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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산아 고마워
  • 입상자명 : 이 승 미 경기 평택 송탄제일고 2학년
  • 입상회차 : 10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온 가족과 함께 성묘를 가는 날에는 항상 아빠는 어디론가 사라지셨다. 그걸 알아차린 것은 불과 몇 년 전인데 그때 나는 작은할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작은 산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서 첨벙첨벙 하는 물소리가 나는 듯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산길 옆에는 작은 시냇물이 있었는데 아빠가 그 시냇물에서 작은 바위를 들어 올리면서 무언가를 찾고 계셨다.
항상 말이 없고 무기력해 보이던 아빠가 무언가 열심히 하고 계셨다.
“아빠 뭐해?”
아빠와 어색하고 대화조차 많이 없던 사이지만 나는 아빠에게 물어보았다.
대답을 할지도 안 할지도 모르는 아빠였다.
“가재 잡아.”
가재? 가재라니? 갑자기 궁금해진 나는 조심조심 비탈길을 내려가 아빠 옆으로 가서 아빠와 같이 허리를 숙이고 물속을 들여다보았다. 아빠가 작은 바위를 들추자 몸 숨길 곳을 잃은 자그마한 가재가 도망을 쳤다. 그때 가재를 처음 본 나는 정말 신기했다.
“아빠 이게 가재야?”
“응, 이런 돌 밑에 숨어 있으니까 잘 찾아봐.”
나는 아빠와 같이 가재잡기에 열중했다. 정말로 돌을 몇 번 들추면 가재가 있었고 어느새 페트병에는 가재가 한가득 있었다. 으라차차 허리를 들어 올리고 보니 왠지 모르게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아빠와 함께 가재 잡는 일도 즐거웠고 한가득 잡은 가재도 좋았다. 가재들 중에서 아직 새끼인 가재들도 있어서 반 정도는 놔주었었다. 비록 페트병은 가벼워졌지만 아빠와 산을 내려가는 길은 즐거웠다. 아빠와 어색했던 것도 풀리는 느낌이었고 사실 아빠와 오랫동안 얘기한 것도 오랜만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다음번에는 아빠와 밤을 주우러 다녔다. 까만 비닐봉지 하나 들고 여유롭게 걸으면서 아빠와 얘기를 나누었다. 참 이상했다. 평소에는 대화도 없던 아빠와 나였지만 산에 가서 걷게 되면 많아지곤 했다. 밤을 발로 이리 비비고 저리 비비고 하면서 밤알을 꺼내는 게 재미있었다. 밤알을 주우면서 문득 궁금한 것이 생각났었다. 아빠는 어렸을 때 어땠을까?
“아빠, 아빠는 어렸을 때 뭐하고 놀았어?”
“뭐하긴 그냥 너네 고모랑 큰아버지랑 작은 아버지랑 놀려 다녔지.”
“어디로? 여긴 산밖에 없잖아.”
“산에서 재밌게 놀았어, 뱀도 잡으러 가고 그랬지.”
아빠의 말을 듣고 무언가 번뜩였다. 평소에 말도 없고 대답도 안 해주던 아빠가 산에 오면 활동적으로 변하고 열심이셨던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어릴 적에 놀던 산이 정겨운 것이 아니었을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건물들만 있는 그런 도시보다 여유롭고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산이 반가워서가 아닐까? 아빠는 정말 그랬던 것 같았다. 나는 아빠를 이해한 것만 같아서 행복했다. 아빠와 어색하고 그저 그랬던 내가 아빠와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 지금 나는 아빠와 나를 가깝게 만들어 준 산, 자연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우리 아빠를 활기차게 만들어 주고 나에게 즐겁고 가슴 따뜻해지는 추억을 안겨 주는 산이 좋다. 아마도 산은 나와 아빠에게 앞으로 즐거운 기억만을 만들어 줄 것이다.
“산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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