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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산림
  • 입상자명 : 최 초 롱
  • 입상회차 : 8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게으름이 많고 집에 있기 좋아하면서 밖에 나가기 싫어하고 나가서 걸어다니는 걸 더 싫어하는 나와는 달리 엄마는 등산을 정말 좋아하신다. 엄마가 등산을 하러 다니실 때는 왜 추운데 밖에 나가려고 들까 하고 의문이 많이 생기기도 했다.
등산은 엄마만 좋아하시는 것이 아니라 이모들까지도 좋아하신다. 얼마나 좋아하시면 집에 있는 옷들 중에 1/3의 옷이 등산옷들이다. 등산화는 기본으로 가지고 계시고 남들이 다 가지고 다니는 등산스틱 또한 가지고 계시고 여가시간을 이용해서 이모들과 자주 등산을 하러 다니신다. 평일에는 집을 비우고 멀리 가시질 못 하시니깐 집에서 차를 타고가면 20분 정도 걸려서 도착하는 고성산을 자주 등산하러 다니시곤 한다. 그리고 주말에는 등산모임이라는 동호회에 등록하셔서 용봉산이나 월악산, 팔봉산, 오서산, 소요산, 북한산, 청계산, 수락산 등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많이 가신다.
그런 나날이 계속되다 겨울방학 어느 날에는 엄마를 따라 고성산을 따라갔다 왔다. 정확히 말하면 추워서 항상 방에만 틀어박혀서 나오질 않았던 나를 엄마가 못마땅하게 여겨서 억지로 산에 간 것이었다. 옷을 입고 집을 나설 때도 엄마차를 타고 고성산을 가는 도중에도 궁시렁대고 툴툴거리면서 산에 가는 것을 짜증나게 여겼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그냥 집에 데려다 주실 엄마가 아니었다.
처음 산행이라는 걸 배려해서인지 그렇게 높지도 많은 시간이 걸리지도 않은 고성산을 택하신 것이었다. 고성산으로 올라가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휴게소로 올라가든지 아니면 도토리마을 옆에 있는 길로 올라가야 한다. 엄마랑 나랑은 도토리마을 옆에 있는 길로 올라가는 것을 택했다. 산을 올라가기 전에 옷을 몇 겹을 껴입었는데 그때도 툴툴거리며 짜증을 냈다. 하지만 이왕 산에 온 거 빨리 산을 타고 올라갔다가 집에 가야지 하는 마음속의 결의를 가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천만다행히 눈은 오지 않았다. 눈까지 왔으면 나는 아마도 그 자리에 앉아서 울었을 것이다. 하지만 눈이 안 오는 것에도 불구하고 산을 오르는 내내 추워서 몸을 움츠리고 손을 주머니에 꼭 넣어 놓고 발만 움직여 올라갔다. 처음엔 이까짓 산 몇 분 안에 넘어 버리겠다고 생각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비웃음을 쳤지만 시작한 지 20분도 안 돼서 체력이 고갈됨을 느꼈다.
겨울에는 추워서 밖에 안 나가고 여름에는 더워서 밖에 안 나가는 내가 하는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밖에 안해서인지 나지막한 언덕도 올라가기 힘들 정도의 운동부족이었다. 숨도 쉬기 어려워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였다. 휴식을 취하면서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이대로 더 올라갈 것인가 아니면 그냥 포기하고 집에 가 따뜻한 침대에 누워 편히 있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 생각을 하고 있을쯤에 8~9살짜리 여자아이가 산에서 엄마의 손을 잡고 헥헥대면서 내려오는 것을 보고 그 생각을 하게 된 내가 창피하였다. 나보다 어린아이가 올라갔던 산을 내가 못 오를까 하는 생각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에만 힘들었지만 조금씩 올라가면서 경치를 보고 나무를 보고 주위환경을 보면서 움츠린 몸을 펴고 산을 오르다 보니 힘들다는 생각이 없어졌다. 그것을 넘어서 이 산 위의 경치는 어떻게 생겼을까 하며 궁금증이 생기기도 하고 공기도 상쾌하면서 좋았다. 그리고 춥다는 느낌도 사라졌다. 몸을 많이 움직이다 보니 열이 생겨 더워졌고 숨쉬기도 한결 편해졌다. 그렇게 장장 1시간 40분을 걸어올라 고성산 정상에 도달하였다.
내 힘으로 산 정상에 서 있으니 답답한 마음도 풀리고 좋았다. 고성산 정상에서 엄마가 싸온 과일들을 먹고 산을 내려왔다. 내려올 때에는 올라갈 때의 피로가 밀려왔다. 그래서 다리의 힘도 풀려 덜덜 떨면서 내려왔다. 내려와서는 엄마와 둘이 따뜻한 국수를 먹었는데, 아직까지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요즘에는 가끔 가다 엄마를 따라 산에 갔다 오기도 하는데 처음 갔을 때와는 다르게 쉽게 산을 올라갈 수 있다. 처음에는 그렇게 가기 싫었던 산행인데 이제는 내가 먼저 산에 가자고 할 정도로 등산하는 것이 좋아졌다. 산을 오르는 상쾌함이 좋았고 산의 중간부분에 물을 마실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물을 마시고 다시 산을 오르는 것도 좋았고, 정상에서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좋고, 풍경 관찰이 끝나면 엄마가 싸온 과일들이나 간식을 먹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힘들게 올라가서 다리가 후들거리는 상태로 내려오면 내 딸 장하다면서 엄마가 상으로 사주시는 국수도 맛있고 좋았다.
엄마에게 산을 끌려가다시피 올라가기 전에는 등산하는 것은 오르기 힘들고 땀도 많이 나고 다리도 아프고 하는 것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산에 가보았더니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산이 높다고 해서 힘들다고 해서 산을 싫어하면 안 될 것 같다. 산의 풍경도 좋고 쉬고 있으면 풀벌레 소리도 좋고 모든 것이 그냥 다 긍정적으로 생각이 되는 것 같다. 마음이 평안해지고 답답한 마음도 뻥 뚫리는 것 같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기분이다. 그리고 산이 우리 몸에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 몸으로 직접 느꼈다. 앞으로 산이 더욱 좋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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