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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오래 신은 편안한 신발 같은 산
  • 입상자명 : 권 효 정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문수산! 산이 오래 신은 신발 같은 편안한 느낌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 곳이다. 그러니깐 나는 가끔 사진을 통해서나 영화의 한 장면에 아름다운 산 경치가 배경이 되어 나올 때면 그 산의 위엄과 아름다움에 감탄하곤 했었다. 그러나 산을 직접 오르는 건 왠지 귀찮거나 빨리 빨리 변화하는 일상생활에 적응하기 바쁜 나로서는 그리 달가운 대상만은 아니었다. 부득이 물먹은 신발을 신은 것처럼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나는 가족에게 이끌려 함께 목적지에 도착했다.
산은 늘 가까이 있지만 그 품을 직접 느끼는 것은 작은 수고로움이 뒤따른다. 그래서 게으른 자는 산이 주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구나하는 생각을 새삼 느꼈다. 넓은 김포의 들판을 지나 강화를 잇는 다리를 건너기 전 문수산은 도로에서 우측방향으로 대략 15분에서 20분 정도 가다보면 소박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주된 나무 종은 소나무로 높지 않은 산의 숲을 이루고 있었고 산림욕장에 들어서자마자 풍겨오는 소나무향기는 아파트에서는 느끼지 못한 매우 신선하게 향이었다. 나도 모르게 긴 숨을 들이 쉬었다. 그것은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왠지 중독될 것 같은 느낌으로, 시원해서 후각이 마비되는 증상까지 나타났다. 워낙 움직이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탓에 조금만 올라가도 숨이 벅차왔다. 어머니께선,
“힘드니? ” “네… 너무 힘들어요.”
“음… 조금만 올라가도 네가 힘들어 하는 이유는 아마 산을 싫어해서 더욱 힘들게 느껴지는 것일 거야. 산을 한번 즐겨보렴? ”
“…알겠어요, 산을 즐기면 된다는 거죠? ”
“자! 다시 힘을 내고 가자! ”
어머니의 그 말씀은 쉽게 와 닿진 않았다. 결국 내 속옷이 소나기 맞은 속옷처럼 물을 머금었을 때쯤 되어서야 조금씩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어머니의 그 말씀은 ‘산을 즐겨라. 산과 함께 놀아라. 산을 친구로 생각하라. 산에 편안하게 기대기도 하고, 산과 대화도 나누어라. 산에 귀를 기울여 보기도 하고, 산을 자세히 관찰해 보아라…’였던 것 같다. 맞았다. 산행의 시작은 처음 사서 신는 신발처럼 어색하고 허물을 벗기거나 물집을 만들어 고통스럽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참 편안했다. 그리고 즐겁기까지 했다. 그저 산에 피어 있는 보잘 것 없는 작은 꽃도 아름다운 꽃으로 변하였고, 게임의 소리에 익숙한 나의 귀에는 시끄럽기만 하던 새소리는 혼란한 머릿속을 차분하게 정리시켜주는 소리로 변해 머리가 깨끗해지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더위와 산행으로 지쳐 견디기 힘들었던 피로를 달아나게 해주었다. 지상의 아름다움을 보려면 산을 가라는 말처럼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즐기면 즐길수록 나의 감성을 감미롭게 자극시켜 주었다. 오르면서 성취감 또한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난 성적에 대한 목표달성의 실패로 인한 자신감 저하와 입시라는 인생의 관문점이 다가옴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폐해져 있던 모습을 되돌아보고 후회를 했다.
등산의 기쁨은 정상에 올랐을 때 가장 크다. 그러나 나의 최상의 기쁨은 험악한 산을 기어 올라가는 순간에 있다. 길이 험하면 험할수록 가슴이 뛴다. 인생에 있어서 모든 고난이 자취를 감췄을 때를 생각해 보라! 그 이상 삭막한 것이 없으리라는 말처럼 내가 목표를 이룬다면 그 성취감만으로도 크겠지만 지금과 같이 공부의 험난함을 극복했을 때의 성취감은 배가 될 것이라는 걸 느껴서인지, 난 목표를 확실하게 세우고 어떠한 역경과 고난이 찾아와도 이겨내고 목표를 이뤄 내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어느새 뉘엿뉘엿 서쪽으로 넘어가는 석양이 아름답게 산마루에 걸쳐 있는 해질녘, 정상에 도착했다. 그동안 꽉 막힌 도시 속에서의 답답함을 “야호! ”와 함께 날려버렸더니 내 몸도 마음도 홀가분해진 느낌이었다. 아버지께서도 산을 오르는 것을 나와 같이 생각하시는가보다.
“산은 작은 인생이란다.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는 거와 같이 말이야. 산에 처음 가서 하는 게 무엇인 줄 아니?” “….” “바로 목표를 설정하는 거야. 오늘은 정상까지 가고 말 거야! 이렇게 생각했으면 중간에 쉬는 한이 있어도 포기해선 안 돼. 포기하면 끝이거든. 인생도 마찬가지야. 인생의 목표를 정해두고 그 한곳을 향해 어떠한 수많은 역경과 고난이 찾아와도 극복해야 하는 것이거든….” “저도 산에 오르면서 그런 걸 느꼈어요. 성취감이라고나 할까? 산이 저에게 자신감을 줬어요!” “그렇다면 다행이다. 실은 그것이 오늘 아빠가 우리 효정이를 산에 데려온 목적이기도 하고, 또 다른 산에 데려온 목적은 공부로 스트레스 받는 우리 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돼 줄 수 없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자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도록 산을 즐기게 해주고 싶었어. 일요일마다 아빠와 산에 같이 가지 않을래?” 며느리에게 잔소리하는 시어머니마냥 아버진 유난히 공부만 고집하시며 나에게 잔소리도 마다하지 않으시고 성적으로 칭찬은커녕 매일 꾸중만 하셔서 내가 어떻게 되든 공부만 잘 하면 되는 줄 아시는구나하고 생각했었는데 날 위해 이런 자리도 마련해 주셨다는 것에 벅찬 감동을 받았다.
오래 신은 편안한 신발과 같은 산을 내려왔다. 올라올 때까지만 해도 물집 잡히고 허물이 벗겨지는 새 신과 같았지만, 지금은 오래 신어 발과 일체가 된 신발같이 산은 더욱 편하게 느껴졌다. 이름모를 여러 야생화도 보았다. 어머니께서 어렸을 때 시골에 살았을 때만 해도 주위에 많이 있던 꽃이라고 하셨는데 이렇게 도시의 발전으로 인해 산기슭 어딘가에 묻혀진 채 생명이 탄생한다는 것에 대해 너무나도 아쉬웠다. 소나무림인 이곳의 소나무는 변함없이 솔향기를 내뿜고 시원스럽게 쭉쭉 뻗어 있는 모습이었다. 또한 ‘백설(白雪)이 만건곤(滿乾坤)할 제 독야청청(獨也靑靑)하리라.’는 표현처럼 소나무는 산에 오를 때나 내려갈 때나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과 새소리 이 모든 것들이 조화되어 지상의 아름다움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날이 저물고 우리는 아쉬운 채 집으로 돌아왔다.
일 주일이 지났다. 오늘은 일요일, 아버지와 난 산과 숲의 편안함에 흠뻑 빠져 보기 위해 다시 가까운 장릉산에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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