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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산의 눈
  • 입상자명 : 장 윤 선 경기 평택 송탄제일고 2학년
  • 입상회차 : 10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윤선아, 산에 올라갔다 올래?”
눈이 내렸지만 따뜻한 새벽이었다. 아마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컴퓨터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직 동이 트지 않았지만 세상은 꽤나 밝았다. 나보다 일찍 일어나신 아버지는 눈부신 눈의 자태에 매혹이 되셨나 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굉장히 좋아했다. 내 친구들이 장난삼아 묻는 엄마 아빠 고르기 질문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아버지를 택했고 가장 존경하는 사람 또한 아버지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미웠던 때가 있었다. 미웠다는 것보다는 야속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아버지는 한동안 일자리가 없으셨다. 매일 같이 집에 계시며 많은 일을 해 보셨다. 컴퓨터학원도 다녀 보시고 인터넷 쇼핑몰도 운영해 보시고 발품 팔아 이력서를 내러 다니시고 했다. 하지만 당신 뜻대로 되지 않으시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어린 마음에 아버지가 집에 계신 것이 부끄러웠다.
“내가 죽으면 어떨 거 같아?”
“아빠가 죽으시면 안 되죠. 그럼 저희 돈이 없는데.”
동생의 대답. 나도 그런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가장이고 돈을 벌어 오셔야 한다는 생각.
“내가 돈 버는 기계냐?”
처음에는 추운 날씨 때문에 귀찮은 마음이 들었지만, 나는 이미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집에서 나와 눈 내린 거리를 걷는 데 모든 것이 둥둥 떠 있는 것 같았다. 괜히 설레고 재밌었다. 잠옷 바람에 코트 하나 걸친 모습이 우스꽝스러웠지만 아버지와 함께 있다는 자체가 즐거웠다. 밝은 웃음을 지으며 아버지와 대화를 하며 산 입구에 들어섰다. 작은 뒷산이기 때문에 코스도 따로 없었다. 길 옆의 팔을 내밀어 하얀 눈을 품고 있는 나무들이 정말 예뻤다.
눈 쌓인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설레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길이 포장된 상태여서 질퍽거리지는 않았지만 조금 미끄러웠다. 날씨는 약간 서늘했지만 산의 맑은 향기에 기분이 좋았다. 아빠도 나도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 해서 뒷산에 자주 오르긴 했지만 이 새벽에 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서늘함과 개운함이 함께 느껴지는 묘한 기분이었다.
얼마 안 가 정상에 올랐다. 높지 않은 산이다 보니 금방 정상이었다. 가장 좋은 것은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저도 이름이 산이라고 마을 풍경을 펼쳐 주는 데 마음속에서 시원한 파도가 일렁이는 듯했다.
“아빠. 아침부터 왜 산에 오자고 했어?”
“그냥. 눈이 오니 예쁘잖아.”
대답은 간단했다. 그때서야 아버지도 나 같은 사람이라는 걸 느낀 것 같다. 아버지에게 생겼던 야속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나무와 나의 사진을 찍었던 아버지의 미소 띤 얼굴이 겹쳐졌다.
태양도 눈 뜨지 않은 아침에 아버지 혼자 회사에 가시던 모습과 늦게까지 일하셔서 집에도 못 들어오신 날들에 전화로만 안부를 전하던 모습들 때문에 내가 아버지를 많이 오해하고 있었다.
산 정상에 와서야 아버지의 진짜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진심으로 아버지를 사랑하게 되었다. 우리 아버지 마음속 숨겨져 있었던 슬픔과 아픔을 산에 오른 후에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내가 미끄러질 뻔했을 때 잡아주시는 모습은 아버지 당신의 모습이었지만, 눈을 품은 나무를 톡톡 쳐보고 볼과 귀, 뺨이 빨갛게 언 아버지의 모습은 ‘그’ 자신의 모습이셨다. 눈 내린 예쁜 산의 모습들을 사진기에 잡아내는 모양새는 학구열 높은 남학생처럼 보였다.
요즈음 아버지는 직장을 구하셔서 열심히 일하고 계신다. 나는 일자리가 없던 동안 아픔을 견뎌낸 아버지가 자랑스럽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직장에 다니시는 아버지가 다시 집에서 나와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것 같아 속상하기도 하다. 그 마음이 어떠하든 나는 계속 해서 아버지를 응원할 것이다. 아버지를 나 같은 사람으로 보게 해 준 산에게 고맙다.
“아빠. 산에 올라가서 우리 사진도 많이 찍고 나무도 많이 보고 숨도 많이 쉰 다음에 내려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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