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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숲 속의 별들
  • 입상자명 : 최 수 연 서울 성덕여상 2학년
  • 입상회차 : 10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내가 중학생 때였다.
“산림욕 하러 가자!”
“산림욕?”
무더운 여름방학, 엄마의 뜬금없는 소리가 들렸다. 산림욕이라니.
“숲으로 여행가자!”
엄마의 무모함에 난 엄마와 함께 숲으로 여행을 떠났다. 근처 학원에서 가는 삼림욕여행을 나도 같이 가게 된 것이다. 도착한 곳은 깊은 산골짜기, 숲으로 둘러싸인 서학당이었다. 우린 짐을 풀고 점심식사를 했다. 그리고 엄마와 함께 잠시 쉬는 시간에 숲으로 향했다.
대도시와는 한참을 떨어진 곳. 조용하고 곤충들에 우는 소리만 들리는 곳이었다. 나는 오는 내내 투덜거렸었다. 무더운 날씨와 함께 짜증이 솟구쳐 ‘집에나 있지’ 하는 것이 내 마음이었다. 그런데 도착하고 둘러본 숲은 마냥 신기했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나무도 발끝에 닿아 있는 풀들도 새로웠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살아온 나였다. 항상 주변엔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만 가득했다. 하지만 숲은 싱그러웠다. 산림욕이란 것이 숲의 향을 맡고 그곳의 시원한 공기로 마음을 다스리고 몸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숲을 보고 있자니 나는 문득 어릴 적 아빠와의 추억들이 떠올랐다. 어렸을 적 일찍 돌아가신 아빠의 기억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자세히 기억나는 것은 아빠께서 어린 오빠와 나를 데리고 집 근처 산에 항상 데리고 가셨던 것이었다. 산에 올라가 이것저것 꽃들도 보여주시고 맑은 공기도 많이 맡게 하셨다. 아마도 산에서 많은 것을 배우라고 하신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산을 좋아하지 않는다. 산은 유일하게 생각나는 아빠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 싫었다. 또한 풀과 나무가 많으면 벌레가 많이 생긴다. 그리고 땀이 나고 무척이나 힘이 든다. 그래서 지금도 화분 같은 건 좋아하지만 많은 풀과 나무가 모여 있는 곳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은 벌레는 조금 있어도 시원한 공기와 아름다운 나무들이 가득해 아빠와의 추억을 떠오르게 했다.
아빠는 오빠보다 나를 더 예뻐하셨다고 엄마는 항상 말한다. 하지만 초등학생일 때 나는 당시 아빠가 굉장히 미웠다. 다른 애들은 아빠와 함께 놀러도 많이 가고 아빠가 밖에서 일을 해서 엄마가 집에 계시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아빠께서 돌아가신 나는 엄마가 일을 하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학교에 부모님이 참석해야 하는 일도 엄마는 일 때문에 항상 올 수가 없으셨다. 나는 비가 올 때나 행사가 있을 때 부모님들이 친구들을 데리러 올 때 가 가장 부러웠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난 아빠가 항상 미웠다. 친구들이 부모님 얘기를 하다가 ‘너희 아빠는 직업이 뭐야?’ 할 때도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가족그림을 그릴 때도 나는 아빠가 없이 그려 친구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엄마에게도 아빠가 보고 싶단 소리도 아빠에 대한 어떠한 질문도 하지 못했다. 엄마가 슬퍼할까봐. 나는 어린 마음에 돌아가신 아빠에게 계속 미움만 쌓여가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엄마와 함께 놀러간 서학당의 그 숲을 보고 아빠와의 추억이 떠올랐다. 아빠와 함께 산으로 놀러갔던 때가 말이다. 막상 떠오르는 아빠의 추억은 아빠를 무척이나 보고 싶게 했다. 즐거웠던 기분이 다시 슬퍼지는 것 같았다.
저녁이 되면서 그곳에 있던 많은 친구들과 부모님들이 다 같이 서학당을 나와 숲으로 향했다. 서학당의 훈장선생님께서 보여 주실 것이 있다면서 나온 것이다. 어느 정도 가서 훈장선생님은 하늘을 보라고 하셨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냥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와- 라고 짧은 탄식만 내뱉었을 뿐이다. 하늘에 별들이 코앞에 있었다. 정말로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별똥별들도 많이 떨어지고 어디 하나 남은 곳 없이 빽빽이 많은 별들이 하늘을 메우고 있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예뻤다. 매연들이 가득 차 있어 하늘에 수많은 별들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저 속에 아빠별도 있다?”
별들을 보면서 옆에 있던 엄마가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아빠께서 우리를 항상 지켜주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다 문득 나는 ‘아빠는 항상 우리들과 있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 아빠는 커다란 숲처럼 항상 곁에 계신 것이다. 초등학생이었던 난 어린 마음에 소리 내서 엉엉 울었다. 아빠가 보고 싶은 마음과 아빠께 죄송했던 마음이 함께 떠올라서이다.
아빠는 돌아가시면서 미안하셨을 것이다. 어린 오빠와 나를 그리고 사랑하는 엄마를 두고 떠나는 마음이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뿐이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지금에 와서 들었던 생각이지만 그때는 그 별들을 보면서 그리고 숲에서 많은 풀과 나무를 보면서 나는 그저 아빠가 보고 싶을 뿐이었다. 서학당을 다녀와서 나는 버릇이 하나 생겼다. 엄마한테 혼이 났거나 슬프거나 기쁜 일이 일이 있을 때는 항상 하늘을 보며
“오늘은 이런저런 일이 있었어요, 오늘은 어땠어요.”
하고 말한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사랑해요 아빠.’ 하고 끝낸다. 초등학생 때 항상 미워하고 원망만 했던 아빠였다. 그런데 서학당의 하늘 같은 숲과 풀들이 아빠의 추억을 생각나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 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은 아빠의 사랑을 깨닫게 해주었다.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항상 고맙다. 아빠의 사랑을 깨닫게 해준 숲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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