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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한 장의 숲
  • 입상자명 : 남태현
  • 입상회차 : 15회
  • 소속 : 일반부
  • 장르 : 일반부 시·수필
바람이 숙면에 들어갈 때 숲은 한 폭의 잘 그려진 동양화다
흔들림 없는 나무에서 소리가 빠져나간 새들은 지저귀고
걸음을 세운 사람들 나무에 기대어 그늘을 발라먹고 있다
봄은 아직 여물지 않았는데 여름으로 걸어 들어가는 뒷모습이
드라이플라워처럼 말라 있다
잘 찍어낸 필름 한 통이 비 개인 하늘을 말아놓고
숨바꼭질하는 자작나무 잎에서 뭉개진 안개가 풀어진다
내일까지 물고 온 까치의 날개에서 구부러지는 숲의 배색
햇빛이 뿌려놓은 조각으로 퍼즐을 맞추고
외출하는 아내 닮은 꽃들에게 입맞춤하는 벌 나비
숲은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잘 차려진 식탁으로 변신한다
막 샤워를 마친 풀잎들이 옷 벗은 체 체면도 없다
푸른 살갗을 다 드러내 놓고도 저리 당당할 수 있는 나무
숲의 껍질을 발라낼 때마다 시큼한 단물로 맛있게 물든다
나무 사이로 바람이 걸어간 흔적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스스럼 없이 어깨동무하고 있는 풀잎 위에 잠깐 눈 붙이고 간
쪽잠이 풀어지면 몸을 웅크리고 있던 꽃들은 알을 깨고 부화한다
꽃들이 손가락 걸고 향기 풀어놓은 오솔길
사람들 발자국 나이테처럼 흙 속에 새겨 넣는다
나무마다 복사를 하는 그림자가 살을 찌우는
숲은 바람에 젖어도 한 폭 잘 다듬어진 절경은 젖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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