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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초등학교 때의 기억, 소중한 친구이자 선생님
  • 입상자명 : 조 주 희 경기 평택 송탄제일고 1학년
  • 입상회차 : 10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지금 친구들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얘기하면 도저히 믿지 않을 정도로, 나는 아주 작은 초등학교를 다녔었다. 집에서부터 차로 20분은 가야만 나올 수 있는 그 학교를 들어간 것도 폐교 위기에서 구하고자 한 어른들의 노력의 결과였다는 사실이나, 같은 학년은 13명 정도밖에 없었고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몽땅 합쳐봐야 겨우 100명을 넘을까 말까 했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면 누구나 그 규모가 얼마나 작았을지는 잘 상상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어찌됐든, 6년 혹은 7, 8년 동안 같은 반에서 지내온 우리 13명이나 다른 학년들까지 합친 100명 정도는 서로 엄청 친하게 지냈다. 쉬는 시간이면 운동장에 나가 뛰어놀거나, 학교 뒷동산에 올라가서 놀았다. 뒷동산은 예쁜 잔디가 깔린 들판과 낮은 언덕이 있었고 대나무, 활엽수, 침엽수가 넓게 펼쳐진 숲, 그리고 1시간 정도면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조그만 산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뒷동산에서 했던 수건돌리기, 술래잡기, 숨바꼭질, 보물찾기, 방아깨비 잡기, 사슴벌레 잡아서 싸움붙이기, 달팽이 경주 등 재밌고 즐거웠던 행복한 기억들이 새록새록 난다.
수업이 일찍 끝나 통학버스 시간이 남았을 때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함께 뒷산에 올라가곤 했다. 선생님들이 뱀 나온다고 장난치시다가 진짜로 뱀이 나왔을 때 깜짝 놀라시던 모습은 아직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처음으로 산 정상까지 올라갔을 때는 2학년 때였는데, 그동안 책이나 만화에서 보던 대로 ‘야호’를 목청껏 외쳐 보았다. 친구들이랑 선생님들과 함께. 정말 후련하고 기분이 아주 좋았었다. 뭔가를 정복하고 이뤄냈다는 기분은 어렸어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든지 다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그런 행복한 기분을 느낀 뒤로부터는 시간이 날 때마다 올라갔었고, 올라갈 때마다 산은 자신의 모습을 항상 변화해가면서 우리를 반겨 주었다. 나뭇잎 색깔도 바뀌고, 땅의 색도 바뀌고, 마주치는 동물이나 곤충들도 바뀌고 들려오는 새소리도 바뀌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바뀐 것들을 찾아내면서 즐거워했었다. 지금 친구들 중에는 자연을 너무 지루하게 생각하는 아이가 있다. 그 친구는 나무나 숲이나 산을 보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그것에 대해 배우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항상 똑같은 모습만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아이가 만약 산의 모습을 좀 더 유심히 지켜보고, 그 속에서 들리는 소리를 유심히 들었더라면 시시각각 변화하는 산의 모습에 반해버렸을지도 모른다. 이미 고등학생이 되어 이제는 시간이 없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슬기로운 생활’시간이나 과학시간 때 자주 야외수업을 했다. 이렇게 뒷동산에 올라와서 나무를 관찰하고 이곳저곳에서 올라온 버섯도 보고,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새도 보았었다. 언젠가 과학시간 때 단풍나무 씨앗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본 적이 있다. 양쪽에 날개가 달린 조그만 씨앗이 어떻게 숲을 이뤄가는지를 설명해주시면서 선생님은 우리에게도 이런 단풍나무 씨앗 같은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셨다. 날개를 달고 멀리 멀리,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내려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퍼뜨리라고, 그래서 나중에는 멋지고 커다란 단풍나무가 되고, 숲을 이루라고 하셨다. 초등학교 4학년인가 5학년 때 들었던 말인데 처음엔 잘 이해를 못했었다. 왜 별로 예쁘지도 않은 저 단풍나무 씨앗이 되라고 하는지. 그런데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생각해보니까 참 의미가 깊은 말인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무를 만들고 숲을 만들어 가는 것. 정말 멋있는 일일 것이다.
사실은 아직 나는 작은 씨앗일 뿐이라서 내 속에 어떤 능력이 있는지, 누가 어디서 날 원할지, 어떻게 나무로 성장하는지, 어떻게 숲을 만들어가야 하는지는 잘 모른다. 아직은 날개조차 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믿고 있다. 지금 내 속에는 날개가 만들어지고 있을 거라고. 언젠가 - 혹은 곧 내가 날아갈 때가 왔을 때 멋진 비행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세월이 흘렀을 때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멋진 단풍나무 숲을 만들 거라고 말이다.
글을 쓰다 보면 내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계속 생각했던 것은 초등학교 때 자연과 함께 살았던 기억, 그리고 지금은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하다는 안타까움, 자연을 지루하게 생각하고 이용하려고만 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들이었다.
자연은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그 속에서 공생하면서, 그 안에서 적응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자연을 우리에게 억지로 맞추려고만 한다. 참 이상하다. 대체 왜 그 사람들은 보고 듣지를 못하는지. 자연이 얼마나 크고 아름다운지, 항상 그 속에는 얼마나 배울 것들이 많은지에 대해서 말이다. 참 이상하다. 대체 왜 사람들은 알아채지를 못하는지. 얼마나 숲과 나무와 산과 하늘과 바다가 우리에게 좋은 친구,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고 있는지를 말이다.
어쨌든 사람들이 빨리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는 그들 때문에 내 소중한 친구이자 선생님을 잃고 싶지는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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