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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 신이 빚은 숲의 신비! 지리산
  • 입상자명 : 홍 종 훈 충남 아산 온양신정중 3학년
  • 입상회차 : 9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햇살 맑은 봄날! 오늘따라 유난히 가까워진 지리산이 신록의 새 옷을 갈아입고 내게 손짓을 하는 것만 같다. 들뜬 마음에 간편한 등산복을 차려 입고, 우리 가족은 자동차로 한참을 달려 지리산 초입에 도착했다. 간신히 산자락 한 귀퉁이에 차를 주차하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아침 햇살이 대자연에 생명을 불어넣듯, 온 산이 서서히 기지개를 켠다. 이렇듯 봄이 오면 세상은 새 생명의 잉태로 빛난다. 너른 품으로 사람들을 감싸 안고 꿈을 주는 지리산! 드러내지 않는 지리산의 모습은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다. 다가갈수록 절경을 빚어내며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이 평화롭고 아름답다. 아침 햇살이 산자락에 내려 혹한을 이겨내고 피워낸 가녀린 나뭇잎에 연초록 둥지를 틀자 이 곳 저 곳에서 술렁이며 속삭이는 봄의 노래를 듣는다. 올 들어 가장 먼저 돋아난 연초록빛! 긴 겨울 혹한과 외로움을 참고 견딘 보람의 결실이리라. 고개를 돌려보니 눈길이 머무는 곳마다 초록으로 물든 나뭇잎이 봄바람에 장단을 맞춰 출렁이며 춤을 춘다.
울창한 송림 사이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보니 하늘이 소나무 사이로 내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다. 시리도록 맑고 푸른 하늘엔 온갖 형상의 솜털 구름이 부서지는 파도처럼 넘실거린다. 등산로 양옆에는 정성스레 쌓아놓은 돌탑이 눈을 사로잡는다. 저마다 간절한 소망을 빈 흔적이리라. 문득, 돌탑만이 간직했음직한 그 기원이 궁금해진다. 서로 다른 이야기와 바람들이 모여 같은 마음으로 쌓은 돌탑, 나도 소망을 담은 돌 하나를 정성스레 올려놓았다.
숲 속으로 접어들수록 맑은 공기와 조용한 물소리가 어릴 적 자장가마냥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눈길 닿는 곳마다 온갖 종류의 돌과 나무 그리고 새들이 아무런 간섭 없이 어우러져 그들만의 낙원을 차렸다. 나도 모르는 사이 자연이 전해주는 아름다움에 취해 잠시 행복에 젖어본다. 졸졸대며 흐르는 계곡의 물은 곳곳에 작은 습지를 만들었다. 습지 주변엔 어김없이 이름을 알 수 없는 이끼와 고사리류 등의 초본식물들이 다투어 아름다움을 뽐낸다. 오염되지 않은 지리산 웅덩이엔 건강한 습지 생태계가 살아 숨 쉬고 있다.
정신없이 한참을 오르다보니 높은 언덕이 다시 앞을 가로 막는다. 등산이 취미라지만 힘든 오르막을 만나니 미리 겁부터 난다. 하지만 힘든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쉬운 내리막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산은 일깨워 준다. 어쩌면 오르내림과 굴곡의 연속이 꼭 우리의 삶의 여정과도 닮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상을 향해 얼마쯤 올랐을까? 연분홍 진달래가 산허리를 휘감고 있다. 봄이면 이곳은 으레 분홍빛 바다를 이루는 곳이다. 진달래 군락의 연분홍 꽃잎이 봄바람에 흔들려 고운 물결을 이룬다. 자연의 섭리는 아무리 봐도 신기하기만 하다. 한겨울 거센 북서풍이 할퀴고 간 너른 지리산 자락은 엊그제까지만 해도 온통 새하얀 순백의 설원이었는데 어느 새 숲 속 곳곳엔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와 꽃을 피웠다.
어느덧 땀이 흥건히 뒷머리를 적시고 등을 타고 흐를 즈음, 작은 옹달샘을 만났다. 갈증을 달래려 고개를 숙이니 하늘이 수면에 반사되어 쪽빛 아름다움이 우러나올 것 같은 물 한 모금을 들이켰다. 속을 싸하게 적시는 찬 기운이 쌓인 피로를 몽땅 풀어주는 것만 같다. 꿈결 같은 초록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정상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 2박3일을 주변의 풍경에 취해 뚜벅뚜벅 걷다보니 어느덧 정상이 눈앞에 보인다. 8부 능선쯤부터 펼쳐진 바위 능선을 따라 걷다보니 바위틈을 비집고 자라는 억새며 원추리가 발목을 잡는다. 곳곳에 피어 있는 들꽃들이 청초하고 아름답다. 척박한 돌 틈에 뿌리내려 질긴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서 고난을 딛고 빛나는 삶을 갈구하는 인생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신록에 노란 원추리가 곳곳에서 고개를 치켜세우고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곳곳에 핀 야생화의 향연이 드높다. 시간이 흐를수록 몸은 고달프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하늘이 그만큼 가까워서일까. 지리산의 하늘은 오늘따라 유난히 맑고 푸르다.
주변의 풍광에 취해 한 발 한 발 오르다보니 어느 새 정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정상 부근의 급경사에 숨은 이미 턱까지 차오른다. 생각은 저만치 앞섰는데 정상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은 천근만근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산 정상에 올랐다. 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세상을 모두 품은 듯 절경이다. 이 순간을 위해 험한 길을 걸어온 것이 아닌가.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마치 세상을 모두 얻은 기분이다. 묵묵히 억겁의 세월이 만들어낸 자연의 품 안에 안기고 보니 인간이 너무 초라해져 대자연의 위용에 그저 숙연해질 뿐이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듯한 정상! 주변의 풍광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아름답다 못해 싱그럽기까지 한 자연에 매료된다. 탄성과 환호가 절로 나온다.
지리산 정상에서 지리산의 정기를 듬뿍 안고 하산길에 접어들었다. 예서제서 생명의 기운이 끊임없이 박동 친다. 숲 속에서는 새들이 불러주는 사랑의 세레나데가 울려 퍼진다. 세상의 모든 초록을 모아 흩뿌려 놓은 듯 그렇게 지리산의 봄은 깊어만 가고 있다. 마음속에 미려한 풍경화 한 폭을 그리며 행복이란 글자를 새겨본다.
봄이 오는 골목! 눈으로 가슴으로 봄을 담고 완연한 봄을 만끽한 기분이다. 봄이 주는 아름다움에 푹 빠진 하루였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생명 본연의 질서 속에서 오늘과 또 다른 내일이 있기에 우리의 삶은 소중하리라. 자연의 품속에 안겨 편안히 살고픈 바람 하나를 키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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