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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너구리는 귀엽지 않다
  • 입상자명 : 조 희 원 경기 안산 성안초 1학년
  • 입상회차 : 10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여름방학을 맞아 시골 외가에 갔다. 사촌들과 물놀이 하고 곤충 채집도 하고 술래잡기를 하고 오면 배고픈 우리에게 외할머니는 쫀득한 옥수수와 달콤한 찐 감자를 간식으로 주셨다. 그 맛이 얼마나 좋은지 외가에 오면 햄버거, 피자 생각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
놀이만 하는 외가 방문을 뜻있게 보내자고 이모께서 식물도감을 들고 오셨다. 논두렁, 밭두렁, 뒷산을 돌며 궁금한 꽃이나 풀, 과일나무 등을 책과 함께 찾아보고 알아보면 기억에 남는 식물체험이 될 것이라는 멋진 생각이셨다. 우리의 식물체험 학습에 외할아버지께서 동행해 주셨다. 이백 년이나 되었다는 호두나무와 감나무, 대추나무, 앵두나무, 자두나무, 복숭아나무까지 외할머니께서 매년 챙겨 주시던 나의 간식들이 이런 나무에서 자라는구나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정선 5일장에서 봤던 취나물과 고사리도 싱싱한 모습 그대로 볼 수 있었고 저녁 삼겹살 파티를 위해 외할아버지께서 좋아하신다는 ‘쌔똥’이라고 불리는 웃긴 이름의 쌈야채도 뜯었다. 외할아버지께서 이름을 말씀해 주시면 이모는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고 아는 게 많아진 사촌들과 나는 어느새 박사가 되었다.
뒷산 아래 옥수수 밭에 다다랐을 때 여기저기 옥수수 대가 꺾여 있자 깜짝 놀란 외할아버지는 밭 가장자리 천막을 열고 들어 가셨다. “너구리다. 이 녀석이 이걸 다…….” 하시며 소리치듯 한숨 쉬셨다. 우리는 밭 옆에서 만화에 나오는 귀엽고 깜찍한 너구리를 떠올렸다. 처음 보게 될 동물이 궁금해 안달이 났다. 드디어 모습을 비춘 너구리. “꺅!” 하고 우린 소리를 질렀다. 얼핏 보면 곰을 닮은 개 같았다. 그리고 생각보단 몸도 빨랐다. 산으로 눈 깜짝 할 사이 도망쳐 버렸다. “겨울도 아닌데 너구리가 농작물을 망쳐서 이리 천막을 쳐 놨는데 어찌 들어왔을꼬? 겨울에는 멧돼지가 기승이고 산 밑에서 농사짓기 힘들구나. 자기들도 먹을 거 찾아서 내려오겠지만 애써 농사지은 약초들은 어떤 건 농사가 이 년이나 걸리는데 그걸 망쳐 놓을 땐 정말 속상하단다. 자기들도 배가 고파 그랬겠지. 겨울엔 멧돼지가 내려와 사람들에게 피해가 올까봐 일부러 산에 남은 곡식들을 뿌려 두기도 한단다. 민가에 내려오지 말고 산에서 먹이를 찾도록 말이야. 그런데 우리 아가들 먹일 옥수수가 좀 줄었는데 어쩌지? 불쌍한 동물 먹이 줬다 생각하거라. 허허.” 하고 외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속상하시지만 이렇게 자연과 어울려 사는 것이 산에 사는 사람들의 도리고 행복이라고 뭐든 좋게 생각하시는 외할아버지가 너무 존경스러웠다.
우리 외할아버지 농사를 망치는 너구리야! 넌 만화처럼 결코 귀엽지 않아. 산에 살면 산에서 먹을 걸 찾아야지. 남에 땅에 들어 와서 농작물을 망쳐 놓는 건 큰 실례야. 이젠 외가에서 널 다신 만나지 않길 바라. 넌 만화나 산에 있을 때 제일 예뻐.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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