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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산에서 몽땅 털렸다
  • 입상자명 : 이 영 옥
  • 입상회차 : 4회
  • 소속 : 일반부
  • 장르 : 일반부 시·수필
  • 등산복에는
    주머니가 여러 개 달려있다
    일주일분의 고민과
    일주일분의 집착과
    평소 털어내지 못한 절망의 부스러기들이
    조금씩 쌓여 주머니가 불룩해질 때쯤
    나는 주저 없이 산으로 간다
    비 그친 산에는 세탁된 햇살 조각들이
    퍼즐처럼 널려있고
    투명한 새소리는 물방울을 뚫고 날아들었다
    은사시나무 잎사귀를 뒤집던 바람과
    세상의 한 귀퉁이를 잡아보려는
    저 가느다란 덩굴손에
    나는 어느새 주鍛玖?모두 털려버렸다
    바위 위에 좌판 차린
    등 굽은 노파가 말아주는 국수처럼
    붉은 노을이 주르륵 흘러내릴 때
    무거운 시간들을 벗어버린
    등산객의 뒷모습이 보인다
    빈 것이 아름다워지는 저녁
    나는 주머니가 몽땅 털려 행복하다
    모든 것을 받아준 산은
    어둠만 꿀꺽 꿀꺽 삼키고
    계곡물은 콸콸콸 소리를 높여
    참았던 속내를 허옇게 게워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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