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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산이 주는 미래, 대체의학
  • 입상자명 : 조 은 해 경남 창원 성민여고 1학년
  • 입상회차 : 10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우리 아버지께서 산악회 회장을 맡으셨다. 나뭇가지 하나 꺾기는 고사하고 풀포기도 피해서 걷는 산 사랑이 남다른 아버지 덕분에 우리 가족은 등산할 기회가 많다. 우리나라의 이름난 산은 거의 다녀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산 중에서 으뜸은 단연 지리산의 반야봉이라고 생각한다. 해발 1732m의 다듬은 듯한 산세는 보기에도 수려하다. 반야봉을 가기 전, 임걸령에서 퐁퐁 솟는 옹달샘을 만나면 산의 신비에 감탄사가 절로 터진다. 해발 1320m의 능선 고개 마루에 옹달샘이 있는 건 직접 보지 않고는 실감하지 못할 일이다. 태초부터 인류를 위한 단련의 장에 미리 준비된 신의 선물임이 분명하다. 우리 국토의 정기, 임걸령의 옹달샘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면 산을 멀리하는 사람들도 산과 한층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만의 산세는 해외의 유명 산지보다 아름다워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 자부심이 우리의 발길을 끄는 것이다. 그러나 가끔 아쉬움도 느낀다. 다문화 시대가 된 지 오래라서 어디를 가든 외국인을 보는 건 매우 흔한 일이 되었다. 하지만 등산 대열에서는 외국인을 보기가 힘들다. 임걸령의 신비로운 옹달샘과 빼어난 반야봉을 그들에게 알릴 방법이 없을지 생각해본다.
큰댁이 산촌으로 이사를 했다. 큰아버지께서 천식에 기관지확장증을 앓고 계시기 때문이다. 아담한 시골집 주변에는 소나무며 편백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집들이로 찾아뵙던 날 뺨이며 호흡기며 느껴지는 공기가 얼마나 맑은지 새벽까지 담소를 나누느라 잠을 못 잤어도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다. 오히려 컨디션이 좋았다. 큰아버지의 지병이 곧 완쾌되리란 행복한 예감이 들었다. 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나무가 뿜어주는 피톤치드라는 성분 때문이란다. 등산할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큰아버지 댁에서처럼 뚜렷하게 체험한 것은 처음이다. 문득, 피톤치드를 대체의학으로 삼을 수는 없을까 싶다. 나는 한의학을 전공하고 싶었다. 하지만 대체의학전공으로 진로가 바뀌게 될 것 같다. 요즘 매스컴을 통해서 한의원의 경영이 어렵다는 소식을 들었다. 약초의 농약성분에 대한 불신도 크지만 우리의 산삼, 즉 인위적으로 산에 씨를 뿌려서 재배한 장뇌삼과 홍삼의 효능에 밀려서 인체의 기를 돋우는 보약과 한약을 찾는 이가 드물다는 게 그 이유이다. 그렇다고 실망할 일은 아니다. 한의학계를 긴장시키는 장뇌삼과 홍삼은 보약을 능가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렇게 약이 아니면서도 우리 인체를 치료하거나 체력을 보완해주는 민간요법이 바로 대체의학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장뇌삼과 홍삼을 우리만 알고 먹어야 하나 싶다. 우리 중에도 그것을 모르는 이가 있을 테고 국제화 시대에 상품적 가치를 톡톡히 해내지 않을까.
나는 민간요법의 저력을 안다. 초등시절부터 손발이 얼음장 같아서 여름 빼고는 감기를 달고 살아야 했다. 환절기마다 종합병원을 한 달 내내 다닌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다가 안타까워하시던 할머니께서 약초라며 반강제적으로 먹게 하셨다. 다름 아닌 구절초였다. 목을 넘기기 고약하지만 대추를 넣어 달인 한약이라고 해야 그 맛이 정확히 표현되겠다. 내 손발이 따뜻해지자 해마다 어머니도 할머니의 구절초 채취에 합세하신다. 구절초는 산기슭에 사는 야생초로 인체의 기를 돕고 따뜻하게 해서 여성의 생리를 원활히 해주는 효능이 뛰어나다. 들국화를 꼭 닮은 꽃이 피는데 잎사귀는 쑥과 비슷하다. 음력으로 9월 9일에 채취해야 약효가 배가 된다고 한다. 통풍 잘 되는 그늘에서 두릅으로 엮어 말린 후 대추를 넣고 푹 고아내면 우리 집 보약은 완성된다. 온 가족이 겨우 내내 마신다. 구절초 달인 약 덕분에 손발이 따뜻해진 것은 물론이고 이젠 감기도 겁나지 않다.
나에게 대체의학 전공을 꿈꾸게 하는 구절초. 이대로 두기에 너무 아까운 자원이다. 할머니의 구절초 채취에 함께했던 초등학교 시절에는 들국화를 빼 닮은 꽃을 꺾어들기에 바빴다. 자라고 보니 구절초의 청초한 꽃이 상품화에 큰 도움이 될 거란 확신이 선다. 더구나 구절초는 가까운 산 어디에서도 자라난다. 농약 걱정은 아예 없다. 이것만으로도 구절초의 상품 개발은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옛 조상들이 가족의 건강을 돌보던 민간요법은 내가 클수록 의학적 효과가 뚜렷한 것을 실감한다. 삼복더위에 삼촌이 더위를 먹었을 때 길가의 육모초즙이 특효였고 옻나무 넣은 닭백숙은 위장염에 백발백중이다. 편백나무숲 속에서는 복식호흡으로 천식이 완쾌된다.
우리나라의 보완대체의학의 대표 권위자 전세일 교수님의 라디오 강의를 어머니께서 녹음해주셨다. 전남 장흥에 조성된 5만 평의 편백나무 숲에서 올 11월이면 대체의학 학술회를 개최할 예정이란다. 그 강의를 듣고 나서 편백나무 숲의 상품화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큰댁의 이웃사촌 댁의 일곱 살 된 손자가 천식과 아토피가 심했는데 6개월을 지내자 확연히 좋아졌다고 한다. 그것만 보아도 우리가 가만히 있는 건 자원의 낭비나 한가지다. 손에 든 보물을 알아보지 못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바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나의 꿈은 대체의학개발로 확고히 결정되었다. 우리의 국토는 70%가 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의 자원은 무궁무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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