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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산을 찾는 이유
  • 입상자명 : 장 가 영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30℃가 넘는 무더위 속에 집에서 선풍기를 끼고 살고 있던 나를 보던 엄마는 답답했는지 바닥에 딱 붙어 있는 내 엉덩이를 때리셨다. 집구석에서 뒹굴고 있으려면 뒷산 약수터에 가서 약수라도 떠오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집에 있으면 엄마의 잔소리만 더 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물통을 들고 투덜거리며 집을 나왔다. 집에서 5분 거리이지만 귀찮아서 지금까지 3번 정도밖에 안 와본 것 같다. 와도 약수터까지 가보지도 않고 힘들다고 도중에 내려왔었는데 이번엔 운동도 할 겸해서 약수터까지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산 입구까지 갈 때에는 숨이 막히는 더위에 집으로 다시 갈까 생각도 했지만 마음먹고 나온 것이기 때문에 산을 향해 걸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산 입구에 도착해 있었다. 산을 보니 또 마음이 흔들려서 심호흡을 한 번 깊게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산을 오르다 보니 산을 오르면 이 더위에 더 더워질 것이라는 내 생각이 틀렸다. 땀이 나긴 했지만 나무가 만들어놓은 그늘이 땀을 식히면서 서늘하게 만들어주었다. 오히려 집에서 선풍기를 끼고 있는 것보다 산에 있는 것이 더 시원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전기세도 아끼고 운동도 할 겸 자주 와야 되겠다는 느낌을 받을 때쯤 갑자기 가파른 오르막길이 내 앞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오르막길! 너 하나쯤 내가 이길 수 있어.’ 이런 생각으로 오르는데 이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원래 산이라는 것이 오르막길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고 평평한 길도 있는 법인데 오르막길은 정말 한숨밖에 안 나왔다. 근데 이상하게 너무 힘들어서 다시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쯤 다시 쉬운 평평한 길이 나왔다. 산이 나랑 장난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앞에 어떤 길이 있을지 생각하면서 걷다보니 지루하지도 않고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가다보니 어느새 약수터에 도착해 있었다. 약수터에서 시원한 물 한 바가지를 마시니 땀을 흘리고 마시는 것이라 그런지 어느 청량음료보다 시원하고 달콤했다. 물 한 바가지 마시고 주위를 둘러보니 더운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다들 이마에는 땀방울로 반짝거렸지만 얼굴에는 힘든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올라와서 또 운동을 하고 있었다. 나는 차마 더 할 수 없어서 운동 말고 다른 것 하는 사람은 없나 찾아봤는데 어떤 사람이 이 산을 자주 왔었는지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는 모습이 보였다. 약간의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그 사람을 몰래 따라갔다.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나는 왠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을 따라간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었는데 그 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앞에 가는 사람 모르게 가는 것이라 스릴도 있으면서 주위를 둘러보는 재미도 있었다. 사람들이 별로 없는 길이다보니 풀이나 야생화 같은 것들이 많이 있었다. 꽃이라고는 꽃가게에서 보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렇게 직접 보면서 향도 맡아보고 또 하면 안 되는 행동이란 것을 알지만 꽃 한 송이를 나도 모르게 챙겨버렸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은 나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야생화가 별로 없었나보다. 그렇게 딴 짓을 하다가 앞에 가던 사람을 놓치고 말았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나도 나만의 비밀의 길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주위를 둘러보면서 내려오는데 중간쯤 내려왔을 때였다. 풀 사이로 작은 표지판 하나가 보였다. 어설프게 만들어진 것으로 봐서는 이 길을 가던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인 듯 보였다. 사람들이 잘 안 다니는 길인데도 불구하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사람을 위해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을 보니 산에도 나름의 인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구경하면서 내려간다고 하긴 했어도 속으로는 약간 걱정되기도 했었는데 그 표지판 덕분에 잘 내려올 수 있었다. 산을 내려오면서 또 발견한 것이 요즘 도시에선 잘 볼 수 없는 산새들이었다. 도시에서는 무섭게 생긴 비둘기만 볼 수 있는데 산에서 맑은 새소리를 MP3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대신 들었더니 맑은 공기에 폐가 깨끗해지고 맑은 새소리에 귀가 맑아지는 것 같았다. 산에 이렇게 많은 생물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많은 풀과 나무들이 존재하는 줄은 알았지만 내 상식에서 벗어나는 많은 종류들이 있었다. 무사히 집에 도착했을 때 엄마는 내 손에 들려 있는 물통을 받으면서 힘들지 않았냐고 물으셨다. 평소에는 당연하지 않으냐고 짜증을 냈겠지만 오늘은 새로운 것들을 봐서 그런지 짜증보다는 산에 대한 자랑으로 대답을 하고 있었다. 엄마는 하루 다녀와서 뭘 알겠냐고 하셨지만 하루를 다녀와도 산의 매력을 알았으면 된 것이라고 난 속으로 생각했다. 괜히 말대꾸한다고 혼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고 방에 들어와 야생화를 책에 끼워놓고 맑은 새소리를 생각하며 침대에 한참 누워 있었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내 방이 푸른 산속이 된 듯하였다. 그러면서 왠지 모를 뿌듯함에 휩싸였다. 삭막한 도시에 차가운 벽들만이 마주하는 곳에서 있다가 생동감이 넘치는 산속에 가니 나도 모르게 빠져버린 것 같다. 예전에는 힘든데 왜 사람들은 산에 오르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산에 있는 기분 좋은 기운이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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