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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나무의 나이테가 미소 짓는 날이 오기를…
  • 입상자명 : 김 의 현 충남 당진 호서중 2학년
  • 입상회차 : 10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우리 할아버지 가족은 6·25 전쟁 때 월남하셨다고 한다. 그때 할아버지께서는 충남 당진에 내려오셔서 새로이 가정을 꾸리셨다. 할아버지께서 살던 곳은 함경남도 혜산군 보천면의 북포태산 아래였다고 한다. 할아버지께서는 살아 계실 적에 고향 이야기를 종종 들려주셨는데 북포태산은 매우 크고 장엄하여 산의 모습이 아주 늠름하다고 말씀하셨다. 또한 주변의 크고 작은 산들이 마치 한 폭의 수묵화처럼 절경을 이루었다고 하셨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신지 남한으로 내려오셔서도 할아버지께서는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집을 짓고 사셨다. 어렸을 적 할아버지 댁에 놀러가서 부모님과 가끔 자고 오기도 했는데, 밤이 되면 무서워 밖에 잘 나가지도 못했다. 산과 가까이 있어 가끔 집 앞마당에 뱀이 나오기도 했고, 산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소리가 밤만 되면 들리는데 으스스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할아버지 댁 주변에 있는 산에 이름을 하나씩 붙였다. 어떤 산은 우리가 이름을 매미산이라고 불렀는데 그 산만 유독 다른 산에 비해서 매미소리가 크고 나무마다 매미가 붙어 있어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할아버지께서는 늘 볼 수 있을 때 실컷 봐두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했다. 또, 쌍둥이산이라고 부르는 산들도 있다. 그 산들은 할아버지네 집 옥상에서 보면 그 모습이 매우 닮았다. 게다가 거기에 사는 동물들까지 비슷했다. 다람쥐와 산토끼 그리고 특히 새들이 매우 많았다.
어렸을 적 나는 장난기 많은 개구쟁이였다. 그래서 할아버지 댁에 놀러 가면 산에 있는 곤충을 잡거나 다람쥐나 산토끼를 쫓아다니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었다. 하루는 지금까지 하던 놀이 말고 새로운 것을 해 보고 싶은 마음에 나는 아버지께 새총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할아버지께서 산에서 자라셨으니 할아버지한테 가보렴.”
하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할아버지께 가서
“할아부지, 저 새총 만들어 주세요. 제가 새 잡아다 선물로 드릴게요.”
그러자 할아버지께서는 낡은 새총을 하나 꺼내 주셨다.
그리고는 내게
“이건 이 할애비가 너 만할 때 갖고 놀던 기다.”
이렇게 말씀하신 뒤 한 3초가량 무엇을 생각하시더니
“내가 어렸을 때 이걸로 새를 대여섯 마리 잡아서 느이 증조할아버지께 갖다 드렸는데 회초리를 셀 수없이 맞았던 적이 있었는데…….”
하면서 중얼거리듯이 말씀하신 뒤 갑자기
“우리 강아지가 많이 심심한가 보구나. 하지만 죄 없는 새를 잡으면 산이 친구 하나를 잃었다는 슬픔에 하늘에서 큰 비가 내린단다.”
한참 어렸던 나는 할아버지께서 새총을 주시기 싫어서 이상한 말씀을 하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런 할아버지가 야속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창피하지만 말이다. 그런 할아버지를 정말 존경스러운 분으로 보게 된 계기가 하나 있었다. 그 계기는 서울에서 큰아버지께서 사업을 하시는데 그 사업이 잘 안 되셨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내가 놀던 매미산, 쌍둥이산 등 주변 산이 할아버지 소유라는 것을 알았다.
할아버지께서는 산에 도로, 건물 등이 개발되어서 파괴되는 것이 보기 싫어서 돈이 생기면 무조건 산을 사들이셨다고 한다. 아무 밑천도 없이 남쪽으로 내려오셔 안 해본 일이 없다는 할아버지께서 버신 돈으로 그 만큼의 산을 샀다는 사실을 알고, 할아버지가 멋있고,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사업이 어렵게 된 큰아버지께서는 우리 아빠를 비롯한 여러 친척들을 불러 보아 가족회의를 여셨고, 할아버지께 그 산을 팔아 사업의 밑천에 보태달라고 하셨다. 하지만 할아버지께서 완강하게 산을 절대 내어 줄 수 없다 하셔서 결국 포기하셨다. 그때 당시에는 할아버지께서 큰아버지께 ‘너무하신다’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일이 오늘날 큰아버지께서 성공하시게 된 밑거름이 아닌가 싶다. 다시 사업에 성공하신 큰아버지께서는 할아버지 집 주변의 산을 하나 더 매입하셨다. 우리는 그 산을 특별히 ‘할아버지의 힘’이라고 부른다. 그 산은 나무가 매우 많다. 특히 소나무가 많다. 지금 할아버지께서는 생전 바람대로 ‘할아버지의 힘’에서 산과 함께 고이 잠들어 계신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해 추석에 산소에 가서 맞은편 매미산을 보며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우리가 만일 이대로 산을 방치해 둔다면 미래의 산은 어떤 모습일까?’
그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모습은 그냥 빌딩 그 자체였다. 그 모습을 떠올려 보며 깜짝 놀랐다. 사회시간에 우리나라 국토의 70%가 산이라고 배운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교과서에 국토의 70%가 빌딩이라고 표시될 날도 머지않았다. 그리고 언젠가는 할아버지께서 힘들게 지켜 오신 저 산들도 빌딩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연어》라는 책을 읽어보면 “세상에는 카메라를 든 인간과 낚싯대를 든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내 생각에 이 책에서 말하는 낚싯대를 든 인간은 산을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지배하려는 인간을 뜻하고, 카메라를 든 인간은 산을 옆에서 바라보면서 산을 존중하고 마음으로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을 뜻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인간일까? 이제 우리는 조금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할아버지께서 돈보다 더 산을 소중히 여기셨던 것처럼 카메라를 든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손에 든 낚싯대를 버리고, 카메라를 드는 날! 자연스레 나무의 나이테도 미소 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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