.

호호호” 숲해설가 선생님의 인사 덕분에 우린 모두 한바탕 크게 웃고 출발을 외쳤다. 입구의 벚꽃나무 터널이 너무 예쁜 봉황산은 가족들과도 봄에 몇 번은 왔다 간 동네 산인데 숲해설가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가니 그날 따라 이 산이 너무 달라 보였다.

늘 보던 풀과 나무인데도 이름을 모르고 있는 것들이 많아서 놀라우면서도 관심이 없어 이름도 몰랐던 풀과 나무들에게 조금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숲해설가 선생님이 노란 풀을 들어 보이시며 애기똥풀에 대해 설명해 주셨는데 이름을 듣고 친구들도 나도 큭큭 웃음이 났다.

줄기를 꺾으면 아기 똥처럼 노란 즙이 나온다고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그런데 줄기 속 즙에 독이 있다고 하셨을 땐 깜짝 놀랐다.

이름도, 생긴 모습도 귀여운데 독이 있다니 그 풀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올라가다가 승이가 한 벚나무에서 잔가지들이 뭉쳐 있는 걸 발견해서 숲해설가 선생님께 여쭈어 보았더니 그 나무는 안 좋은 것에 노출이 되어서 죽기 전에 자손을 많이 남기려고 하는 거라고 하셨다. 그리고 소나무 중에 솔방울이 유난히 많이 달리는 것이 있다면 그 나무는 어딘가가 아파서 죽어가고 있는 것일 수 있고 그래서 마지막으로 자손을 남기기 위해 솔방울을 많이 단다는 것도 말씀해 주셨다.

아, 정말 자연은 신비롭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사람처럼 생각하며 사는 것이 아닌데도 어떻게 이렇게 오랜 세월 자손을 이어가며 살아가는 걸까? 평소에는 산과 들, 나무, 풀 등 자연들이 살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여기 와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직접 보니까 얘네들이 모두 살아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마구 파고 깎고 꺾어 버리면 아프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정말 우리가 자연을 잘 보호해 주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조금 더 가다 보니 신기한 나무가 보였다. 분명 두 그루의 나무인데 가지들이 하나로 합쳐져 있어 마치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나는 그게 너무 신기해서 숲해설가 선생님께 여쭈어 보았더니, 그건 연리지라는 것으로, 서로 다른 몸이지만 마치 너무 친한 친구처럼 엉겨지면서 한 몸이 되어 살아가는 나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때 그냥 승이에게로 눈길이 갔다. 승이도 나를 쳐다보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우리 둘은 눈이 딱 마주쳤다.

나는 괜히 머쓱해서 열심히 숲 해설가 선생님 설명에 집중하는 척을 했다. 다음은 지압판을 밟으면서 쉼터로 가는 활동이었는데 우리 모두 아프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몸이 건강해진다고 생각하며 참아 보기로 했다.

목적지인 쉼터에 도착해서 준비해 온 간식을 먹고 난 후 우리들은 숲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했다. 긴장감과 함께 전교생 스물한 명 얼굴 모두에 정말 즐거움이 가득했다. 그런데 글쎄 승이가 맨 처음으로 걸려서 술래와 바로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술래에게 제일 먼저 다가가 술래와 승이의 손을 힘껏 끊어주었다. 그리고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 손을 끌어주며 열심히 뛰었다. 승이와 난 자꾸 웃음이 나와서 우리는 도착선을 넘어서서도 숨을 헐떡거리며 한참을 웃었다.

하하하, 그렇게 승이와 나의 화해는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다음 활동은 정말 신기한 것이었는데 여러 가지 풀과 꽃들을 가져온 다음 손수건에 놓고 숟가락으로 때려서 물을 들이는 탁본이었다. 그런데 숲해설가 선생님께서 꼭 필요한 잎을 딸 때 “정말 미안해. 네가 필요해서 그래.”라고 말하고 따라고 하셨다. 정말 잎에게 그렇게 이야길 하고 따는데 너무 많이 잎에게 미안해졌다.

참! 키가 작은 승이가 높은 곳에 있는 나뭇잎을 따고 싶어 해서 조용히 다가가 한 개를 따 주었더니 승이는 고맙다며 자기가 주운 것 중에 예쁜 모양 잎 몇 개를 또 나에게 건네주었다. 승이 덕분에 나는 정말 예쁜 손수건을 완성할 수 있었다.

내려오는 길은 올라갈 때보다 훨씬 발걸음도 가볍고 마음도 푸근했다. 맑은 공기, 푸르른 산과 많은 시간을 보내서 그랬고 무엇보다 내 단짝 친구 승이와 화해를 해서 그랬고 또 가족 같은 스물한 명의 전교생과 함께 푸르른 숲길을 걸을 수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정말 입구의 벚꽃 터널에서 보니 모두의 얼굴이 너무나 편안해 보였고 환해 보였다. 아마 숲이 우리 모두를 그렇게 만들어 놓았던 것 같다. 어느새 우린 아까 봤던 연리지 나무 옆을 지나고 있었다. 아깐 둘이 붙어 있던 이 나무가 너무 부러웠는데 승이와 이젠 함께 가니 그 나무가 하나도 부럽지가 않았다. 오랍드리 산소길은 생활의 활력소를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맑은 공기와 피톤치드를 뿜어 주어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해 주고, 계절마다 색색깔 아름다운 풍경으로 눈도 즐겁게 해 주고 맛있는 열매들로 입도 즐겁게 해 주니까 말이다.

생활의 활력소인 오랍드리 산소길은 정말 매일 가고 싶은 곳이다. 이번 체험 덕분에 앞으로 한동안은 거뜬히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친구와도 화해하게 해 준 고마운 산을 앞으로는 관심을 가지고 더 사랑하고 잘 보살펴 주어야겠다. “오랍드리 산소길아! 너 참 고맙고 멋지더구나. 2학기엔 다른 오랍드리 산소길을 간다는데 정말 기대가 된다. 그때도 또 멋진 모습 보여줄 거지? 난 정말 네가 참 좋단다.” 정말 어떤 식물 친구를 만나게 될지, 어떤 즐거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자꾸 자꾸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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