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 프린트하기
입선 겨울 숲길에 서 있었다
  • 입상자명 : 백승학
  • 입상회차 : 13회
  • 소속 : 일반부
  • 장르 : 일반부 시·수필
시련을 모르는 채 그저 뛰놀던 날의 뒷산 기슭에는 잎이 지고 있었으나 햇살들은 언제든지 추운 틈새의 끝자락에서 더욱 펄럭이거나 갈참나무 베어진 곳마다 더욱 쌓이다가 밤이 오고 나서도 여운으로 남아 길고 어두운 산허리를 하얗게 색칠하곤 하였다 모든 것에 눈부시던 강둑길 옆으로 산 그림자를 밟으며 돌아오던 그 저녁엔 살아갈 날들도 오늘처럼 눈부시지 싶었다 어리던 날에 겨울 숲길에 서 있었다 시련을 만났어도 그리 춥지 않던 날의 앞산 비탈에는 눈이 녹고 있었으나 바람들은 어쩐 일인지 가파른 골목 모서리를 더욱 적시거나 콘크리트 떨어져 나간 자리마다 더욱 머무르다가 시린 가슴을 오래도록 쓸어내리곤 하였다 그날도 우리들의 공터에는 빗물처럼 튀어 오르는 햇살들이 가득하였겠으나 사람들은 저마다 두고 온 산내음만 떠올리지 싶었다 힘겨운 날에 겨울 숲길에 서 있었다 시련이 지나고 난 후 바람마저 저물던 날의 먼 산 언덕에는 새가 날고 있었으나 마을 버스들이 먼 곳에서 돌아와 하나 둘 정류장에 멈춰 설 때 들녘이 아니었을 정류장이 어디겠으며 언 땅을 흔들던 기적 소리처럼 햇살 한 자락에도 가슴 두근대지 않을 기억이 어디 있으랴 좁은 골목 길 마다 발자국 소리 설레고 울음 같은 미소들이 가득하지 싶었다 저무는 날에 겨울 숲길에 서 있었다
만족도조사
열람하신 정보에 대해 만족하셨습니까?
만족도조사선택

COPYRIGHTⒸ 산림청 SINCE1967.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