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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밥상에서 느끼는 산사랑
  • 입상자명 : 최 재 용 경기 여주 여흥초 6학년
  • 입상회차 : 10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먹으면서도 그 농산물이 어디에서 자라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제가 지난여름 외할머니 댁에 다녀온 후로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희 외할머니 댁은 우리나라 고원 중에 하나인 진안고원에 자리한 곳입니다. 신비한 바위가 말의 귀처럼 닮았다 하는 마이산 중턱입니다.
아주 어렸을 때는 엄마께서 자주 저희 남매들을 데리고 다니셨다는데 학교를 입학하고서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습니다.
전주를 지나 진안에 다다를 즈음에 멀리서 보이는 바위산 두 개는 절로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런 멋진 곳이 울 엄마 고향이라니.’
지금의 도시적인 엄마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뭔지 모를 수수께끼와 장난스러움이 가득할 것 같았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외할머니의 집에 도착하자 외할머니께서는 반가운 얼굴로 우릴 맞아주셨습니다. 먼저 솥 한가득 삶아놓은 감자와 옥수수를 배불리 먹고 천천히 동네를 돌아다녔습니다.
골목길마다 그리고 마당마다 거무스르한 풀 같은 것을 말리는 곳이 많았습니다.
“엄마 저게 뭐예요?”
저의 물음에 엄만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씀하셨습니다.
“너 진짜 몰라서 물어보는 거니? 네가 좋아하는 음식에 꼭 들어가는 건데 맞혀볼래”
엄마의 말씀에 가까이 가서 보니 고사리 같아 여쭤 보니 맞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책에서 보는 고사리와 직접 끊어다가 삶아서 말라가는 과정에 검게 변하는 고사리는 달라보였고 그게 또 우리가 먹을 땐 부드럽고 상큼한 나물이 되는 것도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외할머니 동네엔 고사리 말고도 여러 가지 버섯 종류들도 그렇게 말리고 있었습니다.
엄마께서는 나물을 말리면 묵나물이 되어 저장하기도 쉽고 언제든지 먹고 싶을 땐 불리고 삶아 우려내면 항상 우리가 좋아하는 반찬이 되는 것이라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동네를 천천히 돌아본 다음 마이산을 향해 걸었습니다. 많은 산을 다녀보았지만 모든 게 바위로 된 산은 정말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바위 위에도 많은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고 같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진짜 자연이 주는 하나의 조각품 같았습니다.
올라가는 길에 큰 저수지가 있는가도 놀라운 사실이었습니다.
아름드리 벚나무의 가로수 길을 조금 더 올라가니 이번엔 또 하나의 별천지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수많은 돌탑들…….
저절로 ‘아’ 하는 탄성이 흘러나왔습니다. 돌과 돌로만 쌓아 놓은 탑이 눈이 오고 비가 오고 태풍이 몰아쳐도 넘어지지 않고 그렇게 서 있는 모습은 세계 최고일 거란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탑사까지 둘러본 후 날씨가 좋지 않아 산 등산의 일정을 미루고 할머니 댁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때가 되어 엄마 외할머니 누나들 모두가 음식 준비에 한창이었습니다.
엄마께선 표고버섯볶음과 잡채를 준비 중이었고 외할머닌 큰 가마솥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젓고 계셨습니다. 작년에 따 논 도토리로 묵을 만들고 계셨습니다. 침이 꼴깍 꼴깍 넘어가는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렸습니다. 이번엔 코를 향하는 아주 강한 향을 향해 가보니 누나들이 더덕구이를 할 거라며 더덕껍질을 까고 있었습니다. 저도 덩달아 옆에 앉아 더덕을 까고 방망이로 살살 두드려서 더덕을 부드럽게 만드는 과정에 신이 났습니다. 외할머니 집에 오기 전까지는 이런 일이 신나는 일이 될 거라는 것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밥상에 둘러앉아 먹는 산 밥상은(산에서 나는 음식으로만 만들어진) 이제껏 먹어본 그 어떤 음식보다도 신선했고 감사했고 산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하는 마음이 절로 생기게 하는 멋진 식사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우리가 입맛이 없다고 하거나 속이 더부룩하다고 하면 외할머니께서 싸 주신 산나물로 맛있는 비빔밥을 해 먹습니다. 그리고 먹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가 할머니께 별로 해드린 게 없지만 끝없는 사랑으로 저희를 챙기는 것처럼 산 또한, 우리 사람들에게 할머니 같은 심정으로 엄마 같은 마음으로 많은 것을 내주는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에 대한 자그마한 보답이라도 한다면 자연에 대한 작은 관심과 환경을 생각하는 맑은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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