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야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
높은 산을 열심히 올라 정상에서
야호소리 외치는 기분도 좋지만,
높다고 꼭 행복한 것은 아니겠지.
세월에 떠밀려 오르는 산길에는
이리저리 오고가는 작은 개미들,
머리 위로 부채질을 하는 참새들,
저마다 바쁜 아침을 준비 중이다.
작은 행복의 몸짓들이
야트막한 뒷산에서 더 잘 보인다.
삶에 관록이 붙고서야 알게 되었다.
산은 정복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친구가 되어야 하는 걸.
간밤에 아무 일 없었나? 구석구석 살펴도 보고
낯익은 허리 굽은 소나무에 반가이 인사도 하고
꿈속에 찾아들던 옛 추억 터놓다 보면
산이 넓은 어깨를 살며시 빌려준다.
짧은 작별인사 나누고 돌아오는 길,
스며든 그의 선물은 매캐한 세상사를 몰아낸다.
늘 그 자리에서 지친 삶을 지켜주는 산이 있어
아침의 출근길이 힘차다. 햇살은 잎에 머물고
산은 그 자리에 아직 터를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