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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부락산 이야기
  • 입상자명 : 박 다 미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내가 사는 곳, 송탄. 이곳에는 송탄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산이 하나 있다. 바로 부락산이다. 부락산은 나와 언니가 초등학교 현장학습으로 가던 단골명소였다. 그리고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도 부락산이 뒤편에 자리 잡고 있다. 그렇게 부락산은 나의 유년시절부터 사춘기 시절,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함께해 왔다.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온 나지만, 막상 ‘부락산’이라고 하면 다소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부락산은 다른 지역의 멋진 산에 비하면 주변 경치도 좋지 않고 그렇게 넓고 크지도 않은 초라한 산이다. 원래 가까이 있으면 그 소중함을 모른다고 하던가. 부락산은 너무 친근해서 가볍게 생각하게 된다. 사실 움직이는 것을 싫어해서 산에 한 번 갔다 오면 일 주일을 앓는 나로서는 부락산이 안 좋은 장소로밖엔 생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매일 아침 새소리에 살짝 젖은 나무 냄새를 맡으며 등교하는 점이 참 좋다고. 산속에 있는 학교라 시골 같은 느낌이 들지만, 가끔씩 수업 중에 들어오는 청설모가 우리를 놀라게 하지만, 야간 자율학습 중에 들어오는 벌레로 공포에 떨지만, 매일 경사진 언덕길을 올라와야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산속에 있는 학교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인 것 같다. 도시에 있는 학교라면 느낄 수 없는 소중한 경험들이다. 산이라 불편한 점도 많지만 그로 인해 얻는 것도 많은 것 같다.
부락산이 지금은 학교에서 등산하는 사람들이 다 보일 정도로 나무도 별로 없고 작지만, 예전에는 지금보다 나무도 많고 더 넓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부락산을 무시하지만, 알고 보면 부락산을 이렇게 만든 범인도 우리다. 개발하게 되면서 산이 깎이고 깎여 지금의 이 상태가 된 것이다. 자연이 가장 하등한 생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다른 생물을 해치면서 살 수밖에 없는 인간이 가장 하등한 동물이 아닐까? 자연이 없다면 사람은 살 수 없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는데도 자연을 욕심의 희생양으로 삼는다. 언젠가는 부락산도 그 희생양으로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 두려운 마음이 든다.
처음에는 그냥 산이 싫었다. 벌레가 징그럽고 올라가기도 힘들어서 그냥 산을 싫어했다. 그러나 산림이 사라져가고 있는 지금, 싫고 좋고를 떠나서 산은 너무나도 절실히 필요해졌다. 『나무를 심는 사람』이라는 책에서 황폐한 사막에 나무를 심어 비옥한 땅을 만들었던 할아버지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 이야기는 남 일이 아니다. 이제는 우리가 해내야 할 과제이고 의무이다. 나무를 베기만 하는 우리들이 이제는 나무를 심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매번 식목일에만 산에 가서 나무를 심는 것이 자연을 위하는 길일까? 오히려 산불만 낼 뿐, 정작 산에 가서 나무를 심는 시간보다는 놀거나 먹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굳이 식목일을 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우리에게는 하루하루가 식목일이다. 정말 자연을 생각한다면 하루만 관심 갖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집 주변에 있는 작은 산에 가서 쓰레기를 줍자. 자연 친화 세제를 쓰고 귀찮더라도 분리수거를 하고, 이런 작은 일이라도 하자. 힘들게 시간 낼 필요 없이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것이 자연보호의 첫 걸음이다.
처음에는 산을 싫어했던 나였지만, 지금은 우리 동네에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산이 하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굳이 산을 찾아 나서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서 자연 공부를 할 수 있어서, 높은 나무들을 자주 볼 수 있어서 산이 좋다. 집 다음으로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곳이 산인 것 같다. 산에 오르면 몸은 힘들어도 마음만은 편안해진다. 그것이 산의 매력인 것 같다.
지금 부락산은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송탄에서 쓸쓸히 자리 잡고 있다. 깎이고 깎여서 어느새 흉터만이 남은 부락산.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지만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나의 어린 시절을 함께해 온 추억이 담긴 산, 그리고 이곳 송탄의 산소 공급소. 부락산은 내가 가본 몇 안 되는 산 중에 가장 멋지고 좋은 산이다. 미래의 희망이자 등불 같은 산. 커다란 기둥처럼 한 자리에 서 있으며 묵묵히 도움을 주던 산. 왜 이제야 잘 해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건지. 이렇게 깨닫기까지 너무 오랜 세월이 걸린 것 같아 미안한 마음뿐이다.
부디 10년이 가고, 20년이 가도 이곳 부락산의 나무들이 영원히 푸른빛을 간직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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