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별천지로 걸어 들어가고 있습니다.
여우별 풀밭에 총총 나들이 나온 듯
살짝 눈맞춤하며 발목 잡는
쥐똥나무아래 흐드러진 애별꽃 방긋 나를 반깁니다.
그 별꽃 빛에 눈이 부십니다.
온몸을 휘감는 덩굴진 사위질빵에게도
잔뿌리를 뻗고 발길질 해대는 애별꽃에게도
어린 새들의 비상에 빈 가지를 내어주어도
쥐똥나무는 불평하는 법이 없습니다.
눈뜨기 위해 찬 땅에 몸 비비는 벌레마저
삶의 치열함 속에서 보듬고 아우를 뿐
쥐똥나무는 결코 채근하는 법이 없습니다.
밤골 계곡을 따라 박달나무 푸른빛 우거진
꺽지가 산다는 마당소에 이르면
잎보다 먼저 숨결 불어넣어
도깨비방망이 같이 생긴 꽃밥을 인
앉은부채처럼 덩그라니 통나무 집 한 채
터를 잡고 있습니다.
쑤아아 청아한 물소리가
나무들 사이를 지나 하늘로 놓여납니다.
시간에 떠밀리고 공간 속에 갇힌
연연한 내 삶을 끝내 놓아버립니다.
하룻밤 새 여린 영혼 여기서 몸풀고
아침이면 아스라한 안개처럼 가벼워져
가만, 귀기울이면 꽃눈 트는 소리에 온 산이 진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